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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Dec 16. 2019

나는 깨닫는다. 고로 쓴다.

그래서 다시, 나는 쓴다. 고로 존재한다.

"Cogito ergo sum"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근대 철학의 아버지인 데카르트는 그의 '방법서설'에서,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이 말은 일대 변혁을 가져왔다. 사람이라는 존재의 '자율적이고 합리적인 주체'의 근본 원리를 확립했기 때문이다. 생각함으로써 존재한다는 이 길지 않은 문장은, 이것을 읽기만 해도 우리로 하여금 생각하게 만들고 생각하는 우리 자신을 자각하게 만들며 그럼으로써 우리가 숨 쉬고 있음을 깨닫게 하고 고로 존재함을 느끼게 하는 놀라운 힘을 발휘한다.


그런데, 이 말을 되짚어보면 또 하나의 의미가 있다.

존재의 원천은 바로 '생각'이라는 것이다.


내 글의 원천


글을 쓰기 시작하니 사람들이 많이 묻는다.

(글의 훌륭함과 기교, 문장력 등을 떠나서)
"글을 그렇게 쓸 수 있는 원천이 뭐예요? 책을 많이 읽으시나 봐요 평소에."


그러면 여지없이 내 대답은 책을 많이 읽지 못했다는 부끄러운 고백이다.

물론, 글을 쓰고 나서 책을 읽는 양이 늘어나긴 했지만 그렇다고 글을 쓰는 원천이 다독에 있다고 말할 처지는 아니다. 그런데, 스스로도 의아하긴 마찬가지였다. 보통, 책을 많이 읽어야 글을 쓰는데 도움이 되고, 그래야 글의 소재도 많아진다는 것에 암묵적으로 동의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만히 돌이켜보니, 그것은 바로 '생각'이었다.

그래도 계속해서 글을 써내고 있는 것에 대해 뭐라도 대답을 해야 하는데, 독서가 그 원천이 아니라고 하니 그럴싸한 대답을 찾아내려다 마침 '생각'이란 단어가 떠오른 것이다. 그런데, 그게 정말 맞았다. 평소에 어떤 단어 하나가 떠오르면, 그것에 대해 이리 굴리고 저리 굴리고, 그 본질을 알아내려는 수많은 생각이 글쓰기에 도움이 되고 있던 것이다. 평소에 불안도 느끼고, 이런저런 걱정이 많았는데 이러한 모든 것들이 '생각'이 되어 데이터베이스화 되지 않았나 싶다. 그래서 요즘은 생겨난 생각을 잃지 않으려, 죽어라 하고 메모를 한다. 혹시라도 영감이 휘발될까 봐, 생각한 단어나 표현이 도망갈까 봐. 밥을 먹다가도, 길을 걷다가도 어느 것 하나가 떠오르면, 휴대폰의 메모 앱을 켜고 적는다. 그리고 그 적힌 메모들은, 주말 밤 몰아서 쓰는 내 글쓰기의 재료들이 되는 것이다.


생각이 모여 깨달음을 만든다


하지만, 생각이 많다고 또 글이 나오는 것은 아니다.

적어 놓은 메모들 중에서도, 글로 나오는 것들이 있고 그렇지 않은 것들이 있는데 그 차이는 바로 '깨달음'이란 결론이다. 결국, 무언가를 깨달았을 때, 또는 깨달으려 나는 글을 쓰는 것이다. 데카르트가 남긴 유명한 말에 빗대면, 나는 아래와 같이 표현할 수 있겠다.


"나는 깨닫는다. 고로 쓴다."


생각이 존재함을 깨우치는 것처럼, 쓰는 것이 깨닫는 것을 증명한다.

독서도 많이 하지 못하고, 그저 그런 생각을 이어감에도 글이 나오는 것은 바로 깨달음이 많아서인 것이다. 그리고 깨달음이 많다는 건, 내가 그만큼 부족하단 뜻이기도 하다. 남 탓, 세상 탓을 하기보단 나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할 때 깨달음은 더 커진다. 주변엔 찾아낼 의미가 풍성해진다. 그리고 생산된 깨달음의 문장들은, 다시금 나를 또 깨닫게 하는 선순환 구조를 이룬다. 


깨달아서 쓰고, 쓰니까 깨닫고. 

이것이 결국 '글쓰기'의 매력이자 위력이 아닐까.




인생을 살아오면서 나는 내가 글을 쓰며 시간을 보낼 거란 생각을 하지 못했다.

지식이 많은 것도 아니고, 책을 많이 읽은 것도 아니고. 글을 잘 쓰는 것도 아니며, 문장력이 특출 난 것도 아니니까. 하지만 '글쓰기'를 위에 열거한 조건에 한정하여 봤던 나 자신이, 어쩌면 '글쓰기'는 그러한 조건 이상의 것이란 걸 깨닫고 나니, 한 글자라도 더 쓸 수 있는 용기를 가지게 된 것이다.


아무래도 이번 생에 '글쓰기'를 만난 건 천혜의 행운이란 생각이다.


그래서 다시.


"나는 쓴다. 고로 존재한다."




'직장내공' (나를 지키고 성장시키며 일하기!)

'오늘도 출근을 해냅니다' (생각보다 대단한 자신을 만나고 싶다면!)

'진짜 네덜란드 이야기' (알려지지 않은 네덜란드의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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