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프리랜서가 된 44살의 남자 이야기
지난 정규직으로 일했던 13년 간의 경제관념과,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는 최근 2년 간의 경제관념이 완전히 바뀌어버렸습니다.
우선 정규직으로 일할 당시에는 대출도 잘 나오고, 마이너스 통장 발급도 쉬웠기 때문에 미래에 발생할 수입을 담보로 돈을 빌릴 수 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할부로 물건을 사기에 망설임이 없었고, 매달 버는 돈 보다 쓰는 돈이 더 많을 때에도 그리 걱정하지 않았었습니다. 어차피 미래의 내가 부족한 돈을 벌어다 줄 것이라는 확고만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죠.
하지만 프리랜서로 일하는 지금은 다릅니다.
마이너스 통장은 모두 없애버렸으며 신용카드보다 체크카드를 쓰고, 매 월 생활비를 체크합니다. 그리고 향후 6개월, 길게는 1년 동안 수입이 없을 수도 있다는 가정하에 1년 치 생활비는 항상 통장에 남겨두고 있습니다. 이전엔 마이너스 통장과 대출로 가득 찼던 통장 내역이 지금은 예금들로 가득 차 있게 된 것이죠.
물론 이러기 위해서 퇴사하며 받은 퇴직금은 모두 빚을 갚는 데 사용했고, 거주하던 집도 월세로 내놓고 다소 시세가 낮은 월세 집으로 이사도 했습니다. 여기서 발생한 보증금의 차액으로 또 빚을 갚았고, 월세 차익은 꾸준히 통장에 쌓아두고 있습니다.
프리랜서로 일하게 되니 나에게 안정적으로 돈을 벌어다주던 미래의 내가 사라져 버렸습니다. 오로지 과거의 내가 어떻게 일했냐, 오늘의 내가 어떻게 일하느냐에 따라 미래의 수입이 결정되다 보니 업무에 더 몰두하게 되고 돈 씀씀이에 더 엄격해지게 된 것 같습니다.
이전에는 제가 돈을 따라가는 생활을 했다면, 지금은 돈이 저를 따라오게 하는 생활을 하려고 합니다. 쉽지는 않지만, 적당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오히려 지금의 나를 더 단단하게 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누가 시키지도 않는 프리랜서 생활이지만 정규직 생활 때 보다 더 열심히 일을 하는 것 일지도 모릅니다.
처음 프리랜서를 시작할 때는 여러 불안한 부분도 많았지만, 지금은 어느 정도의 불안이 확신으로 변한 것 같습니다.
내가 열심히 한 만큼 벌 수 있고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을 지난 2년 간 시간을 통해 확인했기 때문이죠.
시간과 돈에 얽매이지 않고 내가 그들의 주인이 되어 있는 삶.
저는 지금의 제 삶을 사랑하며 앞으로도 더욱 제 일에 집중하고 성장하기 위해 노력할 예정입니다.
프리랜서라는 말의 어원이 "어떤 영주에게도 소속되지 않은 자유로운(free) 창기병(lancer)이라는 중세 서양의 용병단에서 유래한 말이라고 하죠.
아마 헤드헌터인 저에게는 고객사들이 영주가 아닐까 합니다. 어떤 어려운 상황에서도 영주가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찾아서 추천드리는 것. 그것이 지금 세대를 살아가는 프리랜서 헤드헌터의 역할이 아닐까 하네요.
과거 중세서양 시대의 창기병은 말을 타고 창을 들고 있었다면, 지금의 저는 맥북을 타고 전화기를 손에 들고 있는 모습이 아닐까 합니다 :)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