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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파노 Sep 07. 2023

비룡(飛龍)이 되기까지

-주역에 나오는 동물, 식물 그리고 무생물 5 

마디 1

     

주역의 1-5에는 비룡(飛龍)이 나온다. 

비룡은 ‘하늘을 나는 용’이라는 뜻이다.      


하늘을 나는 위치, 

즉 자질이 영웅의 지위까지 갔으면 

더 이상 오를 곳은 없다.     


그런데 주역은 

나는 용이 하늘에 있으니 

대인을 보아야 이롭다

[비룡재천(飛龍在天이견대인(利見大人)],”고 한다.      


대인은 ‘실무에 정통한 전문가다운 사람’을 가리킨다. 

비룡 즉 영웅은 

실무에 정통한 사람을 만나야만 

당당히 뜻을 펼 수 있다는 의미이다. 

유방이 장량을 만나듯이.     


비룡 즉 영웅이 되기까지 

어떠한 모습으로 커 갈까?      


마디 2     


영웅은 지혜와 재능이 뛰어나며

어려운 일을 척척 해낼 수 있을 정도로 

용맹함이 빛나는 비범한 사람이다.     


그렇다고 평범한 보통 사람은 

영웅이 될 수는 없을까?      


될 수 있다.

주역에 나오는 다음의 3가지 점을 지킨다면.     


첫째는 남들의 비웃음을 사더라도 

비룡 즉 영웅이 되겠다는 뜻을 항상 밝힌다.      


둘째는 숨어서 꾸준히 자기 연마를 하되 

겉으로는 항상 모자라는 듯이 연출을 한다.      


셋째는 꾸준히 배운 것을 실천하되 

항상 실무에 밝은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다.     


왜 3가지 점이 필요한지는 

주역이 밝히는 영웅이 되기까지 과정에서

찾을 수 있다.      


소년 시대에는 주류의 언저리에서 

빙빙 돌며 이름 석 자를 알리려고 

앞에서 나대었다.      


그러나 소년은 ‘어떻게 살면 영웅이 되나?’에

대해 주역으로부터 상담을 받는다.      


그때 주역은 

“잠룡 즉 물에 잠긴 용이 되어 

세상에 얼굴을 드러내지 말라”라고 타이른다.     


그 소년은 그 말에 깊이 느껴 

얼굴을 드러내려 이름 석 자를 알리는 것을 멈추고  

숨어서 꾸준히 자기 연마에 힘쓴다.      


그런 결과로 20대 약관의 나이에 

책임자가 되어 보란 듯이 

또 사람 앞에 나선다. 


이때도 주역은 

겉모양만 용처럼 보이지만 

아직은 밭에서 경작에 힘쓰는 등 

보통 사람들과 더불어 같이 생활하라고 이른다.      


또 주역은 유능한 대인을 전문가로 모셔 

함께 책임자 일을 소신껏 하라고 이른다.      


소년은 30대가 되어 

뜻대로 되는 것이 없어 방황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때도 청년은 

주역으로부터 깨달음을 얻어  

그의 모습을 일신하는 방향으로 다진다.      


즉 주역은 일이 많아서 대충대충 하지만 

자기 자신을 돌이켜 

매일 저녁이면 후회한다며 

현명한 사람이라고 불러주어 기를 북돋아 준다.     


그렇지만 주역은 청년에게 

‘일 못하는 사람이란’ 남들을 의식한 마음에서 벗어나 

한센병 환우를 뚫고 지나가듯 

용기를 가지고 대처하라고 한다.      


그러면 주역은 남들의 비웃음 걱정은 

없을 것이라고 토닥거려 준다.     


40대가 되어 그 사람은 

‘일어나서 무언가를 보여주어야 할 텐데?’ 하며 

자기 자신의 존재성을 드러내려 애쓴다.      


이때도 주역은 

타고난 능력으로는 연못을 날아 

건너편에 갈 수도 있지만     


만약 그렇게 한다면 

시기하는 사람이 벌떼같이 달라붙을 것이다.      


그러니 연못을 넘어 날지 말고 

일부러 연못에 빠지는 연출을 하라고 이른다.      


왜 그럴까?      

만약 연못을 뛰어넘으면 

드디어 하늘을 나는 비룡이 태어났다고 

뭇사람들의 관심이 

폭죽 터트리듯 시끌시끌할 것이다.     


그러면 틀림없이 비룡이라고 자처하는 

현 권력을 쥔 사람으로부터 

시기와 견제가 

홍수가 넘쳐나듯 몰아칠 것이기 때문이다.     


이를 이겨 낼 자신이 있나?      

이겨 낼 자신이 없다면 

‘연못을 뛰어넘을 수 있다.’라고 

꾸준히 비룡이 되고자 하는 비전을 밝히되,      


연못에 빠져 허우적대는 모습을 연출하여 

뭇사람의 관심이 집중되는 것을 

피하는 것이 낫다. 

실제로는 연못을 뛰어넘을 수 있지만!     


드디어 50대가 되어 감추었던 

비룡 즉 영웅의 모습을 천하에 알린다.      


이때도 실무에 정통한 사람을 늘 곁에 두어

전문가와 함께 영웅의 면모를 밝힌다.      


보통 사람이 비룡이 되기까지 

3가지 점을 

세대별 삶에서 훑어보았다.      


영웅이 되겠다는 투철한 의지,

연출까지 하며 드러나지 않고 행하는 자기 연마,

실무에 정통한 사람을 곁에 두는 안목.     


이 3가지 점은 오늘날에도 

적용될 것이다.     


아직은 잠룡(潛龍), 현룡(見龍)만 눈에 보이고

진짜 비룡(飛龍)은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다.      


비룡은 숨어 나타낼 때가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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