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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닥짱 Mar 06. 2024

퇴직을 앞둔 대기업 임원들의 가장 큰 고민은?

커리어 멘토링을 통해 대기업 임원들의 고민을 들어보았다.


나에게 커리어 멘토링을 신청하시는 분들 중 20% 가량은 기업 임원들인 것 같다. 그리고 이력서를 주며 일자리를 알아달라고 먼저 연락주시는 분들의 70%는 현재 혹은 과거 임원들이다. 회사 재직 중일 땐 그렇게 당당하고 세상 무서울 것 없어 보였던 임원들이 퇴임을 앞두거나 퇴임 이 후에는 사회 초년생과 별반 다를 바 없는 생활로 돌아가는 것이다.



대체 왜 임원들 조차도 일자리를 못구하고 퇴임 이 후 삶을 걱정하는 것일까?



많은 이들이 퇴직 이 후 삶을 준비할 때 연금, 보험 등을 먼저 이야기한다. 안정적인 수입이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인데, 내 생각은 이와 다르다. 물론 저축도 중요하고 연금도 중요하다. 퇴임 이 후 안정적인 수입은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60에 퇴직을 한 이 후 앞으로 남은 20~30년 간의 인생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하는 것이다. 그냥 따박따박 나오는 연금만 받으면서 하루하루를 살아가기에는 너무 긴 인생이다. 특히나 수행비서가 있었고 내가 필요로 하면 언제든지 인적, 물적 자원을 가져다 쓸 수 있었던 임원 생활을 했던 분들은 한 순간에 손발이 다 잘려나가는 느낌이 들 것이다. 



왜냐하면 회사에서 지원해주는 시스템이 없으면 나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가 되었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면, 1,000명 중 7명만 임원이 될 수 있다는 극도의 확률을 뚫고 임원이 된 분들 조차 본인의 삶 자체에 대해서는 진지하게 생각해보지 않았을 확률이 높다. 한 평생 남의 기업의 성장을 위해 온힘을 다 했는데, 막상 그 곳에서 나오게 될 때는 가졌던 모든 걸 다 내려두고 홀몸으로 나와야 한다는 사실에 두려움이 먼저 앞서는 것 같다. 남의 사업은 잘 도와줬으면서, 막상 나의 인생에 대해서는 전혀 투자를 하지 않았던 것 이다.



물론 퇴임 이 후에도 본인만의 영역을 일구면서 더 나은 삶을 살아가는 분들도 많다. 그동안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멘토링을 해주시거나, 책을 쓰거나, 조금씩 준비해오던 본인만의 사업을 확장해 나가며 진정으로 남은 인생을 본인을 위해 살아가시는 분들도 많다. 이런 분들은 회사에 다니시면서도 끊임없이 본인의 삶에 대해 탐구하고 연구하며, 본인이 좋아하는 일이 무엇일지, 어떤 삶에서 보람을 느낄 지 지속적으로 고민을 해오신 분들이라 생각된다. 그러니 퇴임이 그리 두렵지 않고, 오히려 더 재미있고 보람된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회사에 나의 인생을 모두 바치지 말고, 안정적인 삶 속에서 나를 찾아가는 연습을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



퇴임 이 후 내 삶을 찾으려고 하면 너무 늦다. 지켜야 할 것이 많고, 너무 높은 곳 까지 올라갔었기 때문에 아래로 내려온다는 것 자체가 엄청난 도전이 된다. 미리미리 나의 삶을 준비해야 한다. 30대 부터면 좋고 늦어도 40대 부터는 회사가 나의 전부가 아님을 깨닫고 나의 부캐릭터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거창할 필요는 없다. 블로그에 평소 관심사에 대해 글을 써봐도 좋고, 주말이면 방황하고 있는 청춘들을 만나 본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멘토링을 해줘도 좋다. 혹은 평소 관심있었던 분야에 대해 지속적으로 공부를 해 나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무엇이 되었든 회사와 상관없는, 오로지 나에게만 100% 맞춰진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준비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만약 언제까지나 회사가 나를 지켜줄 것이라는 생각으로 넋놓고 오로지 회사만 바라보고 있다가는 얼마 가지 않아 회사와 가족 모두에게 외면당할 것 이다.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나 자신에게 스스로 외면 받는 것이다. 



생각해보라. 대기업에서 임원까지 한 분이, 퇴임 이 후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겠어요"라고 이야기 하는 것이 올바른 현상이라 생각하는가? 회사에서 받은 퇴직금과 연금 등으로 평생 살아가는데 문제가 없다고 하더라도 이건 근본적으로 삶의 방식에 대한 문제이다. 내 삶의 주인공이 내가 아닌 회사가 된 것이고, 이제 다시 나를 찾기 위해서는 수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그간 경험 상 임원들이라고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그들의 고민이나 이제 사회 초년생의 고민이나 근본은 같다고 보인다. 오히려 청년들은 지금부터라도 부딪히고 도전하고 실패할 수 있는 시간이 많이 있지만, 그들에게는 오히려 더 큰 걱정과 불안만 남았을 뿐이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은 청년들의 그것보다 더 클 것이고, 회사와 가족으로 부터 외면받을 수 있다는 불안은 이미 걷잡을 수 없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미리미리 나를 찾아가는 준비를 하자. 지금 당장 회사를 그만두게 되었을 때, 당장 수익은 나지 않지만 하루하루 재미있게 일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지 생각해보고 준비해두자. 진정한 은퇴 준비는 내가 좋아하는 일, 나를 찾는 일이며 그것이 기본이 되지 않은 은퇴 후 삶은 불안과 걱정으로 하루하루를 지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니 지금 당장, 내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보고, 그 목소리를 따라 하나씩 실행해나가볼 것을 권유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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