뚱뚱한 여자의 로맨스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물론 나와 비슷한 체급의 친구 중에 더러는 오래 사귄 연인이 있는 친구도 있었지만,그건 정말 멸종위기의 동물처럼 극소수였다.
"짜증 나. 전철역에서 어떤 남자가 대뜸 전화번호를 묻는 거 있지?"
단물에 개미 꼬이듯 항상 남자들의 프러포즈 공세에 시달리는 입사동기가 얄미웠지만, 남들이 모르는 특별한 비법이 있는 건지 궁금한 것도 사실이었다. 긴 생머리라는 것,48kg의 왜소한 체격이라는 것외에는 눈에 띌 만한 매력이 있는 것 같지않았달까.
"야,진짜 몰라서 묻는거야? 48kg이 비법인거야."
하소연하는 나에게,친구는 신속단호한 판결이유를 찬찬히 설명했다.
"자,들어봐.날씬한 애들은 어때? 머리를 풀어헤쳐도,화장을 안 해도 청순해 보여.그지? 그런데 뚱뚱한 애들은 어때? 그 반대잖아.그걸 몰랐어?"
물론 나도 알고는 있었다.하지만 나보다 10kg는 족히 더 나가는 이 친구에게,내가 이런 가르침을 받을 입장이 맞는 것인지가 의문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잘 알면서도 본인은 왜 실천하지 않고 있는 것인지도 궁금했다.
"그래서,너도 48kg으로 만들꺼야?"
"내가 왜? 난 뚱뚱해도 얼굴은 예쁘잖아."
그녀가 내린 두번의 단호한 판결에 나는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마지막 판결이 묘하게 기분 나빴다. 그렇게 그저 그런 나날들이 반복되던 어느날,평소 남자 만나는 자리라고는 한번을 데리고 간 적 없던 이 친구가 소개팅 하나를 물어왔다.
"자동차회사 다니는 남자인데,대전이 고향이래. 통통한 여자가 이상형이라네?"
누군가의 이상형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에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약속장소에 도착한 후 전달받은 그남자의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아,지금 봤습니다. 기둥 뒤쪽 테이블입니다."
그는 환하게 웃는 모습이 매력적이었다.왠지 다음 주에 한번 더 만나자고 할 것같은 느낌도 들었다.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친구에게 보고문자를 보냈다.
"괜찮은 사람이더라. 연락오면 한번 더 만나볼까봐."
하지만 친구는 아무런 답이 없었다. 소개팅남도 마찬가지였다. 다음날 아침이 되어도,점심이 되서도,잠들기 직전이 되어도 조용했다. 더 괘씸한 것은 약속이라도 한 듯 똑같이 조용한 내 친구였다. 그렇게 분하디분한 마음을 삭이다 보니,훌쩍 며칠이 지났다. 긴 회의에 녹초가 되어있던 어느날,'새 문자(1)'을 보며 내 입꼬리는 올라갔다. 하지만 문자를 확인함과 동시에 내 어금니에는 힘이 들어갔다.
"이런 소식 전해서 미안. 그 남자는 아나운서 강수정 같은 통통함을 원했다네?"
KO패였다. 늘씬한 아나운서의 대명사 '강수정'이 나의 라이벌이었다니. 그녀와 내가 공통점이 있었나 굳이 따져보자면 나이,그리고 .....역할이 다른 볼살뿐이었다. 애초에 라이벌 구도가 형성되지 않는 상대와 링 위에서 피 튀기는 데스매치를 벌이고 있었다고 생각하니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그 사건이 준 선물이 있다면 세상의 남자들이 말하는 ‘통통’이란, 여자들이 생각하는 그것과는 사뭇 다른 개념이라는깨달음이었다. 내 몸은 여자들의 눈엔 ‘통통’이었어도, 남자들의 눈엔 ‘뚱뚱’이었다는 아주 단순명료한 사실 말이다. 어쨌든 간만의 소개팅은 나를 더 슬프게 했고, 이후로도 비슷한 결과만 쌓여 갔다. 연애를 국밥처럼 말아먹는 나날들 말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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