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헤는 밤이 많아지는 이유
수많은 상념들이
머리 위를 오간다.
오가는 모양새가
대중없어
어떤 걸 잡아야 할지
나는 자주 쭈뼛한다.
내 두 다리는
땅 속을 파고들 것처럼
중력의 힘을 받는데
상념들은 아랑곳 않고
구천을 떠돈다.
기어코
상념 하나를 붙들어
그것이 날아갈까
관념으로 박제를 해본다.
영 시답잖다.
모든 상념을
표현할 수 있으리란
자만은 오만이고,
오만함을 모르는
글 쓰기는 자만이다.
나는 오늘도
자만과 오만에 갇혀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한다.
그래도 싸다는 목소리와
그래도 자신은 챙겨야 하지 않겠냐는
두 목소리가 상념 속으로 사라진다.
나는 그렇게 고독하고
상념들은 멋대로다.
자판은 어서 자기를 두드리라며 가지런한데
내 마음은 어지럽다.
솟아 나올 듯 솟아 나오지 않는 표현과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상념은
잔인하다 못해 재밌다.
헛웃음도 웃음이라면
위로가 된다.
글 하나에 상념과
글 하나에 관념과
글 하나에 표현과
글 하나에 자신과
글 하나에 한 숨과 또 한 숨.
표현해내지 못한 상념은
잡았다 놓친 잠자리처럼
파르르 저 멀리 사라지고
나는 멍하다.
그래,
그러다 보면 알게 되겠지.
무어라도, 무어라도.
그러니 계속해서
글을 헤어야겠다 마음먹는다.
글 헤는 밤이
많아지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