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스테르담 Nov 10. 2019

노력은 배신을 '덜 한다'

서로 배신할 수 있는 사이임을 받아들이면서

노력이 무시되는 사회


부정 입학, 부정 채용.

그런 뉴스를 볼 때마다 아빠는 너희들 앞에서 얼굴이 화끈거리고 말아. 초록불엔 길을 건너고, 빨간 불엔 서야 한다는 건 이미 유치원에서 배운 것들인데. 오히려 어른들은 빨간 불에도 건널 수 있다는 권력과 탐욕, 특권의식에 휩싸여 아주 기초적인 것들마저 잊어버리는 것 같아. 


누군가 부정 입학을 하고 부정 채용이 되었다면, 다른 누군가는 불합격하고 떨어졌겠지?

억울하게 떨어진 그들은 정정당당하게 자신의 노력을 다했을 텐데. 그리고 입학이나 입사를 할 수 있는 자격이 있었을 텐데. 시험을 보는 아침, 면접을 보는 날. 그들은 얼마나 긴장하고 떨었을까? 만족하진 못해도 후회 없는 삶이었다고 스스로를 위로하며 시험장소에 들어섰을 그들을 생각하면 아빠도 선택적 분노를 하게 돼.


사람을 수저로 치환하고, 그것의 색깔을 들어 계급을 매기는 시대.

그리고 그 계급이 높다 착각하는 사람들의 특권의식과 부, 권력의 대물림은 그렇게 누군가의 노력을 무시해도 된다는 무시무시한 사회를 만들어 가고 있어.


'노력은 배신을 하지 않는다'란 명제와 신념은 더 이상 절대적 참이라 볼 수 없게 되었을 만큼.


노력에 대한 착각


하지만 이런 시대에 접어들어,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사회나 시대 탓으로 돌리는 우를 범해선 안된단다.

'노력'이 부족하면, '노오력'을 해야 하는 시대에, 나는 정말 '노력'이라도 했는지는 스스로 돌아봐야 할 과제야. 내가 원하는 걸 이 세상에서 이룬다는 건 그리 쉽지 않은 일. 짧은 인생이지만, 이것은 너희들도 이미 몸소 알고 있다 생각해. 


하여, 자신의 뜻대로 무언가가 되지 않았을 땐 다음 두 가지를 살펴봐야 한단다.


첫째, '노력'했다고 착각하는 경우


정말, 냉정하게 돌아보자.

내가 한 것이 '노력'일까? 혹시 그것은 방향을 설정하지 않고 마구 차 버린 공은 아닐까. 방향이나 목적, 목표 없는 노력은 그저 자신을 혹사하는 것 밖에 되지 않아. 스스로를 괴롭히고, 무언가 열심히 자신에게 채찍질했다는 위안일 뿐, 정작 내가 이루어내고 싶은 것에는 다가가지 못하게 돼. 혹사된 몸과 마음, 무거운 감정은 이내 세상을 향한 불평의 외침이 될 수도 있어. 불공평한 세상, 거지 같은 세상이라며 소리쳐봤자 자신의 목만 아프고 더러운 기분만 남을 뿐. 


둘째, 남의 '노력'을 간과한 경우


사람은 본능적으로 패배를 인정하려 들지 않으려 해.

이내 스스로 합리화를 하거나, 부정하거나, 남에게 탓을 돌리는 투사를 들이밀기도 해. 이는 다른 사람의 노력을 평가절하할 때 일어나. 남도 나 못지않게, 아니 그 보다 더 노력을 했을 텐데 내가 노력한 것에만 집중을 하다 보니 편협하게 상황을 바라보게 되는 것이지.




스스로 노력을 했다고 생각하는데, 내가 원하지 않는 결과가 일어났을 땐 위 두 가지를 꼭 돌아봤으면 해.


노력은 배신을 하지 않는다가 아니라...
노력은 배신을 덜한다!


그래서 아빠는 너희들에게 '노력은 배신을 하지 않는다'란 말을 하지 못하겠어.

솔직히 아빠도 너희들에게 이런 말을 할 자격이 있나 반성을 하게 돼. 아빠 또한 맘대로 되지 않았던 일을 돌아보면, 노력했다고 착각할 때도 있었고 다른 이들의 노력은 간과한 경우도 많았거든. 때론, 불공평하고 불합리한 장애물에 막혀 노력이 무산된 적도 있었으니까. 


살아오면서 느끼고 겪은 것들을 종합해보니, 결국 '노력은 배신을 하지 않는다'... 가 아니라, '노력은 배신을 덜한다'가 되더라. 내가 노력을 배신하기도 하고, 노력이 나를 배신하기도 하는 것을 목도하면서. 서로가 서로에게 배신의 아이콘임을 씁쓸하게 받아들이면서.


하지만 분명한 건, 노력하지 않으면 그러한 밀당이나 부대낌도 없다는 거야.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편지를 쓰지 않으면 답장을 받을 일도 없겠지. 무언가 노력을 할 때, 우리는 우리가 원하는 곳에 좀 더 가까이 갈 수 있고 불합리한 세상에 조금이라도 저항할 수 있어. 노력을 하는 이유, 방향, 목적과 목표를 분명히 해야 하는 것도 있지 말고.


그렇게 나 자신과 노력은 덜 배신하는 사이가 되어야 한단다.

배신당했다고 노여워하거나 울먹이지 말고, 그럴 수도 있는 사이임을 인정하면서.




'직장내공' (나를 지키고 성장시키며 일하기!)

'오늘도 출근을 해냅니다' (생각보다 대단한 자신을 만나고 싶다면!)

'진짜 네덜란드 이야기' (알려지지 않은 네덜란드의 매력!)







매거진의 이전글 '다름'과 '틀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