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의 모수를 늘리면, 그것은 마침내 빛을 내며 패턴을 만들어 낸다.
전체는 부분의 합 이상
길거리를 지나다 네온사인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네온사인은 전구로 이루어진 간판이다. 작은 전구들이 모여 네온사인을 이루는데, 우리는 그것에서 어떠한 의미를 끄집어낼 수 있다. 바로 '전체는 부분의 합 이상'이라는 의미다.
'게슈탈트 심리학'이란 걸 들어봤는지 모르겠다.
우리말로 하면 '형태주의 심리학'이라고 하는 이론인데, 이는 '의식의 요소'보다는 '의식의 전체성'을 중시하는 이론이다. 여기서 '게슈탈트'는 '패턴' 또는 '전체'를 일컫는 독일어다. 즉, 형태란 인간이 자신을 둘러싼 외부환경과 세상을 의미화하기 위해 자신이 지각한 것을 패턴이나 관계성으로 구조화하는 경향을 말한다. 예를 들어, A와 B라는 존재가 있으면 우리는 이것을 단순히 A와 B를 따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A와 B는 물론 이 둘의 관계나 누적되어온 사상과 관념에 따라 종합적으로 이를 인식한다는 것이다.
다시 앞으로 돌아가, 네온사인을 떠올려보자.
100개의 전구로 이루어진 네온사인은 그저 100개의 불빛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우리는 거기서 글씨나 그림을 보게 된다. 말 그대로, '전체는 부분의 합 이상'이라는 걸 여실히 증명하고 있는 것이다.
글의 모수를 늘려야 한다.
그래야 마침내 빛을 내며 패턴을 만들어 낸다.
글쓰기 강의를 할 때 나는 '어떻게'쓰느냐 보다는 '왜'쓰느냐에 몰두한다.
'어떻게'쓰느냐에 집중하면 오래, 많이 쓰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왜'써야 하는지를 깨닫고 나면 글쓰기는 길고 다양하게 진화한다.
그러면 내 글의 '모수'가 늘어난다.
내 글의 '모수'가 늘어나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
모수가 늘면 의미가 파악된다. 단 몇 개의 전구가 네온사인을 만들어낼 순 없다. 수백, 수천 개의 전구가 모이면 더 많은 의미와 이미지 그리고 패턴을 만들어 낼 수 있듯이, 내 글의 모수가 늘면 내 글들은 빛을 발하며 의미를 만들어낼 것이다.
쌓여 있는 글 속에서 우리는 우리만의 패턴과 의미를 찾아내야 한다. 아, 내가 주로 이러한 글을 쓰는구나. 오, 나의 생각들이 이렇게 정리되는구나. 수많은 글의 모수 속에서 그 의미를 곱씹다 보면 패턴이 보이고, 나만의 '세계관'을 알아챌 수 있다.
더불어, 전체는 부분의 합 이상이라는 걸 돌이켜볼 때, 작디작게 모인 글들은 생각 이상의 전체를 만들어 내는 것이 분명하다.
글쓰기를 해본 적도 없고, 전업작가도 아닌 내가 연달아 출판을 하고 자기 계발 강연과 글쓰기 강의까지 하고 있는 걸 보면 말이다. 나는 그저 썼고, 나의 글들을 모았을 뿐인데 내가 받은 선물은 상상 이상이다. 글들이 모여 빛을 내고, 마침내 의미와 패턴을 만들어 낸 것이다.
글의 모수를 늘리는 가장 좋은 방법
사업을 하려면 자본이 필요하고, 네온사인의 글자를 만들어내려면 많은 전구가 필요하다.
아주 당연한 이치와 같이, 책을 내고자 하거나 작가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싶다면 자신만의 글이 많아야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책 출판'이라는 이상에 이끌려 자신의 글이 얼마나 있는지를 간과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나는 항상 아래와 같이 강조한다.
"'책'을 쓰는 것이 아니라, '글'을 써야 합니다. 글이 모여 책이 되는 거라는 걸 꼭 아셨으면 좋겠어요."
왜 써야 하는지를 깨닫고, 글쓰기를 이어나갈 때.
그 과정에는 책 출판이라는 선물이 주어진다. 그리고 한 권의 책이 나오더라도, 거기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글쓰기는 계속 이어 나갈 수 있다.
그러니, 책이 아닌 글쓰기를 지향할 때 우리는 끊임없이 써낼 수 있다.
더불어, 혹 글쓰기의 초입에 서있다면 그 어떠한 목표를 두지 않고 써나가는 걸 추천한다.
만약, 내가 글쓰기를 결심하고 '하루에 글 하나', '1년 안에 책 출판'등과 같은 목표를 정하고 썼다면 나의 글쓰기는 멈췄을 것이다. 목표를 이루지 못하고는 쓰러져 자괴감에 빠지는 우를 범했을 가능성이 높다.
나는 글쓰기를 다짐했던 그때, 생각했다.
그 어떠한 목표를 두지 말고 써 나가자고. 그리고 훗날 돌아봐서 그것이 쓰레기면 버리면 될 것이고, 자산이면 불려 나가면 될 것이라고.
내 글의 모수가 쌓이고 쌓인 이유다.
홈런왕은 동시에 삼진아웃 왕이다.
하나하나의 휘두름이 모여, 타점을 만들어 내고, 만들어진 타점은 홈런왕이라는 더 큰 의미를 만들어 낸다. 내가 쓴 모든 글들이 책에 수록되거나 찬사를 받는 게 아니다. 내 글 중엔 홈런도 있고 안타도 있으며, 파울과 아웃도 있다. 그러나 그것들이 모여 나라는 선수의 기록을 만들어 주고, 내 위치를 알려준다.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되는 것이다.
이와 같이 나의 어떤 글은 밝게 빛나고, 또 어떤 글은 덜 빛나거나 다른 색깔을 낸다.
그것들이 모여 이루어내는 패턴과 이미지, 그리고 의미를 나는 소중히 생각한다.
내가 계속해서 써 나가면, 또 그 어떤 나도 상상하지 못한 것들이 만들어지지 않을까 짐짓 기대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