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OOO 상무님. 스텝업파트너스 이상학입니다.우선 이렇게 연락 주시고 만나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보내주신 글을 보고 한동안 답변을 드리지 못했습니다. 제가 어떤 답변을 드리는 것이 상무님께 도움이 될지 저 스스로 확신이 서지 않았습니다.
무책임하게 그냥 이러이러한 걸 해보세요라고 답변드릴 수도 있지만, 그렇게 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제가 책임질 수 없는, 제가 경험해보지 못했던 일에 대해서 단순히 '이렇게 하면 잘되지 않을까요?'라는 추측성의 답변은 드리고 싶지 않았습니다.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많은 시니어들께서 저에게 퇴사 후 어떻게 하면 좋을지 문의를 주시지만 거기에 대한 명쾌한 답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국가에서 지원해 주는 시니어 취업 관련 프로그램을 받아보시거나 기존의 인맥을 활용하셔서 조그마한 회사의 고문자리라도 들어가시거나 하는 일반적인 방법들은 있을 수 있겠지만, 그게 정녕 상무님께서 원하시는 자리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얼마 전 이제 2년 차가 조금 넘은 직장인이 저에게 고민상담을 신청했습니다. 주요 고민은 본인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모르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동안 시키는 일은 열심히 해왔는데, 주도적으로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일지 찾으려다 보니 그 방법도 모르겠고 진짜 내가 좋아하는 게 무엇일지 모르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 질문에도 역시 답을 드리지 못했습니다.
좋아하는 일을 이미 찾아서 그 일을 잘해나갈 수 있는 방법을 물어보시면 이런저런 팁을 드릴 수 있지만, 좋아하는 일이 뭔 지조차 모르는 분들에겐 해답을 드릴 수 없었습니다.
그저 천천히 시간을 가지고 내가 평소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야가 무엇일지, 어떤 일을 할 때 내가 가장 행복할지를 천천히 되뇌어보는 수밖에 없는 것 같았습니다.
아마 상무님께도 이와 유사한 이야기를 드려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퇴사 후 어떤 삶을 그리고 계실지 궁금합니다. 회사에 소속되어서 일을 하시는 것에는 분명 한계가 있을 것 같습니다.
만약 지금 당장 어떤 일자리를 구한다고 하셔도 그 기간이 오래가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그러면 또 몇 년 안에 지금과 같은 고민을 하시지 않을까 합니다.
직장을 구하시는 게 우선이시면 시니어 취업 박람회나 정부에서 하는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보시는 것을 추천드리고, 그동안 전문분야와 상관없는 우선 일을 하실 수 있는 곳이면 어디든지 이력서를 넣어보시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합니다.
단, 이전과 같은 처우나 대우를 받으시는 것은 조금 기대감을 내려놓으시는 게 좋지 않을까 합니다.
만약 직장을 구하시는 것이 우선순위가 아니라 어떤 '일'을 하는 것이 중요한 상황이시라면, 상무님의 전문 분야를 후배들에게 알려주실 수 있는 여러 방법들을 고민해 보시면 어떨까 합니다.
링크드인, 블로그 등에 글을 작성해 보실 수도 있고, 스스로 강의를 계획하셔서 온오프라인으로 강의를 해보시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혹은 상무님의 전문분야 관련 박람회나 전시회가 열린다면 그곳에 가셔서 명함과 자기소개서를 스타트업 혹은 중소규모의 기업 담당자들에게 돌리시면서 상무님께서 하실 수 있는 일이 있을지 문의를 해보시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지 않을까 합니다.
그렇게 되면 지금 당장은 수익이 없을지라도, 1년 뒤, 2년 뒤에는 원하시는 일을 하시면서 보람과 재미, 그리고 수익까지 얻을 수 있는 어떤 일을 하고 계시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제가 감히 상무님의 미래에 대해 이렇게 하세요 저렇게 하세요라고 조언을 드릴 순 없을 것 같습니다.
누구보다 치열하게 살아오셨고 저보다 훨씬 많은 경험을 하신 선배님께 제가 뚜렷한 해답을 드리진 못할 것 같습니다.
단, 저도 짧지만 13년가량 직장생활을 하고 전혀 상관없는 분야에서 나름 저 만의 길을 개척해나가고 있는 상황에서, 내가 정말 원하는 일, 내가 정말 좋아하는 일에 집중을 하고 투자를 하면 적응하는데 시간은 조금 걸리지만 충분히 더 가치 있는 삶을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은 확실한 것 같습니다.
그 덕분에 제가 직장 생활할 때는 전혀 연이 되지 못했을 상무님과 지금 이렇게 메일로나마 이야기를 주고받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어떤 선택을 하시든 적극적으로 스스로 움직여 보시면서 부딪혀보시기를 권유드립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마시고 다른 이들의 차가운 거절에 상처받지 마셨으면 합니다.
분명 상무님의 가치를 알아봐 주는 곳이 멀지 않은 곳에 있을 것이고, 이는 상무님이 먼저 손을 내밀지 않으시면 절대 상무님께 먼저 다가가진 않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기회는 한없이 낮은 곳에 있기 때문에 먼저 허리를 숙이지 않으시면 발견하시지 못할 것 같습니다.
너무 이야기가 길었던 것 같습니다.
아마 상무님이 원하셨던 대답이 아닐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
이는 비단 상무님뿐 아니라 이 시대를 살아가고 고민하고 계시는 많은 직장인들에게 드리고 싶은 이야기여서 저도 모르게 길게 이야기를 드렸던 것 같습니다.
언제든지 또 궁금한 부분이 있으시면 편하게 연락 주시기 바라며,
제 이야기가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셨기를 바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상학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