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스테르담 Mar 23. 2020

글 써놓은 건 없는데 책은 내고 싶어

그 순간이 바로 글을 써야 하는 순간임을 득달같이 알아차려야 한다.

글 없이 책을 낼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


있다.

글을 쓰지 않고도 책을 낼 수 있는 방법. 분명 있다. 하나가 아니다. 첫째, 유명해지는 것이다. 상상 이상으로 유명해져서, 이야기만 하면 알아서 받아 적고 글을 써서 내 이야기를 출판해주겠다는 사람들을 줄 세우는 방법. 둘째, 출판사 에디터가 되는 것이다. 좋은 글을 발굴하고, 누군가의 꿈을 이뤄주는 사람. 책이 출판되면 이름도 함께 새겨지니 마음도 뿌듯할 것이다. 

이 둘은 글 없이 책을 낼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다. 실제로도 이런 과정을 통해 책이 출판되고 있지 않은가. 지금 내 현실을 감안할 때 비현실적인 방법이라 느낄 수도 있겠다. 하지만 내가 써놓은 글 없이 내 책이 나온다는 게 더 비현실적인 이야기라고 나는 생각한다.


책은 글의 모음이다.

그리고 글은 나라는 사람의 읊조림이다. 산전수전을 겪어 나지막이 내뱉는 삶의 탄식. 그 탄식 안에는 깨달음이 있고 경험이 있으며 지혜가 있다. 사랑이 있고 미움도 있으며, 배려와 분노도 함께 있다. 눈에 보이는 것, 마음으로 느끼는 것, 손으로 만지고 온몸으로 움직여 획득한 모든 감성과 이성의 모둠이다. 


탄식할 줄 알아야 글이 나오고, 글이 모여야 비로소 책이 나오는 것임을 알게 되었다.


책을 내고 싶은 이유


글보다는 책이 먼저 떠오르는 이유는 뭘까?

내 이름 석자가 적힌 책의 표지는 생각만 해도 설렌다. 그런 책이 서점 어느 잘 보이는 평대에 진열이 되어 있다고 생각해보자.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그것을 집어 들고, 잠시 잠깐 그것을 읽어 마음이 요동하여 저도 모르게 계산을 하러 가는 모습. 아, 방금 일어난 이 기적은 무엇일까? 내가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였고, 그리하여 무언가를 행동하게 했다니. 사람은 본능적으로 무언가를 기록하고 표현하려 하며, 자아실현을 통해 다른 사람에게 영향력을 끼치기 원한다.


기록, 표현, 자아실현, 영향력.

이는 모두 '존재'라는 단어와 밀접하다. 즉, 사람은 자신의 존재를 끊임없이 의문하고 확인하려 하는데 위에 열거한 방법들만큼 확실한 게 없다. 즉, 책을 내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은 내 존재의 효용을 증명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자 무의식의 확실한 갈망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사람은 효율성을 추구하는 똑똑한 존재임과 동시에, 그 효율성이 지나쳐 조급함을 안고사는 불완전한 존재다. 즉, 존재를 증명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을 찾아 그것을 갈구하는데, 아차 써 놓은 글은 없는 것이다. 그리고는 이내, 글 없이도 책을 내고 싶다는 과정을 건너뛴 바람에 사로잡히는 것이다.


이것은 마치, 움직이지 않고 살이 빠지기를 바라고, 돈을 벌지 않으며 건물주가 되기를 바라는 것과 같다.

물론, 위와 같은 방법으로 살을 빼고 건물주가 될 수 있다면 나는 그렇게 할 것이다. 그러나 아직 방법을 찾지 못했다면 나는 움직일 것이고, 돈 벌기를 멈추지 않아야 한다. 마찬가지로, 책을 내고 싶다면 글을 써 나가야 한다.


쓰다 보면 알게 된다.

내 존재를 각인시키는 것은 결국 책이 아니라 글쓰기라는 것을. 


책은 내 글의 결과물이다.

대부분의 보물은 과정에 있고, 본질에 숨어 있다. 그것이 글쓰기라고 나는 자신 있게 이야기할 수 있다.




책을 내고 싶다는 마음이 앞서, 오늘의 글이 하찮게 보일 때.

글 하나 둘 써서 뭐 하냐는 자괴감이 들 때. 지금 쓰는 글이 나를 관통하지 못할 때. 구독자 수를 단기간에 늘리지 못해 허탈할 때. 내가 바라는 것은 무엇인지, 나는 왜 쓰고 싶고 왜 책을 내고 싶은지 돌아보는 시간을 갖는 게 좋다. 그리고 그 돌아봄의 시간을 글로 쓰면 된다. 돌아보는 것이 잘 안되면, 잘 안 되는 그 순간을 써도 좋다. 그저 쓰고 또 쓰는 것이다.


나는 내 글쓰기의 진정성을 믿는다.

수많은 의심과 회의, 자괴감과 꾸준하지 못함에 허덕일 때 나를 구원해준 것은 다름 아닌 글쓰기였기 때문이다. 그러한 과정을 한 번 겪고 나면 쓰지 않을 수 없을 때가 온다. 나는 지금이 그렇다. 하루라도 뭔가를 쓰지 않거나, 글쓰기에 대한 생각을 하지 않으면 손끝에 가시가 돋는 기분이다. 그리고 그 가시는 꽤 달콤하다.


글 써 놓은 건 없는데, 책은 내고 싶다는 마음이 들 때.

그 순간이 바로 글을 써야 하는 순간임을 득달같이 알아차려야 한다.




스테르담 글쓰기 클래스

스테르담 인스타그램


[저서 모음]

'견디는 힘' (견디기는 역동적인 나의 의지!)

'직장내공' (나를 지키고 성장시키며 일하기!)

'오늘도 출근을 해냅니다' (생각보다 더 대단한 나!)

'아들에게 보내는 인생 편지' (이 땅의 모든 젊음에게!)

'진짜 네덜란드 이야기' (알지 못했던 네덜란드의 매력!)


매거진의 이전글 내가 선택한 단어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