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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파노 Aug 16. 2023

책에 숨겨진
‘큰 여우’ 이야기

-주역에 나온 동물, 식물 그리고 무생물 2

마디 1

     

주역의 ‘작은 여우 이야기’는 

주역에서는 언급은 없지만 

‘큰 여우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일 것이다.      


즉 작은 여우는 죽었지만 

‘어떻게 해야 물을 건널 수 있을까?’를

작은 여우의 죽음에서 

반면교사(反面敎師)처럼 깨닫기를 원했기 때문에.


썩어 없어질 남들을 의식한 

그놈의 자존심 등이 결국은 짐이 되었으니

큰 여우는 그러질 않기를 바라면서.      


마디 2     


❝ 

큰 여우 대호’      


희망의 별 작은 여우 소호가 

비록 실패했으나 

용감하게 거센 물살에 도전한 이야기는 

여우들 사이에서 자주 이야기되곤 했다.      


아무도 그런 용감함을 

실천으로 보여 준 여우는 없었으니까.     


큰 여우 대호는 소호에 비해 

한 해 일찍 태어나서 

몸집은 훨씬 컸다.      


그러나 대호는 여우들 가운데 

꾀가 번득이지도 않는 등 

그저 평범한 여우에 불과하였다.      


큰 여우 대호는 잔꾀를 부려 

빨리빨리 일을 추어 나가는 재주가 없어

많은 여우로부터 

‘어떻게 살아갈지 대책 없는 여우’라고 

늘 놀림거리가 되었다.     


그렇지만 큰 여우 대호는 

그런 소릴 들을 때마다 시무룩했다.


그러나 ‘괜찮다, 너는 끈기 있게 해내는 뚝심이 있잖아, 

요령보다는 뚝심이 나을 때가 많지.’라고 

늘 다독거려 주는 

아빠 여우의 말을 생각하곤 했다.      


또 큰 여우 대호는 

고리타분하다고 싫어했던 

아빠 여우의 가르침을 

새록새록 떠올리곤 했다.     


특히 아빠 여우가 가르친 

‘꼬리’의 참뜻을 진심으로 깨달으면서.     


“꼬리를 다른 여우들처럼 

뽐낼 거리로 내세우지 말라.     


꼬리는 몸 상태를 점검하는 신호기이니 

항상 위를 향해 바짝 세워라.      


만약 꼬리가 처지면 쉬라는 신호이니 

절대 무리하지 말라 등.”      


다른 여우들은 바람에 나부끼는 

꼬리털을 한껏 뽐내고 다녔다. 


큰 여우 대호는 그럴 수가 없어 

한때는 아빠 여우 가르침을 

싫어한 때도 있었다.     


하지만 큰 여우 대호는 

이제 와 곰곰 생각하니 

동료 여우들이 꼬리털을 뽐내려고 

멍청이 짓 한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동료 여우들은 늑대들의 습격으로 

위태로운데도 꼬리털이 상할까 봐 

거친 수풀을 피해 좋은 길만을 찾아 도망가다가 

어처구니없이 죽는 사고를 종종 당하곤 했다.     


이제 큰 여우 대호는 

꼬리를 젠체하지도 않았고

항상 위를 향해 바짝 세우고 다녔다.      


또 꼬리가 처질 때면 

누가 뭐래도 

그늘에서 낮잠을 자는 등 푹 쉬었다.      


또 큰 여우 대호는 

먹거리 난에 부닥칠 때마다

작은 여우 소호처럼 

개천 건너 저편에 가야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느꼈다.     


큰 여우 대호는 

“그래, 뚝심으로 물살에 도전해 보자.”라고

다부지게 마음먹었다.     


그러나 다른 여우들은 

큰 개천을 건너려 모험하지 말라고 

큰 여우 대호를 달랬다.     


대신 그런 노력으로 

이웃의 영토를 빼앗아 영역을 넓히면 

먹을 것도 더 많이 생길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큰 여우 대호는 

늑대들의 위협을 생각할 때

영토를 넓히자는 주장은 

말 잔치일 뿐이라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았다.     


결국 싸움만 주장하는 동료들에게 

대호는 배신자이며  

혼자만 아는 이기주의자로 찍히었다.      


그럴수록 큰 여우 대호는 

물살을 보란 듯이 이겨야 했다.      

큰 여우 대호는 연습 삼아   

물살에 도전하기로 했다.      


마침내 대호는 동료 여우들의 응원도 없이 

물을 건너려 당당하게 도전했다.      


큰 여우 대호는 물살을 이기려 헤엄치면서도 

아빠 여우의 가르침 대로 

꼬리를 위로 향해 바짝 세웠다.      


그런데 건너 저편에 닿기엔 꽤 멀었는데 

꼬리가 물에 적시는 낌새가 보였다.     


