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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Feb 06. 2020

나에게 '저자 소개'란?

황홀한 요청이자 마침표를 제대로 찍고 싶은 마음의 숙제

작가님, '저자 소개' 보내주세요!


황홀한 요청이다.

저자 소개는 내 생각이 글이 되고, 그 글이 책이 되는 막바지 작업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에디터님이나 편집자님과의 치열한 티키타카가 거의 끝났다는 이야기이고, 기우제라도 하듯 정성을 들여 골라낸 제목과 표지 디자인이 돌이킬 수 없는 순간에 와있다는 걸 뜻한다.


나는 출간 준비를 할 때, 저자 소개 작성 단계를 프롤로그나 에필로그 뒤로 놓는다.

나에게 저자 소개란 나를 다시금 규정하는 아주 중요한 단계라는 생각에서다. 나란 사람은 왜 이 글을 쓰기 시작했는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저질렀는가. 또 그 어떤 걸 전하고 나누고 싶어 꾸역꾸역 써내려 갔는가. 그러니 글의 중간과 처음, 그리고 끝을 다 쓰고 나서야 비로소 나는 나를 규정할 수 있는 것이다.


웬만큼 살아본 사람은 잘 알겠지만, 나이가 들어갈수록 ''를 규정하기란 쉽지 않다.

소위 말해, 정체성의 농도는 어렸을 때 무색이고 사춘기 때 희미해졌다가 젊음과 함께 가장 빛나고는 이후엔 하루도 빼놓지 않고 옅어진다. 사회에서 얻은 직업이나 그로 인해 생겨난 페르소나로 나를 소개하는 것은 쉽지 않다. 직업이나 직급으로 나를 설명하려고 하면 한계가 있어 보이고, 동시에 그것이 사라지면 그럼 나는 무언가란 걱정을 하지만 그렇다고 사회적 타이틀을 떼고는 나를 달리 표현할 방법도 영 마뜩잖다.


이러한 마당에

'저자 소개'는 황홀한 요청이자,

마침표를 제대로 찍고 싶은 부담이

동시에 물려오는 묵직한 숙제다.


그래서 나는 저자 소개 단계에서 그 글을 쓰고 싶었던 처음 단계로 돌아가 본다.

적어 내려 가는 내용들은 대부분, 나는 어떤 일을 하고 있는데 왜 이 글을 썼으며,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고 지금껏 어떤 책을 내었단 이야기다. 지금까지 출간했던 책의 날개에 있는 저자 소개는 그래서 흥미롭다. 그때의 '나'가 생각한 것들, 바랐던 것들, 그리고 스스로를 어떻게 보고 있었는지에 대한 자각의 정도. 그리고 어떻게 하면 좀 더 멋지게 쓸까 고민했을 겉멋 든 그 얄팍한 심정까지도.


돌아보면 모든 것들이 아련하고, 되새겨보면 의미가 있다.

지금 보면 깊이 고민했다고 생각한 문장들이 가벼워 보인다. 이렇게 쓰거나, 저렇게 표현할 걸... 이란 후회도 함께 몰려온다. 하지만 어쩌랴. 그때의 나는 그랬던 게 맞고, 그때의 나가 지금의 내가 되었으며, 지금 저자 소개를 새로이 쓰더라도 미래의 나는 지금의 내 고민을 가볍게 받아들이고 말 것을.


지난 저자 소개들을 보며 그때의 나를 만나봐야겠다. 그리고 또 새로운 저자 소개를 고민해봐야겠다.

인내의 시간이 지나, 마침내 다가오고야 마는 마음 묵직하지만 황홀할 그 순간을 기대하며.


저자 소개



1. 진짜 네덜란드 이야기

어느 날 문득, 너무 소비적으로만 사는 것 같아 무언가를 생산해보자고 결심한 뒤 글을 쓰기 시작했다. 영업과 마케팅을 업(業)이라 믿는 열혈 회사원. 그와 동시에 베스트셀러 몇 권을 꿈꾸는 몽상적 실천가. 네덜란드에 주제원으로 부임하여 4년을 보냈다. 이방인의 눈으로 바라보고 살아본 네덜란드의 매력에 빠져 필명도 스테르담이다.
블로그에는 '진짜 네덜란드 이야기' 외에 후배들을 위한 멘토링, 소설, 에세이 등 다양하고 어수룩한 글들이 한가득이다. 언젠가 베스트셀러로 거듭날 수 있으니 미리 봐 두는 것도 좋겠다.

