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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Aug 08. 2019

우리 가족을 행복하게 한 제주의 재주

제주의 재주가 장난이 아니다!

행복하고 즐거운 가족 여행을 위한
전략 방안에 대해 보고 드리겠습니다!


유럽 주재원을 마치고 한국에 들어온 지 일 년이 지났다.

귀임하면서 가족들과 한 약속은 만약 여행을 가게 되면 국내를 좀 더 들여다보자고 한 것. 이후 동해와 남해, 국내 여기저기를 아이들과 함께 다녔고 즐거운 추억을 쌓았다.


아직 못 가본 곳도 많지만 어쩐지 내륙에서 조금은 벗어나야겠다고 생각한 순간 제주가 떠올랐다.

여러 번 가본 곳이지만, 아이들은 처음이라는 미명 하에 올해 초부터 미리미리 예약을 해둔 터였다. 그래서 좀 더 뜻깊은 시간을 보내고자, 회사에서 하던 보고와 회의를 가족과 함께 하기로. 우선 제주도를 그리고 갈만한 곳을 다 적었다. 해변도 많고, 박물관도 많았다. 먹을 것도 많았고, 볼 것, 체험할 것들도 한 가득. 어째, 제주도는 여러 번 가도 또 가보거나 새로이 가봐야 하는 곳이 화수분과 같았다.


아이들을 불러 놓고 프레젠테이션을 했다.

우리 가족이 좀 더 행복하고 즐겁게 휴가를 보내기 위한 전략 방안에 대해. 아이들도 적극적으로 보고와 회의에 참석했다. 보고서에 있는 내용을 바탕으로 하루하루의 동선을 짜고, 우리는 여행길에 올랐다.


다시 돌아와 돌이켜보니, 정말로 뜻깊고 기억에 남는 여행이었음을 온몸과 생각으로 느낀다.

그래서 다시 돌아와 Wrap-up 시간을 가졌다. 보고와 회의의 끝은 Wrap-up이니까. 가장 좋았던 순간을 떠올리며 하나하나 의견을 조율해 나가는 과정에서, 우리는 다시금 여행의 즐거움에 빠져들 수 있었다.

전략 방안 프레젠테이션 Map


아이들과 함께 꼽은 Best Spot!!!


여러 번 가봤다고는 하나, 다시금 새로웠고 정말로 새로운 곳도 있었다.

여러 번 가봤다는 말이 무색할 만큼. 그래서 더 눈이 휘둥그레지고 마음은 활짝 열렸다. 아이들과 제주도에 같이 오기를 참 잘했다 생각했다. 이국적이면서도 한국적인, 자연친화적이면서도 그 품으로 풍덩 들어갈 수 있었던 시간들이 너무나 값진 추억으로 되돌아왔다. 분명, 제주의 재주다. 우리 가족에게 이러한 행복을 가져다준 것은!


Top 1. 원앙폭포 계곡


원앙폭포로 내려가는 계단에서 이미 마음을 빼앗겼다.

크로아티아의 플리체비체가 떠오르는 순간. 아니, 그보다 더 아름다웠다. 어서 빨리 내려가 저 애매랄드 빛깔 물속에 몸을 담그고 싶었다. 아이들도 흥분한 순간. Best로 기억하고 있는 이유다.

플리체비체보다 더 아름답다!


아, 빛깔에 취해 몰랐던 물의 한기는 여름이라는 계절을 잊게 할 정도였다.

이 아름다운 폭포와 계곡을 구경하러 온 사람은 많았지만 쉽사리 몸을 담그진 못했다. 그 한기를 감내한 자만이 오롯이 그 애매랄드 빛과 포개어질 수 있었던 시간. 아이들이 주저해서, 내가 솔선수범하고자 물속에 머리까지 담갔는데 한 여름에 추위 한 덩이를 목 뒤편에 달고 나왔다. 숨이 헉... 했지만 분명 그럴만한 값어치가 있는 도전이었다.

숨이 헉... 할 정도의 시원함. 아니, 추위. 여름이라 더 값진 시간.


하지만, 더 큰 즐거움은 좀 더 아래 작은 계곡에 있었다.

