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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파노 Aug 10. 2023

꼬리가 물에 잠긴
작은 여우

-주역에 나온 동물, 식물 그리고 무생물 1-

마디 1 

    

주역에는 ‘작은 여우 이야기’가 나온다.     


주역 64괘 괘사를 보면 

작은 여우(소호小狐)는 (물을거의 다 건너가 

꼬리를 적시니 이로울 점이 없다.

[소호흘제(小狐汔濟유기미(濡其尾무유리(无攸利)]”라는 

구절이 있다.     


주역에 나오는 

작은 여우 이야기는 이것이 전부이다. 


그러므로 작은 여우를 통해서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지?’를 

읽는 사람이 추정해 볼 수밖에.      


‘꼬리가 물에 적시는’ 의미는 무엇인지?, 

‘이로울 점이 없다’라는 무슨 뜻인지?,

그래서 작은 여우는 어떻게 되었다는 뜻인지?     


이 모든 숨겨진 이야기를 

모든 사람이 알기 쉽게 풀어보면 

이런 뜻일 것이다.     


마디 2


      ❝ 

    작은 여우 소호

 

여우들은 걱정이 매일매일 산만큼 크다.


하루하루 버티면서 사는데

들개, 늑대 떼 등이  

겨우겨우 먹고사는 생활마저도 

위협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작은 여우 소호는 

매일 먹거리 걱정하며 

힘들게 살아가는 것에 영 불만이다.      


큰 개천 저편에 먹이들이 넘쳐나지만 

여우들은 거센 물살이 무서워 

건너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기 때문이다.     


작은 여우 소호는 

다른 여우들보다 용감하고 꾀가 많아 

여우들로부터 칭찬을 흠뻑 받고 있었다.      


작은 여우 소호는 비록 아직 어리지만 

어른 여우에 못지않게 꾀를 부려 

늑대 떼들을 날렵하게 피해 다녔다.      


또 산토끼를 잡는 등 사냥 결과는 

동료 여우들보다 월등히 좋았다.     


여우들은 이런 작은 여우 소호를   

미래에 빛날 ‘희망의 별’이라고 

추켜세웠다.      


작은 여우 소호도 

뽐낼만한 ‘희망의 별’이란 소리에 우쭐해서  

모든 여우에게 큰소리치고 다녔다.     


“내 몸집이 지금보다 훨씬 커져 

어른 여우 키 높이 재는 나무에 닿을 수 있다면  

먹거리 걱정을 하지 않게 

내 힘으로 꼭 큰 개천을 건너갈 것.”이라고 

떠들어댔다.      


날이 갈수록 작은 여우 소호는

‘희망의 별’ 임을 한껏 으스대며 

이미 개천 건너 저편에 다다른 것처럼 

호들갑을 떨고 다녔다.      


얼마만큼 시간이 흘러

작은 여우 소호는 

이제 몸집이 작다는 핑계로  

부풀려진 말을 다시 주워 담을 수도 없었다.      


작은 여우 소호의 몸집이 

어느새 어른 여우 키 높이 재는 나무에 

닿을 정도로 커졌기 때문이다.     


마침내 작은 여우 소호가 

큰 개천을 건너겠다고 

말한 그날이 다가왔다.      


작은 여우 소호는 한편 두렵기도 했지만  

그렇다고 주눅은 들지 않았다.      


거센 물살이 위험하지만 

작은 여우 소호는 

약속을 지키려고 물속으로 들어갔다.      


처음에는 물밑 땅을 걷는데 쉬었다. 

그러나 점점 물살이 거세져 

위험을 무릅쓰고 헤엄쳐야 했다. 


힘들게 헤엄쳐서 이제 몇 발짝만 더 가면 

저편에 닿을 수 있었다.      


그런데 작은 여우 소호는 

거의 다 건너갈 즈음 

꼬리가 물에 적시는 것을 눈치챘다. 

물이 깊다는 뜻이다. 

또 힘이 빠졌다는 증거이다.     


그렇지만 작은 여우 소호의 귀에는 

‘힘내라! 으~샤’하며 

많은 여우의 힘찬 응원 소리만 들렸다.      


또 작은 여우 소호는 

‘조금만 더 가면 동료 여우들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 수 있는데

마지막 힘을 내야지.’ 하면서 

자존심을 자극하는 유혹의 소리로 

온통 머릿속을 뒤흔들었다. 


뒤에서 줄기차게 미는 동료 여우들의 함성에  

힘입어서,

또 앞에서 끌어당기는 

내부의 자존심을 자극하는 

유혹의 소리에 팔리어, 

작은 여우 소호는 

죽기 살기로 헤엄쳤다.     


마지막 젓 먹은 힘까지 모두 끌어내어

몇 발짝 안 남은 거리를 가기 위해.          


❝ 

도대체     


작은 여우 소호는 물살을 이기고 

개천 건너 저편에 닿았을까?      


아니다. 

작은 여우 소호는 안타깝게도 힘이 부족해서 

얼마 못 가 더 이상 헤엄치지 못하고 

물에 빠져 죽고 말았다.      


도대체, 왜? 

꾀가 많아서 상황 변화에 늘 잘 대응하는 

희망의 별, 작은 여우 소호가 죽다니? 

여우들은 믿으려 하지 않았다.      


여우들은 작은 여우 소호가 

죽은 이유에 대해 

서로 옥신각신하며 수군댔다.      


큰 개천 건너 넘쳐나는 토끼 등 

풍부한 양식거리에 홀려서 

생명의 중요함을 잊은 것이라는 등,      


‘그까짓 것, 한 번 죽지 두 번 죽나? 

죽기 살기로 매달리면 못 이룰 일이 있나?’라고 

달콤하게 유혹하는 자존심을 꺾지 못한 것이라는 등,      


‘큰 개천은 아무나 건너나? 

괜히 깜냥도 안 되는 주제에 

잘난 체하는 놈!’이라고 

시기하고 의심하는 동료 여우들의 눈초리가 싫어서 

무리하게 도전한 것이라는 등.      


그러나 현명한 어느 어른 여우는 

“작은 여우는 

힘들게 헤엄쳐 건너온 거리가 

헛된 일로 되는 것을 

몹시 아까워했기 때문이지.”라고 말했다.      


결국 현명한 어른 여우의 말에 따르면

작은 여우 소호는 살고 죽는 중요한 순간에

사는 쪽으로 거침없이 결정했어야 했는데, 

힘들게 헤엄쳐온 성과가 아깝다는 생각에 

망설거리다 살 기회를 놓쳐버렸다.      


살 수 있는 기회는 딱 한 번 

바로 ‘꼬리가 물에 적실 때’이었다.      


꼬리가 물에 잠기면 

물이 깊고, 힘이 빠졌다는 신호인 것을 

작은 여우는 정말 몰랐을까?      


아니다. 

작은 여우 소호는 이미 알고 있었다. 


하지만 헤엄쳐 건너온 애쓴 노력을, 

거센 물살을 이긴 자랑스러운 성과를, 

포기하기 싫어서 

이를 악물고 건너려다 일을 당했다.      


그 짧은 순간에 

‘내 사전엔 포기란 없다’란 

이상한 자존심이 꿈틀대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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