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스테르담 Sep 14. 2019

좋은 글은 만나는 것이다.

마음의 준비를 하고 '좋은 글'과의 만남을 고대한다.

나는 '좋은 글'을 갈구한다.

그런데 가끔, 아니 아주 많이. 그러한 갈구함은 짐이 되어 돌아온다. 물론, 글을 쓴다는 것은 축복이다. 시시 때때를 가리지 않고 떠오르는 영감(靈感)은 선물과 같다. 번뜩이는 불빛은 영묘하게 타올라 온 몸과 영혼을 전율시키는데, 안타깝게도 모든 영묘한 불꽃이 좋은 글이 되진 않는다. 표현이 모자라거나, 끝맺음을 못하거나. 다 쓰고 나니 그저 그렇다는 마음이 들거나, 때론 시작조차 하지 못한다. 떠오른 영감에 미안한 마음을 전하며, 나는 나 스스로를 쥐어짤 때가 많다.


그렇다면 '좋은 글'이란 무엇일까?

그것은 순전히 주관적인 의미다. 나에게 그것은 떠올린 영감을 있는 그대로, 또는 그 이상으로 표현하며 술술 내려간 글을 일컫는다. 그리고 그것이 나에게, 또 다른 사람에게도 좋은 영향력을 끼치기를 바란다. 그 어떤 것도 바라지 않고 순수하게 써 내려간 그 글이, 나와 다른 이에게 울림을 주었다면 그보다 더 좋은 글이 있을까? 


잘 썼다고 좋은 글은 아니다. 

하지만 좋은 글은 잘 써야 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허공에 떠돌다 마음의 그물에 잡힌 그 생각과 느낌을 표현하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것들을 잘 표현해내려면, 온전히 전하고자 했던 뜻을 살아 숨 쉬게 하려면 잘 써야 한다. 잘 쓰는 법 또한 주관적인 영역이다. 기본적이고 공감 가는 표현력도 중요하지만 진실성, 순수성과 같은 개인적인 노력과 성향이 좋은 글을 만들어 내는 중요한 요소라고 나는 믿는다.


그래서 나는 기다려 봤다.

좋은 영감이 떠오르기를. 그 영감이 타올라 술술 써내려 가기를. 그 어떠한 의지나 필력이 신들린 듯 내 몸과 영혼으로 들어오기를. 물론, 그러한 일은 잘 일어나지 않는다. 


또 그래서 나는 좋은 글을 찾아 나서 보기도 했다.

이를 악물고 자판을 두드리고, 몇 시간이고 앉아 이 글 저 글을 투닥거렸다. 그러다 보면 뭐라도 하나 얻어걸리지 않을까. 온갖 좋은 표현들을 이리저리 조합해 글 하나를 완성하려 발버둥 쳤지만 그 또한 허사였다.


결국 깨달은 건, '좋은 글'은 결국 만남과 같다는 것.

기다린다고 오지도 않고, 찾아 나선다고 찾아지지 않는. 그야말로 우연. 그러나 그야말로 필연. '우연을 가장한 필연'. '필연을 가장한 우연'은 그렇게 삶의 묘미다. 가족으로 만난 우리 가족도 우연이자 필연이요, 지나가다 옷깃을 스치는 사람들도 그렇다. 나를 괴롭히는 직장 상사도 그렇고, 나를 잘 따르는 예쁜 후배도. 나를 지나간 연인과 의지할 곳 많은 친구들은 두말할 나위 없다.


'좋은 만남'을 위해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기다릴 줄 도 알고, 찾아 나설 줄도 알고. 마음을 비우되 그 만남을 오롯이 받아들일 준비. 좋은 만남의 확률을 올리기 위해서다. 좋은 글은 그렇게 (어쩌다) 만나게 된다. 사람이란, 삶이란, 인생이란, 우연이란 참 이상한 게 마음먹는 대로 되지도 않고, 안 먹은 대로 안되지도 않는다. 되는 일도 없고, 안 되는 일도 없듯이.


불현듯, 모든 만남엔 의미가 있다는 것을 상기해 보면 답은 좀 더 쉬운 곳에 있을지 모른다.

내가 만나는 상황, 사람, 시간 그리고 감정들. 결국 그곳에 '좋은 글'의 단서가 숨어 있을 테니까. 내 주변의 모든 것이 이야깃거리이고 깨달음이고 배울 것 천지라는 마음이면, 나는 '좋은 글'을 쓸 기회가 더 많지 않을까.


그렇게, 나는 '좋은 글'을 갈구한다.

아니, 마음의 준비를 하고 '좋은 글'과의 만남을 고대한다.




'직장내공' (나를 지키고 성장시키며 일하기!)

'오늘도 출근을 해냅니다' (생각보다 더 대단한 나!)

'아들에게 보내는 인생 편지' (이 땅의 모든 젊음에게!)

'진짜 네덜란드 이야기' (알려지지 않은 네덜란드의 매력!)

매거진의 이전글 모든 후회는 배움이었음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