대호는 망설이지 않고 

바로 돌아오는 방향으로 헤엄쳤다.

왜냐하면 바짝 세운 꼬리를 지탱할 수 없으면 

힘이 모자람을 알리는 신호이니까.      


이때 큰 여우 대호는 

헤엄쳐 건너온 거리가 

아깝다는 생각도 얼핏 스쳤지만 

연습 삼아 한 도전이라 아쉽지 않아 

바로 포기할 수 있었다.      


또 큰 여우 대호도 

‘동료 여우들 앞에 당당하고 떳떳하게 나서려면 

반드시 성공해야지.’ 등 

더 힘차게 나가라는 자존심을 자극하는 

유혹의 소리에 넘어갈 뻔했다.     


그러나 큰 여우 대호는 

‘죽으면 기회는 영영 없는데, 

다시 얻을 도전하는 기회가 훨씬 더 소중하지.’라는 

생각이 들어 자존심을 이길 수 있었다.      


❝ 

호웅이는 물살에 또 도전할까     


대호는 살았으나 물에 빠진 생쥐처럼 

볼품없이 처량하게 고향으로 돌아왔다. 


다른 여우들은 뼈 아픈 소리를 해댔다.      

“희망의 별, 소호도 이기지 못한 물살을?

대호가 이기겠다고? 

이곳에서 영토를 넓힐 생각은 안 하고. 

꼴에 모험하겠다고 나서더니만, 

저 볼썽사나운 꼬락서니 하고는.”


또 대호는 ‘실패자’란 소리를 

귓가에 딱지가 붙도록 들었다.      


그러나 대호는 비난 소리를 들으면서도 

좋은 먹거리가 있는 

큰 개천 건너 저편을 잊을 수가 없었다.      


왜? 

희망이니까. 

뚝심으로 해보자고 마음을 정했으니까.      


❝ 

새롭게 도전하는 대호’      


이제 큰 여우 대호는 

마음 나눌 친구도 없었다.

그러나 뚝심이 있기에 무너지지 않았다.      


또 큰 여우 대호는 꼬리가 물에 잠기면 

지난번 연습 삼아 도전할 때처럼  

즉시 돌아와 쉬겠다고 굳게 다짐했다.     


그리고 큰 여우 대호는 

언제라도 돌아올 때를 대비하여 

힘의 40%는 아껴 놓아야 하는 것도 

연습 삼아 도전한 경험에서 알았다.      


특히 큰 여우 대호는 

자존심, 남들의 눈총 등이 

뒷덜미를 잡고 놓아주지 않는 것도 

도전했던 경험에서 뼈아프게 느꼈다.     


마침내 큰 여우 대호가  

또 도전하는 날이 왔다. 


물살 센 큰 개천을 건너려 

힘차게 물에 들어갔다.      


큰 여우 대호는 

이번엔 물살을 이기고 성공했을까? 

정말 큰 여우는 어떻게 되었을까?     


어느 현명한 어른 여우는  

“큰 여우 이야기의 결말은 

큰 여우를 사랑하는 자들의 몫이지.”라고 말했다.      


큰 여우를 사랑하는 자들이 

남겨 놓은 이야기 결말은 이러했다.


❲큰 여우 대호는 

이번에도 중간에 돌아와야 했다. 


그러나 연습일 뿐이라 생각하니 

서운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큰 여우 대호는 

‘능력도 없는 멍청이’라고 

동료 여우들이 비난하는 소리를 

또 지겹도록 들어야 했다.     


큰 여우 대호는 그런 비난의 소리 때문에 

우울해하거나 풀이 죽어지내지 않았다.      


대신 큰 여우 대호는 

‘성공은 실패를 여럿 겪은 후에 

얻어지는 선물과도 같은 것’임을 

되뇌고 되뇌었다.     


다행히도 이번의 실패는 

지난번보다 훨씬 나아졌다.

누가 보아도 

곧 건너 저편에 다다를 것이라고 느꼈으니까. 


큰 여우 대호는 자신감을 얻어 

물살에 도전할 계획을 

다시 세밀하게 세웠다.      


꼬리는 몸 상태의 신호기이니  

처지는 순간 바로 돌아오겠다는 

아빠 여우와의 약속도 잊지 않고 

꾹꾹 다져 놓았고,      


이제껏 힘이 빠지기 전에 

빨리 헤엄쳐 가기 위해 노력했다면

이번엔 물속에서 

오랫동안 견디는 연습도 

충분히 했다.      


오늘도 큰 여우 대호는 

뚝심이 있기에 지치지 않고

연습에 연습을 거듭한다.


곧 개천 건너 저편에 

여유 있게 닿을 것임을 확신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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