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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파노 Dec 16. 2022

바람의 사전

시간으로부터 해방 - # 1

마디 1

     

나는 <바람의 사전>(책 ‘시간으로부터 해방’의 항목 중)을 읽고 또 읽는다. 처음 읽을 때는 어렵기만 했다. 번역문이기에 더 어렵게 느껴졌다.      

내용이 한 장, 한 장 넘기면서 읽는 재미가 붙었다. 지금은 단어의 의미를 생각하면서, 작가가 말하고 싶은 뜻을 헤아려 보면서 또 읽어 본다.      


내가 읽는 <바람의 사전>은 에세이이다. 기가 막힌 발상을 적용한. 내 눈엔 그렇게 보인다. 에세이를 품은 형식이 가히 혁명적이다.      


에세이는 보통 기승전결이 있다든지, 서론, 본론, 결론의 형식을 취하던지 어떻든 형식이 요구된다. 그런데 이 에세이는 그런 형식을 취하지 않았다.     

이 에세이는 그저 사전식으로 단어를 나열한 것처럼 되어 있다. 이를테면 한글식으로 가나다순이던지, 영미식이면 알파벳 순이다.      


독일의 바이마르시가 1999년 유럽의 문화 수도로 지정된 것을 기념하기 위해서 국제 에세이 콘테스트를 열었다. <바람의 사전>은 여기서 1등을 한 수상작이다.      


응모 주제는 ‘미래로부터 과거의 해방, 과거로부터 미래의 해방’이었다. 누가 1등을 했나? 내로라하는 사람들을 제치고 러시아 여자 대학생인 게라심추쿠가 1등을 했다.     


마디 2     


단어의 풀이를 읽다 보면 자기도 모르게 단어의 의미가 어렴풋이 이해되고 다음 단어가 궁금해진다. 단어를 풀이하는 기교가 놀라우며 바람과 연계된 단어들의 선택이 재미있다.      

사실 <바람의 사전>에 나온 단어는 대부분 창작으로 보이며 풀이 또한 주제에 맞게 서술해놓은 것으로 보인다.      


사전은 알게 모르게 그 속에 있는 말을 ‘신뢰할 만한’ 것으로 만든다. 그래서 단어나 풀이가 허구가 아닌 진실을 적어 놓은 것으로 착각한다. 사전의 용어 설명은 전부는 아니나 허구가 끼어 있다.


나는 아둔해서 여러 번 읽어야만 사전이 말하는 뜻을 알 수 있다. 나는 일반 에세이처럼 단숨에 읽는 것을 포기했다. 대신 사전처럼 생각날 때마다 단어를 골라서 읽는다.      


단어를 골라서 읽는 재미도 일반 에세이에서는 기대할 수 없는 쏠쏠한 재미가 있다. 많이는 내용을 쫓아가다 생각할 시간을 놓치기에. 골라서 읽는다고 까짓 누가 뭐라고 하는 사람도 없고. 이제껏 틈틈이 책을 읽어 보았지만 사전 체로 쓴 에세이는 처음 접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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