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M대로 하는 것

by 스테파노

독일어에 ‘Alles in Ordnung’이 있다.

영어의 O.K(okay)와 같은 뜻으로

‘모든 것이 차례차례 순서가 잡혀 정상이다’라는 뜻이다.

즉 모든 것이 순서대로 이루어지면 만사 O.K이다.


여행하다 독일 농촌 풍경을 보면

정확히 자로 재서 잘라놓은 가지런한 장작더미를 자주 본다.

집마다 있는 장작더미가 그처럼 하나같이 똑같은 사이즈로

단정하게 정리해 놓을 수 있는지 신기하기만 하다.


또 어느 독일인 차고에 가보아도 연장이 종류별로

벽에 가지런히 정리해 놓은 것을 보곤 한다.

일 처리 방식도 정해진 방식대로 그대로 이루어진다.

우리 사고방식으로는 답답하리만큼 원리 원칙대로 한다.

마치 FM 방식으로.


‘에프엠 방식으로 한다.’라는 원리 원칙대로 한다는 뜻이다.

원래 FM은 군대에서 야전교범(Field Manual)을 일컫는다.

교범대로 지킨다는 말이

‘책에 따라 원리 원칙대로 한다.’로 변한 것이다.


정말 FM 방식에 따라 곧이곧대로 하는 점은

독일인만 한 사람이 없는 것 같다.


인사 발령이 나 독일에서 근무하게 되었다.

하루는 외국인 등록을 하기 위해 독일 외국인 행정청에 갔다.

우리 차례가 되어 우리 가족과 함께 담당자 앞에 앉았다.


우선 가장인 나의 서류부터 정리하기 시작했다.

별도의 서가에 비치해 놓은 나의 서류철을 빼서

요모조모 살펴보고 새로 기재할 것은 기재한다.


그리고는 여권 등 관계 서류를 복사하기 위해서 자리에서 일어난다.

나는 준비해 왔다고 복사해놓은 것을 주었더니

이 일은 나의 일이라고 내가 복사해온 것을 밀쳐낸다.

그는 복사하러 뚜벅뚜벅 저쪽으로 걸어간다.

복사해서 나의 서류철에 정리해 놓고 다시 일어나 서가에 꽂아 둔다.


그리고는 집사람 서류철을 다시 꺼내온다.

전과 같은 방식으로 서류를 기재하고 복사도 다시 걸어가서 해 온다.

정리해서 다시 일어나 서가에다 꽂아 둔다.

아이들 서류도 마찬가지이다.


우리 행정관서도 이렇게 일 처리 방식을 설사 정해 놓았을지라도

대부분 공무원은 가족 서류를 한꺼번에 다 갖다 놓고

복사도 한 번에 모아서 해치워 일을 쉽게 빨리 처리할 것이다.


행정관서를 이용하는 주민들도 그렇게 하지 않으면

빨리 효율적으로 안 한다고 생난리를 펼 것이다.

‘철밥통 00들! 저렇게 일을 느려 터지게 하니, 세월이 좀 먹는다 이거지?’라며.


그 독일 공무원이 직접 서류를 복사하는 것은 옳다.

부정의 소지가 있을 수 있으니.


그러나 독일 공무원의 업무처리가

비효율적으로 너무 늘어진 것이 아닐까?


독일 사람이 능률 개념을 몰라서 그렇게 하는 것이 아닐 것이다.

서류가 쌓이면 실수, 오류가 생길 수 있다.

집안 가장의 서류에 비치해 놓을 것을

집사람 서류철에 정리할 수도 있고

때론 어느 서류철은 중간에 깜박하고 정리를 안 할 수도 있다.


그래서 서류는 그때마다 한 건씩만 처리해서

마지막에 개인별 서류를 제대로 정리했는지 다시 한번 체크하여

최종으로 제자리에 정리해서 놓는 방식이 맞다.


나는 그 독일인만 그렇게 하는 건지 그것은 잘 모르겠다.

하지만 독일인의 서류 정리 습관이

정해진 규정에 따라 움직일 것이고

다른 독일인의 행태도 역시 큰 차이가 없을 것이다.


효율성과 FM대로 하는 것,

융통성과 정확성 개념을 어떻게 적용할까?


다소 효율성은 떨어지나 정확성을 기한 일 처리가 정답일 것이다.

이제는 우리도 FM대로 일하는 방식을 잘했다고 격려하며

불편함을 느긋하게 참는 태도가 필요하지 않을까?

우리는 선진국의 주민이니까.

이전 01화휑하니 가슴에 찬 바람만 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