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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Aug 05. 2019

이 여행 또한 지나가리라

이 또한 지나갈 것임을 알아차리면서!

"기분이 어때?"

"좋아요!"

"행복하니?"

"네!"


어느 섬 속의 섬.

전기 오토바이 뒤에서 헬맷을 쓰고 지나가는 풍경들을 요리조리 살피던 너희들은 대답했지. 그래 나도 행복하단다. 뜨겁지만, 그래서 더 푸른 바다. 습하지만 그럼에도 불어오는 그 자체가 기분 좋은 바람. 저기 저 많은 빌딩 중에 왜 내것은 하나 없을까란 푸념보단, 드넓게 펼쳐진 바다와 하늘을 그저 바라보며 그간의 비뚤어진 마음이 교정되는 그 순간들.


여행은 그렇게 우리들에게 큰 즐거움이자 행복이야.

하지만 여행은 참 아이러니하단다. 일상이 고단해 떠나지만, 그곳은 결국 또한 누군가의 일상인 것을. 그리고 여행의 시작에서 새로운 것들을 보며 "우와~!" 하던 경탄들은, 이내 새롭지 않은 것이 되고 또 우리의 일상이 되고 말아. 여행이 우리를 새롭게 하거나 구원을 하는 것이 아니야. 그것을 온전히 즐겨야 하는 우리가 우리 스스로를 치켜세울 수 있는 거야. 여행의 중반 즈음. 우리는 다시 집을 그리워하잖아. 아무리 좋은 숙소도, 먹거리도. 결국 우리는 이방인인 것을. 마침내 집에 도착해선 "집이다~~!"를 한 목소리로 외치는 우리. 고단한 하루를 보내고 다시 모여 저녁밥을 먹는 그러한 일상이 여행지에선 그렇게 그리움이 되는 법이야.


'이 또한 지나가리라'란 말이 있어.

대개는 어려운 일이 있거나, 힘든 일을 겪을 때 쓰는 말이란다. 이 말이 주는 위안은 생각보다 커. 지금은 큰 일 난 것 같아도, 나중에 돌아보면 걱정하고 괴로워했던 것보단 괜찮은 일이 많거든. 아마 너희들도 성장해가면서 맞이 하는 많은 어려움들을, 이 마법의 주문과 같은 말을 되뇌면서 이겨내게 될 거야.


그런데 말이야.

아빠는 '이 또한 지나가리라'란 이 말이 꼭 좋지 않은 일을 이겨낼 때만 쓰는 건 아니란 생각이 들어. 반대의 경우도 있는 거지. 즉, 행복하고 즐거운 이 시간도 결국엔 지나갈 거야. 그걸 알아차려야 해. 실제로 '이 또한 지나가리라'란 말이 생겨난 여러 가지 설 중 하나는 지난날의 영광을 잊지 않기 위해 만들어졌단 거야. 자만에 대한 경고와, 좌절에 대한 격려를 동시에 하면서.


어느 날 이스라엘의 다윗 왕이 반지 세공사를 불러 "날 위한 반지를 만들되, 거기에 내가 큰 전쟁에서 이겨 환호할 때도 교만하지 않게 하며, 내가 큰 절망에 빠져 낙심할 때 좌절하지 않고 스스로 새로운 용기와 희망을 얻을 수 있는 글귀를 새겨 넣어라!"라고 지시하였다. 이에 반지 세공사는 아름다운 반지를 만들었으나, 빈 공간에 새겨 넣을 글귀로 몇 날 며칠을 고민하다가 현명하기로 소문난 왕자 솔로몬에게 간곡히 도움을 청한다. 

그때 솔로몬 왕자가 알려준 글귀가 바로,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이 글귀를 적어 넣어 왕에게 바치자, 다윗 왕은 흡족해하고 큰 상을 내렸다고 한다.

- 유대 경전 주석지 미드라시 -




인생은 여행과 같다고들 사람들은 말해.

그게 맞는 것 같아. 우리는 왜 태어났는지, 왜 살아가야 하는지 모르니까. 아마도, 뭔가 의미를 찾는 여행을 우리는 하고 있는 게 아닐까?


우리는 결국, 인생이라는 각자의 여행 중에 만난 사람들인 거야.

그렇게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모였고, 그 가족이 또 여행을 온 거지. 어때? 재밌으면서도 신기하지 않니?


우리의 이 행복한 여행 또한 지나가고 말 거야.

그러니, 우리는 여행하는 지금 이 순간을 오롯이 즐기되, 이것에 취하는 것이 아니라 다시 돌아간 일상에서의 에너지로 삼으면 돼. 어려운 일이 있을 때도, '이 또한 지나가리라'라는 말로 순간을 회피하기보단 '이 순간을 어떻게 잘 이겨내고 해결할까' 생각하며 온전히 그 어려움을 맞이 해야 해. 행복한 일이든, 어려운 일이든 그 순간순간에 우리 자신은 속해 있는 거니까. 좋지 않은 기억을 지우고 싶다고 해서, 자신마저 지워버리는 우를 범하면 안 된단다.


지나가기에, 순간을 잡을 수 없기에 소중하고 아름다운 것들이 참 많은 것 같아.

그러니 오늘 하루도 즐겁게 우리의 여행을 맞이하자.


이 또한 지나갈 것임을 알아차리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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