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역에 나오는 동물, 식물 그리고 무생물 4
마디 1
주역의 1-1에는
“물에 잠긴 용이니 쓰지 말아야 한다
[잠룡물용(潛龍勿用)].”라고 기술되어 있다.
잠룡(潛龍)은 ‘물에 잠겨 있는 용’이란 뜻이다.
왜 ‘물에 잠긴 용’은 쓰지 말라고 하는가?
마디 2
주역은 군더더기가 없다.
단순하고 명료해서 뜻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또 쉬운 말로 되어 있어서 이해하기가 쉽다.
그런데 왜 어렵다고만 할까?
은유적 표현을 자주 하기 때문이다.
용(龍)이라고 굳이 쓴 이면에는
모든 사람이 수긍하고 공감할 수 있는
‘용의 자질을 갖춘 사람’이라는 뜻이다.
즉 ‘비범한 성품으로
훌륭한 사람이 될 자질을 갖춘 사람’
이라는 뜻이 숨겨져 있다.
그런데 주역은 훌륭한 사람이 될 만한 소년에게
가슴을 후벼 파는 뼈아픈 소리를 하고 있다.
아마도 주역은 소년의 하소연을 듣고
이런 뜻으로 말했을 것이다.
“이보게 00(초구) 소년,
지금은 자신을 내세울 때가 아니니
물에 잠긴 용처럼 숨어 지내야 한다.
숨어서 자기 연마를 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고 마구 휘둘려 살고 있으니
지금은 용의 자질을 써서는 안 된다.”
주역은 쉽게 말하는 것 같지만
말속에 비수를 담아 생각해 보라고 이른다.
주역은 먼저 비범한 용의 재질을 갖춘 소년이라고
용을 언급하여 불러준다.
그런 다음 본격적으로
직면의 방법을 써 가슴을 아프게 하고 있다.
즉 소년은 용의 자질은 타고난 것은
칭찬받을 일이지만
일찍부터 나대며 이름 석 자를
세상에 알리려고 나서니
용의 자질을 그런 데 함부로 쓰지 말라고 말한다.
어떤 말을 하기 전에
우선은 그 사람의 장점을 스스로 알게
말을 전해야 한다.
즉 격려로 비범한 자질을 지닌 용이라고
먼저 격려해주어야 한다.
격려는 말 서두에 담아서.
그래야만 말이 끝날 때까지
‘나는 비범한 사람답게
뭔가 품성에 맞는 훌륭한 일을 해야 할 텐데!’ 하며
자신을 도전하는 마음으로 채워주기 때문이다.
그런 다음 꼭 알려주고 싶은 말을
직면의 방식으로
가슴으로 깊게 느껴보라고 말한다.
즉 물에 잠기어 내세우지 않고 숨어 지내면서
하늘은 나는 용이 될 자질을 연마해야 하는데
이름 석 자를 알리려고 미리부터 나대니
어디 용의 자질을 갖춘 사람이
할 짓이 아니지 않은가?
그런 데에 비범한 용의 자질을 쓰지 말라고
뼈아픈 소리를 한다.
주역의 이 말에
소년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아마도 소년은 후회하는 마음을 넘어서
도전하는 감정이 치솟을 것이다.
“잘 났다고 이름 석 자를 알리려고
미리부터 내세우는 짓거리를 후회하지만
‘그래 지금부터라도 비범한 용의 자질을 키워
훌륭한 사람이 되도록 해야지!’”라고
소년은 두 주먹을 불끈 쥐고
힘차게 앞으로 나설 것이다.
주역은 직면의 방식을 아주 선호한다.
말 수를 단순하게 줄이며
하고 싶은 말을 해주되
듣는 소년의 감정에 공감하면서
말을 해주려 하기 때문이다.
직면의 방식은 이 같은 장점이 있지만
듣는 사람에게 반발하려는 마음을
생기게 하는 것이 단점이다.
그러므로 은유 기법을 사용해서
‘잠용’이 무엇인지 한참 동안 생각하게 만든다.
또 용(비범한 자질이 있어 훌륭하게 될 사람)이라고
소년의 장점을 끄집어내어 격려하여
일어날지 모르는 반발을 잠재우고 있다.
우리는 상대방의 장점을 알게 해
용기를 내게 하는데
인색하지 말아야 한다.
그러려면 상대방의 장점을 찾는 일부터 해야 한다.
그것도 대화의 서두에
상대방의 장점이 배어 나오게.
이것이 쉬운 일인가?
뒤에 말이 직면의 방식이든
그냥 일상의 대화이든
칭찬은 꼭 필요하지만
우리는 그냥 잊고 지내는 경우가 많다.
대화를 잘하려면
부단히 연습하는 길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