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면서 먹어야했던 그 여인

59kg의 오지랖

by 일보접근

머리 좋은 연구원들이 발견했다는 체지방 분해 성분도 해결해 주지 못했던 저의 뚱뚱함은, 아이러니하게도 음식으로 해결되었습니다. 칼로리를 계산할 필요도, 그램 단위의무게를 잴 필요도 없이 그저 하루 세끼, 먹고 싶은 만큼 실컷먹으면 되는 이 방법은, 어쩌면 다이어트 보조제를 만들어 내는 유명 기업이 싫어할지도 모르겠네요. 하지만 그들의 제품이 정말 인류의 뚱뚱함을, 아니 적어도 저의 뚱뚱함만이라도해결해 주었다면 제가 이 책을 쓸 일은 없었겠지요.


체중 앞자리가 5로 바뀌던 날은 지금도 잊히지 않습니다. 초등학교 5학년 무렵 잠시 스쳐 갔던 5였거든요. 제2의 탄생일로 지정할 만큼 저에게는 역사적인 날이지요 하지만 책을 마무리할수록 걱정이 커졌습니다. 하필 제가 태어난 이곳 ‘대한민국’에는 날씬함에 대한 엄격한 잣대가 있으니까요.


“겨우 59kg, 55 사이즈가 쓴 책을

누가 읽어 주겠어?”


“사람들 눈엔 내 몸이

여전히 뚱뚱해 보일지도 몰라.”


“세상이 먹지 말라던 음식들로

10kg을 뺐다는 말을, 과연 믿어나 줄까?”


다 써 놓은 책을, 없던 일로 해야겠다며 매일같이 망설이던 어느 날, 한 여인이 제 눈앞에 나타났습니다.


울면서 먹어야 했던 그 여인

〈식탐〉이라는 제목의 TV 다큐멘터리 속 여인은 매우 분주해 보였습니다. 싱크대 앞에 선 채로 밥 한 솥을 허겁지겁 먹어 치우더니, 이어서 라면을 또 한 냄비 끓여 먹었습니다. ‘먹는다’는 표현보다는 식도 안으로 ‘밀어 넣는다’는 표현이 더 어울릴까요.


‘대식가인가’ 하고 무심히 채널을 돌리려던 차, 한 장면이 저를 잡아끌었습니다. 그것은 눈물을 뚝뚝흘리며 음식을 욱여넣는 그녀의 모습이었어요. 출산 후 뚱뚱해진 몸, 힘겹기만 한 육아, 그 외 자신을 둘러싼 여러 불만족과 공허함을 해결할 수단으로 그녀는 폭식을 택한 듯했습니다.


의지가 약해서, 식탐이 강해서라며 모든 탓을 자신에게 돌리던 그 여인은, 화장실로 달려가더니 먹었던 음식을 모두토해 냈습니다. 마치 정해진 일상처럼.


‘저 여인 한 명만이라도 도울 수 있다면, 이 책은 의미가 있을 수도……’


그녀에게 달려가 한 상 푸짐하게 차려 주고 싶었습니다.편히 앉아서 실컷 먹으라고, 그래도 살이 빠지는 방법이 있다고 알려주고 싶었어요. 그런 저의 오지랖이 이 책을 끝까지 쓰도록 했습니다.


다이어트 성공 후 가장 큰 삶의 변화는 무엇일까요. 당연히 ‘원하는 옷을 마음껏 입는 일상’이나 ‘예뻐졌다는 칭찬’이라고들 생각하시겠지요. 그것도 맞는 답이긴 합니다. 하지만 제가 꼽는 진짜 정답은 ‘감사함’이에요. 팔다리 어디 하나 불편함 없이 태어난 신체임에도 불구하고 단지 뚱뚱한 몸이라는 사실 하나로 모든 감사함을뭉개 버리고 살아왔거든요. 누구나 자기 손톱 밑 작은 가시가 제일 고통스러운 법이니 저라고 별수 없었다고하면 핑계일까요.


다행히도 ‘보통의몸’을 갖게 된 후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살이 빠져서 감사한것이 아니고, 원래부터 감사한 삶이었다는 것을요.이 책을 선택한 독자님만큼은 짧은 길을 빙 둘러 가지 않도록 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가족들에게도 숨겨 온 저의 흑역사까지 모두 고백했습니다. 부끄러움은 저의 몫으로 남더

라도 누군가에게는 전성기로 가는 지름길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그간의 과정을 허심탄회하게 풀어 놓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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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껏 먹고 살 빼는 과탄단 분리식단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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