정말, 네덜란드에 푹 빠진 꿀 떨어지는 모습이 엿보인다.

아, 그리고 '다양하고 어수룩'한 글이라니. 겸손해 보이면서도 정말 뭔가 어수룩해 보인다. 그리고 몇 권을 더 출간해보니, 베스트셀러보다 더 중요한 게 스테디셀러라는 걸 깨달았다. 그래서 만약 이와 같은 패턴으로 쓴다면, 다음엔 꼭 스테디셀러란 말을 써야겠다.


2. 직장내공

대학에서 심리학을 전공했지만, 영업과 마케팅을 업(嶪)이라 믿는 열혈 직장인. 국내 디기업에 입사하여 20년 차를 몇 해 남겨 두고 있다. 너무 소비적으로만 사는 것 같아 무언가를 생산해보자고 결심한 뒤 '스테르담'이라는 필명으로 브런치에 작가 등록을 하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 다양한 주제로 매일 글을 쓰며 브런치에 연재하던 중, 네덜란드에서 주재원으로 근무하며 직접 겪은 것들을 쓴 글은 '진짜 네덜란드 이야기'라는 책으로 출간되었다.

어느 날, 직장인을 희화화한 글을 읽고 한바탕 웃다가 나 자신을 비웃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 생각을 고쳐먹기로 했다. 생존을 위한 버티기로 하루하루를 살고 '하고 싶은 일'보다는 '해야 하는 일'을 더 많이 하고 있지만, 돌아보니 그것들을 통해 배운 것들이 너무 많다는 걸 깨달았다. 그 배움을 나누기 위해 'ㅍㅍㅅㅅ'와 외부 사보에 칼럼을 기고하고, '슈퍼루키'와 '리드미'에서 취업준비생과 예비 직장인을 대상으로 코칭과 강연을 하고 있다.
책을 내고 강연을 하니 사람들이 곧 회사를 떠날 거냐고 많이 묻지만 젖은 낙엽처럼 회사에 딱 달라붙어 할 수 있을 때까지 영업과 마케팅 업을 고수하고 싶은 천상 월급쟁이다. 주제넘은 바람은 나를 포함한 모든 직장인이 자신을 돌아보고 사랑할 수 있는 법을 깨달았으면 하는 것이다. 이번 생은 직장인일지라도 말이다.

저자 소개가 좀 길다.

그런데, 이유가 있다. 당시 이 책을 맡아 주신 에디터님은 뭔가 전문가적인 이미지로 변신을 해야 한다고 주문하셨는데, 글을 쓴 나보다 내 책이 잘 되고 내 브랜드를 더 많이 고민해주시는 분들이 있다는 걸 그때 깨달았다. 그래서 책의 제목도 '젊음이 젊음에게 멘토링'에서 좀 더 센 '직장내공'으로 바뀌었다. 사실, 내가 생각한 제목은 '직장인이어도 괜찮아'와 같은 (지금 생각하면 도망가고 싶은) 어설픈 것이었는데, 예를 들어 강연 기회가 있어 소개를 하는데 이름 앞에 붙는 책 제목이, '직장내공'은 신뢰를 주지만, 내가 생각했던 제목으로 소개를 하면 왠지 안쓰러워 보였을 것이다. 그래서 에디터님은 나를 전문적으로 만들어 주시기 위해, 내가 하는 활동들을 있는 그대로 모조리 갖다 붙였던 것이고 소개가 길어진 것이다. 이유 불문하고, 내가 항상 감사해하는 이유다. (더불어 짧은 소개로도 임팩트를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더 노력을...!)


3. 오늘도 출근을 해냅니다.

하루만 버텨보자던 신입사원 시절이 어느덧 저만치 흘러갔다. 버틸 땐 초라하다고 생각했던 모습이 시간이 지나며 자신에게 필요한 근육을 키우기 위한 운동이었음을 몸소 깨달았다. 그래서 힘든 직장 생활 속에도 분명 의미가 있을 거라는 '자기 합리화'와 '자아실현'의 중간 어디쯤에서 오늘도 고군분투하고 있다.

