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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파노 Sep 14. 2023

하늘을 일사불란하게 나는 기러기

-주역에 나오는 동물, 식물 그리고 무생물 6

53-3에는 하늘을 나는 일사불란한 

기러기 떼 모습을 

바람직한 리더십의 전형으로 그리며 


그런 기러기같이 리더십을 행사하겠다고 

다짐하는 청년이 나온다.

      

그 청년은 심한 수치심으로 어쩔 줄 모른다. 

사내대장부가 여성이자 후배로부터 

책임자에서 밀려났기 때문이다.      


그 청년은 짙은 수치심을 가진 것 자체가 

크나큰 약점이다.


그러므로 이를 덮으려고 

아래 여성들을 강압적으로 대한다.      


수치심을 갖지 않은 척, 

척하는 청년의 삶은 

날이 가면 갈수록 굳세어진다.      


청년은 성과를 중시하는 

권력자에게 잘 보이려고 

강력한 리더십에 집착하기 때문이다.      


마치 앞에서 나는 기러기의 호령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대오를 갖추어 

하늘을 나는 기러기 떼들처럼.     


주역은 그런 청년에게 상담해 주면서 

이렇게 말한다.      


기러기가 육지로부터 점점 나아가네요.

남편이 먼 길을 가서 돌아오지 않는군요.

부인이 분만하더라도 기르지 못하니 흉합니다.

도적 떼를 방어하는 것이 이롭군요.

[홍점우육(鴻漸于陸부정(夫征불복(不復

부잉(婦孕불육(不育(이어구(利禦寇)]”     


이 말은 쉬운 듯하지만 

뼈아픈 직면시키는 뜻이 숨어 있다.


‘대장 기러기가 된 것처럼 

기러기 떼를 호령하여

하늘을 일사불란하게 날아가기를 원하지만      


그런 기러기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하늘이 아닌 육지에 있는 처지이다.     


그러니 돋을 힘도 기르고 

장거리 비행에 필요한 지구력도 길러야 하므로 


리더십을 잘 구사하게 

좀 더 자신을 연마해야 하지 않겠느냐?’라고 

청년의 얼굴을 당혹하게 만든다.      


그런 후 주역은 리더십의 모습을 

현실에서 잘 느껴보라고 명료화시켜

알아듣게 얘기를 또 한다.     


‘남편들은 먼 길을 갔다고 

핑계를 대며 돌아오지 않으니 

일할 사람은 부인네밖에 없다.     


그러니 아기를 낳은 부인들도 일에 동원되어

일하느라 아기 양육도 제대로 안 되고 있다.’라고 

잘못된 리더십의 모습을 

청년에게 말하고 있다.      


이렇게 명료화시켜 이해시킨 다음

이제까지 말한 맥락에 비추어 사정을 종합하여

‘흉하다.’라고 평가를 해준다.      


그러나 이때 청년은 

직면과 명료화로 이해는 되었지만

직면으로 가슴이 쓰린 데, 


또 ‘흉하다’라고 평가해 준 말에  

‘반발하고 싶은 감정’이 차오른다.      


‘짙은 수치심으로 얼마나 마음이 상한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 테지.

그러니 쉽게 흉하다고 평가할 거야!     


서투르게 일하는 여성들을 

좀 위압적으로 대했다고 뭐라고 하니, 


그렇게 다그쳐서 일하지 않으면 

성과도 하나도 생기지 않고, 

짙은 수치심을 만회할 기회도 없으니, 

나는 어찌하란 말인가?’     


이처럼 청년은 리더십이 잘못된 것을 

고치려 하지 않고 반발심으로 

어긋나게 나갈 수 있다.      


그래서 주역은 마지막으로 반발을 잠재우고

또 리더십의 잘못된 점을 고치게 

다음 말을 해 준다.      


‘무서운 도적 떼가 쳐들어온다면 

너, 나 할 것 없이 모두 나서서 

방어하기 위해 서로 협조적으로 나갈 것이다.’라고.     


즉 일방적인 강압적인 리더십으로는

좋은 성과를 낼 수 없으며   

다 같이 협력적으로 일해야 한다고 

리더십의 모습을 고치게 하고 있다.      


주역은 이와 같은 내용을 

직면-명료화-평가-반발 억제책으로 

정신분석학파의 해석방법을 써서

청년의 리더십을 고치게 하고 있다.

(해석방법의 설명은 책 ‘상담으로 만난 동서양의 심리’ 참조)     


기러기는 높은 하늘을 시옷 자 형태로 

열을 지어 일사불란하게 높이 나른다. 

대장 기러기의 호령에 따라.      


그래서 ‘리더십을 잘 구사하는 사람’을 

기러기로 은유했다.     


그러나 하늘을 높이 나는 기러기가 되려면 

어느 날 하루아침에 

바로 되는 것이 아니다.

반드시 중간 과정을 거쳐야 한다.      


주역은 물가의 마른 곳(간, 干), 

넓고 평평한 너럭바위(반, 磐),

높고 평평한 땅(육, 陸),


나뭇가지(목, 木)

큰 언덕(릉, 陵) 등을 

하늘길로 가기 위한 

반드시 거쳐야 할 곳으로 나열하고 있다.     


물가의 마른 곳까지 

힘들게 늪을 빠져나오는 과정을 거쳐야 하고

마찬가지로 너럭바위에 오르기까지 

힘을 키우려고 섭생을 깐깐이 해야 한다.      


이후 육지에서 나뭇가지로 

다시 높은 언덕 위로 가기까지 

그에 필요한 힘을 길러야 한다.      


높이 나는 기러기처럼 되려면 

이렇게 나이 오십까지 자기 연마를 게을리하지 않아야 

그때야 비로소 하늘길을 멀리, 높게 날아갈 수 있다.      


저 위대한 링컨 대통령은 

라이벌까지 끌어안은 포용의 리더십을 행사했다.      


적까지 끌어안은 리더로까지 성장하기 위해서는  

어느 심리학자가 말하듯 

‘다른 사람의 눈으로 보고,

다른 사람의 귀로 듣고, 

다른 사람의 가슴으로 느끼는’

사회적 관심의 폭을 넓혀야 하는데.


나는 정말 그러한가? 

멀고 멀 것이다.

주역은 나이 50대까지 노력하라고 했으나 

나는 죽기까지 노력하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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