돌 하나하나 요리조리 피해 내려가면, 작은 물 구덩이가 있는데 가족 전용 풀장으로 손색이 없었다. 들어오는 사람들도 거의 없고, 물이 깊지 않으니 아이들은 그곳의 시간을 만끽했다. 나는 자연의 소리, 그리고 아이들의 웃음을 벗 삼아 잠시 눈을 감고 그것들과 하나 되었는데 행복이란 단어가 떠올라 가슴을 요동시켰다. 그 순간만큼은 모든 시름과 아픔, 절망과 불안을 고이 접어둘 수 있었다. 아내의 배에 머리를 대고 잠시 눈을 붙였던 순간은, 내 생애 가장 달콤했던 낮잠이었다. 너무 달콤해서 그 자체가 꿈이라 해도 손색없을 만큼!

자연의 소리와 아이들의 웃음 소리는 정말로 잘 어울린다.


Top 2. 우도 여행


제주도는 여러 번.

우도는 정말 나 또한 처음이었다. 말로만 듣던 그곳을 가족들과 함께 하니 기대도 컸는데, 다녀와보니 정말 그럴만한 가치가 있었다. 우도엔 차를 가져갈 수 없었는데, 버스와 전기차 또는 전기 오토바이를 타는 것이 우도를 돌아볼 수 있는 방법이다. 시원한 버스를 타느냐, 덥지만 전기 오토바이를 타고 자유롭게 돌아다니느냐. 우리 가족은 시원함보다는 자유로운 일정을 택했다. 아내도 오랜만에 직접 운전을 하며 즐거운(?) 비명을 질렀는데, 땀범벅이 되어도 순간순간이 즐거웠다.


첫째가 아내의 오토바이에서 찍은 사진. 두 대가 나란히 앞으로 나아가고, 뒷좌석의 아이들은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중간중간, 아기자기한 우도의 모습들이 이어졌다.

버스를 타지 않고 오토바이로 잠시 들러 가는 코스를 선택하길 잘했다고 생각한 순간들. 여기저기서 남긴 사진들은 여전히 살아있고, 그곳에서 느낀 분위기와 감정들은 지금도 우리 가족의 기억을 지배하고 있다.

곳곳의 아기자기한 장소들


오토바이를 타고 10분 정도 가면 서빈백사가 나오는데, 이곳은 머리와 가슴에 콕 박히는 곳이다.

절대 잊을 수 없는 바다. 모래사장과는 다른 느낌의 홍조단괴를 밟으며 걸으면 여지없이 맑은 바닷물이 발에 올라 차오른다. 홍조단괴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을 정도로 그 특별함을 자랑한다.

아름다운 색의 서빈백사
모래가 아닌 홍조단괴가 서빈백사를 매꾸고 있는데, 이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다.


우도 왕자 땅콩아이스크림과 보말칼국수는 우도의 또 다른 재미다.

땅콩아이스크림 가격이 비싸다고 느낀 순간, 이것저것 하나둘 붙여 나가는 재료들이 그러한 생각을 경감한다. 다만, 날씨가 더워 빨리 녹으니 어디서부터 어떻게 먹어야 할지가 영 곤혹스럽다. 보말 칼국수는 쫄깃한 면발과 시원한 국물이 일품이다. 신경 쓰며 운전하느라 애쓴 아내의 속을 든든하고 시원하게 풀어주고 채워주었다.


그리고 내달린 곳곳, 끝없이 펼쳐지는 자연의 경관에 "우와..."소리를 달고 다녔다.

뜨거운 햇빛만큼이나 열정적인 우리는, 그 모습들을 하나하나 눈과 마음에 담느라 여념이 없었다.

우도의 자연은 말로 표현할 길이 없다.


Top 3. 정방폭포


사실, 이곳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곳이다.

시원하게 떨어지는 폭포가 바다로 흘러간다. 세계에서도 몇 안 되는 바다와 맞닿은 폭포다. 아이슬란드에서도 굴포스를 포함해 유명한 폭포란 폭포는 다 봤지만 내 마음을 가장 많이 빼았은 건 정방폭포다. 그래서 제주도를 올 때마다 정방폭포를 맞이하는데, 그 앞에 서서 떨어지는 물이 만들어내는 물보라와 바람을 오롯이 온몸으로 받아내는 게 즐겁다. 마치, 내 몸에 덕지덕지 붙어 있는 근심들을 날려버리는 그 느낌에 중독되었는지도 모르겠다.

