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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Mar 07. 2020

글은 미래의 나에게 보내는 편지

속절없는 시간에 대항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무기

시간이라는 굴레


인간이라는 존재가 상당히 고등한 것 같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다른 종이나 동물들보다 좀 더 나은 부분이 있을 뿐이고, 그마저도 문명의 끝은 무엇이 될지 모르니 감히 등급의 고저를 단정 지을 수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세상 모든 존재는 시간 앞에 속절없다. 고등하든 하등하든 모두 시간의 굴레에 있고, 이는 거부하거나 빠져나갈 수 없는 운명이다. 너나없이 시간 앞에 삶이 저당 잡혔는데 거기서 무슨 등급을 나눈단 말인가.


그래서 숨 쉬는 존재는 과거에 연연하고, 현재를 인식하지 못하며 미래를 불안해한다.


특히, 우리는 가보지 않은 미래를 가장 두려워한다.


역사라는 기록


사람은 본능적으로 '존재'를 확인하려 한다.

존재를 확인하지 못하면 그건 삶이 아니다. 내가 나라는 걸, 내가 여기 실재한다는 걸 매일매일 확인해야 우리는 살아갈 수 있다. 치매나 사고로 자신이 누구인지 조차 기억 못 하는 사람이나, 영화 속에서 볼 수 있는 육신과 상호작용이 없어진 존재의 삶은 고달프다. 


'코기토 에르고 숨(Cogito ergo sum)' 즉,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라는 데카르트의 말을 떠올릴 때다.

과연 그렇다. 우리는 살아가는가, 죽어가는가. 현실 세계인가 가상의 세계인가. 내가 나비의 꿈을 꾸었나, 나비가 내 꿈을 꾸었나라고 의문하며 존재를 의심해보지만, 이러한 의심과 생각 자체를 하는 '나'는 존재하고 있다는 역설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더불어, '존재'를 증명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기록'이다.

역사는 기록의 흐름이었고, 인류의 탄생 이후 누가 무엇을 가르쳐주지 않아도 어떠한 표시나 그림 그리고 마침내 문자로 무언가를 남겨왔다는 건 사람은 본능적으로 무언가를 기록하여 존재를 알리려 했다는 걸 더 명확히 해준다. 그들이 알리려 했던 건 무엇일까. 왜 역사에 그렇게 훌륭한 사람으로 남고자 아등바등했는가.


시간이라는 굴레에서 존재는 하염없이 풍화한다.

남기지 않으면 사라진다. 고대의 사람들도 시간이라는 두려움 앞에 그렇게 사라지로 말까, 존재를 기록하고 또 기록한 것이다.


나라는 역사,
그리고 글쓰기의 시간


'나'의 삶도 역사다.

어차피 역사는 개개인의 시간과 존재가 얽히고설켜 이루어진 그 어떤 모둠이다. 그러니 우리는 오늘 하루를 기어코 기록하려 한다. SNS에 글을 올리고, 무엇을 먹었는지 사진을 찍고, 무엇을 느꼈는지 일기를 쓴다. 그러하지 않더라도 분명 우리는 어딘가에, 그 어떤 방식으로 나에 대한 흔적을 남겨 놓는다. 사람은 존재를 확인해야만 살 수 있기 때문에. 내가 어떤 흔적을 남기고 있는지 돌아볼 일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나의 존재를 확인하고 '나라는 역사'를 기록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글쓰기'다.

'글'은 아주 강력해서 속절없는 시간에 대항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무기니까. 기록된 무언가는 과거에도 존재하고, 현재를 아우르며 미래에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역사는 지금을 쓰지만, 그것은 과거가 되고 미래의 누군가에게 보인다. 우리가 동시적으로 존재할 수 없는 과거, 현재, 미래를 '글'은 한 번에 아우른다.


더 놀라운 건, 글쓰기는 내가 한 어떠한 행동이나 사건만을 담는 게 아니라 생각과 느낌 그리고 감정을 담는다는 것이다.

눈에 보이지도 않고, 단 몇 분만 지나도 사라지는 그것들을 남아낸다니 정말 놀랍다. 우리 뇌 속,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와 감정을 아우르는 편도체가 붙어 있음에 가능한 일. 즉, 지난 우리의 어떤 글을 마주하고 기억을 되살려내는데 감정까지 소환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것이다.


그러니 남겨야 한다.

무조건 남겨야 한다.

글쓰기를 통해 우리 존재를.


글은 미래의 나에게 보내는 편지


편지를 보내지 않으면 답장을 받을 일이 없다.

지금 내가 쓰는 이 글은 지금의 나와 미래의 나에게 보내는 편지다. 내일 이 글을 볼 때 나는 과거인 지금의 생각과 느낌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더불어, 그때 '지금'이라는 현실에서 내가 존재할 수 있음을 느끼며, 미래의 나에게 그 어떤 것을 잊지 말라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미래에서 오는 예상치 못한 답장은 꽤 짜릿하다.

내가 쓴 글은 어느새 영향력이 되고, 미래의 내가 아니라도 그에 대한 답장을 주는 곳이 여러 곳이다. 나는 내가 책 출간을 하게 될 줄도 몰랐고 누군가에게 선한 영향력을 전달할 강연자가 될 것이라 기대한 적도 없다. 그런데 내가 받은 답장들은 실로 놀랍다. 나도 모르는 나의 재능과 능력. 그리고 선한 영향력은 내가 살아 숨 쉬고 있음을 증명해준다.


내가 기대하지 못한 미래는 대부분 불안하지만 때론 놀랄 만큼의 설렘인 것이다.




글쓰기는 '나'라는 존재를 확인시켜 주는 과정이다.

그리고 남겨진 글은 내 역사가 된다.

내 역사는 오늘을 사는 지혜와 미래를 내다보는 힘이다.


끊임 없이, 미래의 나에게 편지를 보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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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서 모음]

'견디는 힘' (견디기는 역동적인 나의 의지!)

'직장내공' (나를 지키고 성장시키며 일하기!)

'오늘도 출근을 해냅니다' (생각보다 더 대단한 나!)

'아들에게 보내는 인생 편지' (이 땅의 모든 젊음에게!)

'진짜 네덜란드 이야기' (알지 못했던 네덜란드의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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