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사모펀드)가 목표라고요? 냉정하지만, 지금 그 이력서는 '일 잘하는 물류 직원'입니다."
어제 한 취업준비생(서울 소재 대학 상경계열)과 심도 깊은 커리어 컨설팅을 진행했습니다. 이 친구의 목표는 확고했습니다. "Deal Consulting을 거쳐 PE로 가고 싶다."
이력서를 열어보니 화려했습니다. 미국 대기업 인턴, 급성장 스타트업 인턴, 각종 프로젝트 경험까지. 그런데 정작 PE 서류 계속 탈락한다고 하더군요. 이유를 모르겠다며 찾아왔습니다.
제 진단은 단 1초 만에 끝났습니다. "번지수를 한참 잘못 찾았습니다."
많은 취준생, 주니어들이 범하는 치명적인 실수가 있습니다. '내가 열심히 한 일'과 '시장이 원하는 일'을 구분하지 못한다는 겁니다.
지원자의 이력서에는 온통 이런 말들뿐이었습니다. "파이썬을 활용한 업무 자동화", "물류 창고 관리 매뉴얼(SOP) 작성", "이메일 발송 효율화"
이건 기업 가치를 평가(Valuation)하는 '투자자'의 역량이 아니라, 현장을 효율화하는 '오퍼레이터(Operator)'의 역량입니다. 축구 선수를 뽑는 자리에 가서 "저 야구 배트 기가 막히게 휘둡니다"라고 자랑하고 있었던 셈이죠.
이를 정리해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1. Operation과 Finance를 혼동하지 마십시오. '비용 절감', '업무 자동화', '파이썬 데이터 분석'은 훌륭한 역량이지만, 이는 Ops(운영) 직무의 언어입니다. 투자 업계는 'Valuation(가치평가)', 'FDD(재무실사)', 'Modeling' 경험을 원합니다. 이력서의 언어(Language) 자체를 바꿔야 합니다.
2. 합격했다고 아무 곳이나 가지 마십시오. PE가 목표인데 마케팅, 일반 영업지원 직무로 커리어를 시작하면 나중에 돌아오기 정말 힘듭니다. 차라리 졸업을 늦추더라도 회계법인 FAS나 부티크 자문사에서 인턴 경력을 쌓는 '우회 전략'이 훨씬 빠릅니다.
3. 도구가 아니라 논리를 파십시오. "파이썬을 할 줄 안다"는 자랑하지 마십시오. "그 도구로 어떤 재무적 임팩트(매출 증대, 이익 개선)를 숫자로 증명했는가"가 핵심입니다.
저는 뼈아픈 독설을 날렸습니다. "지금 합격한 마케팅/전략 직무들? 가지 마세요. 거기 가면 영원히 금융권 못 옵니다. 졸업 유예하고 회계법인 바닥부터 다시 기어서 '돈의 언어'를 배우세요. 재무제표 뜯어보는 법부터 익히세요."
학생의 표정이 처음엔 당황에서, 나중엔 확신으로 바뀌더군요.
"제 주변엔 그저 응원만 해주는 사람들이 많아서 객관적으로 분석을 받고 싶었어요"라는 말을 남기고 돌아갔습니다.
헤드헌터로서 때로는 희망 고문보다 '잔인한 팩트 폭격'이 한 사람의 인생을 구한다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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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향 설정이 잘못되면 아무리 스펙이 좋아도 탈락합니다. 혼자 고민하지 마세요. 시장의 눈으로 당신의 커리어를 재설계해 드립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