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디 1
A 씨: 구조조정 기업의 매각처리 뒤에는 왜 잡음이 끊이지 않을까?
B 씨: 탐욕이 작용해서 그렇지.
A 씨: 공정성을 표방했는데도? 공정성 뒤에는 장막으로 가려진 욕심이 있다, 그런 건가?
B 씨: 많이 가진 자는 많으나 충분히 가진 자는 없는 법이니까.
마디 2
신년도 인사가 단행되어 K 부장이 부임했다. K 부장은 업무를 재편하여 공정하게 할 요량으로 두 명의 선임팀장들에게 부 업무 개편에 관한 지시를 내렸다.
그러나 지시한 지 1주일이 다 되어도 부서 업무 개편에 관한 보고는 종 무소식이었다. 부장은 아래 직원들과 간담회를 하다 보니 실상을 알 수 있었다.
선임팀장들은 업무 욕심 때문에 서로 싸우느라 좀처럼 진척이 없었다.
부장 밑에는 두 명의 선임팀장이 있었는데 생색나는 좋은 업무는 서로 가지려 하고 부담만 많은 나쁜 업무는 서로 피하여 업무조정이 늦어지고 있었다.
또 말 잘 듣는 좋은 직원은 서로 자기 식구로 거느리고 싶고
고집이 세고 드센 직원은 자기 식구로 데려오기를 꺼려서다.
K 부장은 1주일을 더 주고 충분히 고민해서 결정하되
부서 업무 개편은 최종으로 부장 소관 사항이므로 부장이 고칠 수도 있음을 밝히었다.
드디어 시한이 다 되어 조정을 마친 부 업무 개편안이 부장에게 보고되었다. K 부장은 업무 개편안을 보지도 않고 다음과 같이 물었다.
“공정하게 만들었지요? 어느 쪽 업무를 맡긴다 해도 업무 개편안이 공정하지요?”라고.
두 선임팀장은 그렇다고 대답했다.
부장은 “공정하게 나누어진 업무를 손대는 것은 옥상옥이고, 누가 맡아도 공정하다 하니 개편안을 따르되 선임팀장 소관을 서로 맞바꾸면 괜찮겠네요, 이의 없지요?”라고 말했다.
의외의 결정이었다. 개편안을 기본으로 몇 가지 업무를 손을 댈 것으로 기대했으나 선임팀장의 소관을 바꾸다니? 허를 찔린 선임팀장들은 공정하다고 2주를 끌어 만든 안을 부정할 수도 없었다. 공정성을 등에 업고 부서 업무 개편안은 원안대로 통과되었으며 다만 선임팀장의 소관 사항만 맞바꾸었다.
K 부장은 좋은 업무를 중심으로 내 사람을 지키려던 선임팀장들의 욕심을 단칼에 무너트렸다. 밀고 당기던 선임팀장들의 업무 개편 싸움은 결국 K 부장의 장악력만 높이었다.
나는 당시 말단 대리여서 업무 개편안에 구경꾼이었으나 K 부장의 장악력을 보면서 언뜻 사과 나누기 원칙을 떠올렸다. 사과 나누기 원칙만큼 공정한 게임이 없다. 나는 공평하게 자르고 상대방에게는 자른 것에 대해 선택할 수 있는 우선권을 준다. 그러면 불평불만 없이 공정하게 자른 사과를 나누어 먹을 수가 있다.
사과 나누기 원칙이 공정한 것은 배분권과 선택권을 각각 다른 사람이 가지는 데 있다. 두 선임팀장은 업무 배분에 참여했으므로 제외하고 부장이 공정한 심판자로 나서 업무 선택권을 행사했으니 사과 나누기 원칙을 지킨 것과 다를 바가 없다.
공정성 뒤에는 더 가지려고 하는 사람의 욕심 때문에 늘 상 시비가 끊이지를 않는다. 욕심이 많은 사람은 언제나 가난하다.
나는 이따금 그날의 업무 개편안과 사과 나누기 원칙을 생각하며 ‘가난한 사람은 적게 가진 자가 아니라 많이 바라는 자다’라는 말을 되뇌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