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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파노 Dec 05. 2022

어디로 튈지 모르는 화

마디 1

     

아이는 학교 운동장에서 친구들과 같이 놀았다. 아이는 그중 한 아이가 약을 올리는 바람에 꾹 참았던 화가 자기도 모르게 터졌다. 급기야 감정이 올라와 친구에게 주먹질했다. 한순간이었다.      


담임선생님이 나서고 두 아이의 엄마도 학교로 불려 왔다. 

다행히 두 아이는 서로 잘못했다고 화해했다.     


집에 와서 엄마는 친구에게 주먹질했다고 아이에게 뭐라 야단친다. 

‘주먹질하다니, 그것도 여자가, 남자에게. 화는 한순간이야. 아빠 보았잖아. 욱하는 성질이 얼마나 나쁜지 너도 알잖아.’라면서.     


엄마는 되도록 감정을 죽이면서 말하지만 애꿎은 아빠만 희생양이 되어 화살을 맞는다.     

아빠는 머쓱해서 ‘화는 자기도 모르게 분노로 치달아 일을 저지르지, 

아빠처럼 되지 말고 평소에 관리를 잘해야지. 마음대로 안 되지만….’라고 말한 후 안방으로 슬그머니 피한다. 

    

아이가 주먹질한 것으로 집안 분위기는 싸하게 가라앉았다. 아이는 아이대로 말이 없이 자기 방으로 피하고 엄마는 엄마대로 속상해서 애매한 거실 화분만 만지작거린다.     


마디 2     


두꺼비는 구렁이의 앞길을 막고서 약을 올린다. 두꺼비를 피해 구렁이는 가던 길을 가려 하지만 그때마다 두꺼비는 팔짝 뛰어 구렁이 앞길을 가로막는다.  그러기를 여러 차례 승강이하다가 구렁이는 화가 나서 결국 두꺼비를 날름 문다. 두꺼비의 노림수는 바로 이것이었다.


구렁이가 두꺼비를 무는 순간 두꺼비의 몸에서 독이 나와 구렁이는 결국 죽고 만다. 두꺼비는 제 새끼를 위하여 장렬한 죽음을 선택하고 두꺼비 새끼들은 죽은 구렁이 시체를 이용해 번성한다.     


마디 3     


구렁이는 두꺼비가 독을 품고 있어서 위험하다는 사실을 익히 알고 있다. 그러나 구렁이는 앞에서 알짱거리는 두꺼비 때문에 화를 불러일으켜 독 품은 사실을 한순간 깜박 잊었다.      

화가 나면 모든 것을 잊게 한다. 두꺼비가 독 품은 무서운 존재라는 것도 잊을 정도로. 아이가 주먹질하는 그 순간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모든 것을 잊게 하였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상황까지 가기 전, 그 짧은 순간을 어떻게든 잊어서 행사치 못한 분별력을 되살리어야 하는데?      

많은 화나 분노 관리하기 프로그램을 보더라도 늘어지게 설명하였으나 결론은 화나기 직전에 다시 생각해보는 ‘잠시 멈춤’의 시간을 갖도록 맞추어져 있다.      


어느 나라에는 ‘화가 나면 열을 세고 매우 화가 나면 백을 세라’라는 속담이 있다. 열을 세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순간을 뒤집어엎어 분별력을 다시 찾기를 바라면서. 누구는 화가 나면 물을 한 잔 마신다. 다시 생각해보는 시간을 얻기 위한 것이다. 또 누구는 사탕을 준비해서 다닌다. 화가 나려 하면 사탕을 꺼내 먹고 화를 내게 하는 사람에게도 주면서. 이것 역시 시간을 벌어 분별력을 되찾을 순간을 만들기 위해.      


열을 세던, 물을 마시던, 사탕을 먹던, 잠시 생각할 시간을 가지고 그 순간에 “너 화가 많이 났구나, 진정, 진정, 진정.”이라고 화난 마음을 알아차리고 스스로 위로해 주는 수밖에.     


아니면, 정말 아니면 화를 내게 하는 사람보다 더 큰 인물이 되어 화를 불러일으키는 사람을 무색하게 만들던지. 그러려면 화를 불러일으키는 사람을 잔꾀나 부리는 수준 낮은 사람으로 취급하고 큰 도량을 뽐내야 한다. 제갈량과 사마의의 싸움에서 사마의의 행동에서처럼.     


사마의는 대장군 체면에 핑크빛 여성 두루마기를 당당하게 걸치고 외려 차분하게 싸움의 부당함을 외치는 기개를 보였다. 제갈량이 화를 불러일으키려 여성 두루마기를 선사한 것은 잔꾀에 불과한 꼼수였음을 온 천하에 밝히는 꼴이 되었고.     


드라마를 보는 사람들은 제갈량의 씁쓰레한 표정에서 ‘잔꾀에 놀아날 싸움이 아니구나, 사마의가 화를 누르고 이겼다’라고 읽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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