멀리서 봐도 시원하지만...
직접 몸으로 그 바람과 물보라를 맞으면 더 즐겁고 시원하다.


Top 4. 황우지 해안 선녀탕


처음 가본 곳.

하지만 어느 지인이 간다면, 무조건 추천할 곳. 황우지 해안의 선녀탕이다. 자연이 만들어낸 수영장으로 스노클링을 하기 딱 좋다. 아이들도 머리를 물에 박고는 당최 나올 생각을 안 했던 곳. 고여 있지만 파도의 힘을 받아 자연 친화적인 파도풀이 완성되는 곳이다. 외국인들도 많이 찾고, 정말 신기해하며 즐거워하는 모습이 글로벌 spot으로도 뒤지지 않음을 증명해내고 있었다.

황우지 해안 선녀탕. 무조건 가야 한다. 두 번 가야 한다.
스노클링을 즐기기에 아주 좋다.


Top 5. 제주 동문시장과 매일올레 시장


이건 순전히 나와 아내의 선택이다.

동문 시장은 북쪽에, 매일올레 시장은 남쪽에 있는데 분위기가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아내의 마음을 사로잡은 건 딱새우 회다. 먹기 좋게 발라져 있어 살을 쪽 빨아먹으면 야들야들하고 달달한 횟감이 입안을 가득 매운다. 다른 곳에서 즐기기 려운 고등어 회나 갈치 회도 저렴한 가격에 즐길 수 있다. 별 관심 없는 아이들 앞에서, 나와 아내가 흥분을 하느라 민망할 정도였다. 아이들은 치즈 문어 빵이나 떡볶이를 좋아했는데, 나와 아내도 빠져 다. 정신 차려보니, 어느 식당에서 흑돼지를 배불리 먹을 만큼의 비용을 썼음을 깨달았다. 물론, 후회는 없었다.

딱새우 회, 고등어 회 등 쉽사리 접하지 못했던 회들을 저렴한 가격에!
제주 고기국수, 마농(마늘) 치킨도 좋다!




물론, 이 외에도 좋은 곳이 많았다.

섭지코지나 쇠소깍도 마음을 무한 개방하게 만들었다. 아름다움을 계속 보면 무뎌질 줄 알았건만, 모든 것이 기분 좋은 자극이었고 경탄을 자아냈다.

섭지코지와 쇠소깍


아이들이 가장 좋아했던 것 중 하나는 호텔의 수영장이었다.

이틀은 펜션, 이틀은 호텔에서 묵었는데 당장 내려가 여유롭게 즐길 수 있는 호텔의 수영장을 아이들은 좋아했다. 비치볼로 슛을 하고 막는 놀이를 무한 반복했는데 나 또한 동심으로 돌아가 아이들과 크게 웃을 수밖에 없었다. 즐겁고 또 즐거운 시간. 아이들과 온몸으로 함께 노는 시간은 참으로 소중하다. 언젠간 이러한 시간을 가지고 싶어도 못 가질 거란 걸 알기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그러나 벌써 그리운 순간


마침내 집으로 돌아오는 길.

고맙게도, 아이들은 집이 좋다는 걸 안다. 아무리 호텔의 침대가 아늑해도, 펜션의 에어컨이 빵빵해도. 집보다 편하고 소중한 것은 없노라며 목소리를 모은다. 그래, 그러면 된 거야. 여행이란 돌아올 곳이 있기에 의미가 있는 거니까. 가족여행과, 가족이라는 여행. 가족이라는 운명으로 만나 삶의 여행을 하며, 삶 속에서 여행을 하는 우리. 제주가 재주 좋게도 우리 가족을 행복하게 해 줬으니, 이 마음과 추억은 평생 간직하기로. 앞으로도 계속 가족이라는 여행을 함께 할 테니!

집이 더 소중함을 아는 우리 아이들. 고맙고 또 고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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