직장인을 '업(業)'으로 받아들여 즐겁게 일하고 있으며, 깨달은 바를 나누기 위해 글쓰기와 강연을 병행하고 있다. 책을 내고 강연을 하니 '회사를 곧 나가는 것 아니냐'는 질문을 받지만 할 수 있을 때까지, 올라갈 수 있는 데까지 도전하려는 열혈 월급쟁이다. 저서로는 젊은 직장 후배들을 위한 진심 어린 조언을 담은 '직장 내공'과 유럽 주재원 시절 쓴 '진짜 네덜란드 이야기'가 있다.

직장인인 우리가 생각보다 대단한 존재이며, 직장인으로서 살아가는 시간 역시 소중하다는 걸 모두 깨달았으면 좋겠다.

결국, 첫 번째와 두 번째 책의 내용을 합친 모양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책은 에세이 형식으로 출간을 생각한 것이 아니었는데 갑자기 내게 되어서 두 번째 책과 출간 두 달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그나마 '자기 합리화'와 '자아실현'의 중간에서 고뇌하고 있다는 표현은 그때와 지금의 나를 잘 표현해주는 것 같다. 마지막엔, 직장인들이 생각보다 더 대단한 자신을 만났으면 좋겠다는 심정으로 주제넘은 바람을 적었다. 물론, 나에게도 하는 말이다.


4. 아들에게 쓰는 인생 편지

오늘도 출근하는 베스트셀러 작가. 대기업에서 해외영업 마케팅 '업(業)'으로 삼아 세계를 돌아다니는 열혈 직장인이다.
사랑하는 두 아들에게 어떻게 하면 좋은 아빠가 될 수 있을지 고민하다 '막대한 유산'보다는 '위대한 유산'을 남겨줄 심산으로 편지를 썼다. 언젠가 두 아들이 자라 '막대한 유산'은 어디 있냐고 묻겠지만, '위대한 유산'이 더 가치 있음을 깨들을 것이라 믿는다. 살면서 미리 알았다면 좋았던 것들에 대해 아낌없이 적어 놓았으니.
저서로는 직장 후배들을 위한 진심 어린 조언을 담은 '직장내공'과 직장인으로 버티는 시간을 담담히 그린 '오늘도 출근을 해냅니다', 유럽 주재원 시절 쓴 '진짜 네덜란드 이야기'가 있다.

좋은 아빠가 될 수 있을까?

어려서 아버지를 일찍 떠나보내서, 내가 직접 부딪쳐 배운 것들을 알려 주고 싶었다. 인문학과 심리학의 소중함을 알았으면 하는 마음. 그리고 세상 그 어떤 것보다 자신을 사랑하는 힘이 가장 중요하다는 메시지와 함께. 왜 쓰고 싶었는지를 명확하게 말하고 싶었고 이를 위해 '막대한 유산'과 '위대한 유산'이란 말을 사용 했다.




4권을 통틀어 나오는 공통점은 '직장인', '업(業)', '영업 마케팅' 그리고 써 온 저서다.

사회적 가면이 나를 완벽하게 대변해줄 순 없지만, 결국 모든 콘텐츠와 이야기는 사회적 활동을 통해 우려 지고 발산되는 것들이다. 즉, 지금 나의 본업. 직장인. 직업을 넘어 그것을 '업'으로 받아들일 때, 내 삶의 농도는 짙어지는 것이고 나누어줄 것이 많아지게 된다. 그러니, 직장인과 작가는 공존할 수밖에 없다. 물론, 부모라는 역할도 함께.


다음 저자 소개를 할 날이 멀지 않았다.

미리 먼저 나는 지금 어떤 사람인지를 좀 더 생각해봐야겠다.


감사하고 또 감사한 마음으로.




'직장내공' (나를 지키고 성장시키며 일하기!)

'오늘도 출근을 해냅니다' (생각보다 더 대단한 나!)

'아들에게 보내는 인생 편지' (이 땅의 모든 젊음에게!)

'진짜 네덜란드 이야기' (알려지지 않은 네덜란드의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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