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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파노 Dec 14. 2022

잣대

마디 1 

    

P 교수님께서 들려주신 이야기이다.      


하루는 한 여인이 간음한 죄를 용서받으려고 

가기 싫은 걸음을 용기를 내어 신을 모신 거룩한 곳으로 갔다. 

그러나 그 여인은 사제한테 나쁜 짓을 했다고 꾸지람만 실컷 들었다.     


참다못해 여자는 큰소리로 외쳤다. 

‘창조주 하느님은 간음한 여자든, 누구든 죄의식에 떠는 사람의 마음을 알기에 가능하면 덮어주려고 애를 쓰는데, 하물며 사람은 똑같은 사람끼리 기어이 잘, 잘못을 가려 벌을 주겠다고 나서니 도대체 이것이 옳습니까? ‘라고.     


마디 2     


주말이라 고속도로에서 차가 막힘은 당연하다. 그런데 한 차가 갓길을 이용하여 달려 나갔다. 앞 차는 갓길을 내닫는 차를 보면 부아가 치밀어 오르는지 씩씩거린다. 그때부터 준법정신이 강한 앞 차는 주행선과 갓길의 중간쯤에서 갓길을 점거하고 천천히 가고 있었다. 갓길을 이용하는 사람을 막기 위해서이다.      


앞 차의 예상대로 차 1대가 준법정신에 투철한 차를 앞지르려고 오른쪽 헤드라이트를 켜고 비켜달라 요구하고 있었다. 앞 차의 성향으로 미루어 볼 때 비켜 줄 가능성은 만무하다. 이번엔 쌍라이트를 켜고 비켜달라 요구하고 있었다.      


준법정신이 강한 앞 차 일행의 행태를 볼 때 부부간 나눈 상호 대화가 뒤 차에 있는 우리 일행에도 쉽게 짐작이 되었다. 아마도 이런 상호 대화였을 것으로 가늠된다.      


남편 : 에잇, 길이 막혀 짜증이 나는데, 저런 얌체 같은 사람 있기에 나라 꼴이 이 모양이지.

부인 : 앞에 가게 둬, 급한 일이 있는가 보지.     


남편 : 조금 전에도 한 차가 갓길을 신나게 달려갔잖아. 이번에는 안 돼, 누구는 빨리 갈 줄 몰라서 안 가나?

부인 : 아이, 참, 여보, 정말 급한 사람인가 본데….     


남편 : 공중도덕은 다 같이 지켜야 하지, 갓길은 저런 얌체 같은 사람을 좋게 하자고 만든 게 아니야.

부인 : 여보, 가로막고 있으면 어떻게 해, 쌍라이트 켜고 비켜달라고 하잖아, 틀림없이 급한 차 인가 본데…. 


    

사람의 잘한 일, 잘못한 일 속에는 사람마다 그럴만한 이유와 명분이 있다. 간음한 여자가 할 말이 있듯이 기어이 갓길을 이용하려고 애쓰는 사람에게도 할 말은 있을 것이다.      


만약 갓길을 이용하려는 그 사람이 혹시 분초를 다투는 급한 사람이었다면? 사람의 마음 속내는 구중궁궐처럼 복잡하여 감히 가늠하겠다고 잣대를 대다가는 참으로 실수하기가 십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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