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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Feb 08. 2020

글쓰기의 최종 목표는 책이 아니다 Part 1.

글쓰기는 긴 호흡이어야 한다.

'끝'에 대한 환상


사람은 기본적으로 '끝'에 대한 환상이 있다.

'과정'에 대한 부담이 있기 때문이다. '과정'은 대개 지난하고 앞이 보이지 않는다. '끝'이라는 결말을 보기 전까진 사람은 불안하다. 만약 직장인이나 학생이 그들의 결말을 이미 알고 있다면 지금처럼 불안하진 않을 것이다. 나는 언제 승진을 하고, 몇 살에 은퇴를 하며 얼마를 모을 것인가. 또 나는 어떤 대학에 들어가 무슨 공부를 하고 어떤 사람이 될 것인가를 미리 안다면 '과정'에 대한 부담은 없다. '끝'을 알고 싶은 마음, 어서 빨리 '끝'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이유다.


그러다 보니, '과정'과 '끝'은 주객이 전도된다.

주객이 전도될 때, 삶은 고달프고 그 어떤 의미는 퇴색된다. '과정'이 있고 '끝'이 있는 것인데, '끝'에만 집중한 나머지 우리는 많은 것을 잃는다. 지금이라는 '과정', 어디로 가는지에 대한 '방향', 왜 그러고 싶은지에 대한 '목적'이 그것들이다. 열심히 뛰고는 있는데, 정작 목적지가 어디인지 모른다거나 열렬히 공부를 하고 나서도 대체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모르는 그 상황들을 맞이 했을 때 무엇을 잃었는지 우리는 돌아봐야 한다.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내 글은 과연 책이 될 수 있을까. 책이 되지 않은 내 글은 가치가 없는 것인가. 누구나 책을 내고 싶어 하지만 아무나 글을 쓰진 않는다. 글쓰기를 시작도 안 했는데 책부터 내고 싶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실제로도 많다.

우리는 마치, 책을 낸다는 '끝'을 신봉하는 것 같다. 책을 내기 위한 '과정'은 불확실하고 편하지 않은 여정이니 이해가 된다. 글쓰기가 과정이라면, 책 출간이 끝이 아닐까 하는 정서적 공식이 사람을 조급하게 만드는 것이다.


글쓰기의 시작은 목표가 없어야 한다.
그래야 목적이 보인다!


고백하건대, 나는 출판사에 투고를 한 적이 한 번도 없다.

이것은 감사하고도 놀라운 일이다. 그럼에도 정신 차려보니 이미 네 권의 책이 나왔고, 또 한 권의 출간을 앞두고 있다. 이게 정말 어떻게 된 일인지 나도 가끔은 고개를 갸우뚱한다. 

(그래서 브런치에 매우 감사하게 생각하고, 많은 사람들의 꿈을 이루어주는 브런치 팀에게 노벨상 이상의 것을 주어야 한다고 항상 주장한다. 브런치와의 인연, 그리고 작가로서 브런치를 활용하는 법에 대해서는 추후에 더 자세히 다루고자 한다.) 


가장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부분은 글쓰기의 시작에 아무런 목표를 가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살아오면서 나는 목표가 없다고 자책한 적이 많았는데, 글쓰기를 다짐할 때는 오히려 그것을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만약, 글쓰기를 시작하면서 일주일에 몇 편의 글을 쓴다거나 일 년 안에 책을 출간한다는 목표를 가졌다면 나는 분명 중간에 글쓰기를 포기했을 것이다.


목표가 없으니 시작할 용기가 났다.

자책할 필요도 없었고, 무언가에 쫓기는 마음의 부채감도 없었다. 그저, 쓰고 싶을 때 쓰되 일 년을 돌아보아 그것이 자산이 될지 쓰레기가 될지 지켜보자는 긴 호흡을 쉬고 있었다. 그러니 계속 쓸 수 있었다. 더불어, 나에겐 '끝'이 없었다. 그저 '과정'을 즐긴 것이다. 끝이 없을 과정이라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던 것이다. 


그리고 그 글들은 모여 기어코 책이 되었다.


더불어, 내 삶에 가장 큰 울림과 깨달음을 준 것은 바로 글쓰기의 '목적'이다.

과정을 즐기니 목적이 보였고, 그것은 방향이 되었다. 정하고 떠난 여정이 아니었는데, 내가 내딛는 그곳이 길이 되고 방향이 되는 작은 기적을 경험했다. 이것은 남이 밟은 길만 걷던 나에게 주어진 인생의 환희였다. 무언가 용솟음치는 에너지를 느꼈고, 그 에너지는 자꾸 나에게 뭐라도 쓰라며 마음을 두드리고 손가락을 간지럽혔다.


글 쓰기의 목적 그리고 삶의 방향.

결국, 모든 글들은 나를 향해 있었고, 나는 나를 인지하고 생각했으며, 예전보다 더 자주 나를 만나게 되었다. 글쓰기의 목적은 결국 나였고, 내가 향하고 싶었던 방향도 나에게로 였다. 글쓰기가 나를 나에게로 좀 더 자주 데려다준 것이다. 모든 것은 나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나를 뺀 우주와 나의 무게를 비교하면 내가 더 무겁다. 글을 쓰고 싶고, 책을 내고 싶은 생각들 이전에 '나'를 인지해야 한다.


자꾸 '끝'을 내려하거나, 글쓰기보다 책을 먼저 내려는 조급함을 내려놓아야 하는 이유다.




나는 내가 쓰는 글의 맨 처음 독자다.

나를 관통하지 못하는 글은 다른 이의 마음을 어루만질 수 없다는 게 내 결론이다.


그래서 나는 매일을 다짐한다.

머리로 생각하고, 마음으로 쓸 것을.

글쓰기의 목적을 상기하고 또 상기할 것을.




'직장내공' (나를 지키고 성장시키며 일하기!)

'오늘도 출근을 해냅니다' (생각보다 더 대단한 나!)

'아들에게 보내는 인생 편지' (이 땅의 모든 젊음에게!)

'진짜 네덜란드 이야기' (알려지지 않은 네덜란드의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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