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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Mar 22. 2020

내가 선택한 단어들

내가 단어들을 선택하기도 하지만, 단어들이 나를 선택할 때도 있다.

글은 내가 쓰는 나다.


글은 내가 쓴다.

그 누구도 아닌 내가 써 내려가는 '나'인 것이다. 나의 경험이나 생각, 상상이나 감정은 내가 써 내려갈 때에야 온전하다. 온전한 글은 온기가 있고 힘이 있다. 나는 다른 사람의 삶을 살 수 없다. 그러니 결국 내 것에 대해 쓰는 것이다. 나를 관통하는 글쓰기는 그래서 필요하다. 우리는 다른 누군가를 관통할 수 없다. 글쓰기를 하고 나서야 긴 시간이 흘러, 나는 그것을 깨달았다.


온전히 표현하기 위해서 나는 단어의 힘을 빌린다.

각각의 단어엔 의미가 있다. 하나하나 그것들을 모아 만들어 내는 문장은 경이롭다. 문장은 단어의 합 이상을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더불어, 문맥과 문단은 나의 미숙함을 덮어준다. 단어와 문장, 문단과 문맥이 내 생각을 어루만진다. 그러면 나는 또 다른 단어를 선택하여 하나하나 쌓아가는데, 그 과정은 이루 말할 수 없는 힘겨움이자 환희다.


내가 선택한 단어들


내가 선택한 단어들은 그리 현란하지 않다.

하지만 나는 그 단어들을 좋아한다. 어렵지 않지만 삶의 본질을 나타내 주는 것들. 가볍지 아니하고 경쾌한 그것들. 절망에 대한 것이라도 어둡지 않고, 희망에 대한 것이라도 마냥 밝지만은 않은. 삶의 아이러니와 진실을 담아내는 단어들을 나는 좋아한다.


그러하기에 나는 내가 선택한 단어들에 항상 고마움을 느낀다.

내 생각, 느낌, 감정과 상상 그 이상을 표현해주니까 말이다. 물론, 내가 표현하고 싶은 것을 표현하지 못할 때가 더 많다. 그러나 나는 그것을 단어의 탓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무지와 부족함은 나의 것이다. 더 많은 단어를 알지 못하는 나의 게으름이기도 하지만, 나는 억지로 새로운 단어를 외워댈 요량이 없다. 내게 필요한 단어라면, 내가 표현해야 할 그것이라면 언젠간 깨달음과 같이 오지 않을까 하는 막연하고도 올곧은 고집이 있기 때문이다.


그 단어들이
선한 영향력이 되기를


나는 내가 선택한 단어들이 온전히 나를 향하기 바란다.

머리를 통해 마음으로 나와 나를 관통하길 바란다. 그 과정에 진심이라는 것이 묻어나 영향력이 되길 바란다. 그리고 그 영향력은 선한 것이기를 바란다. 또한, 그것이 멀리멀리 퍼지고 누군가에게 꼭 도움이 되길 바란다. 


삶은 되는 것도 없고, 안 되는 것도 없다는 것을 여실히 말하고 싶다.

일상의 소중함을 잊고 사는 우리의 우둔함, '해야 하는 일'과 '하고 싶은 일'을 흑백으로 나누려는 아둔함, 견디는 것을 수동적이고 패배적이라 생각하는 고리타분함에 대해 말하고 싶다. 무엇보다, '나'를 위해 열심히 살아가는데 그 가운데 정작 '나'는 없는 우리 삶의 아이러니에 대해 끊임없이 말하고 싶다.


다행히도 단어들은 생명력이 있어서 내가 바라는 것들과 표현하고자 하는 것들을 잊을만하면 나에게 다가온다.


내가 단어들을 선택하기도 하지만,

단어들이 나를 선택할 때도 있는 것이다. 


그때는 내가 위에 말한 것들을 나도 잊을 때다. 그러니 글쓰기를 시작하고, 내가 단어들을 선택하거나 단어들이 나를 선택하는 그 과정은 이전엔 알지 못하던 삶의 기적이라 말할 수 있다.




유기적 존재는 썩지 않는다.

살아 있기 때문이다. 생명력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나와 단어의 만남은 과연 유기적 관계라 할 수 있다. 내 생각의 변질을 막아 주고, 다시 생생한 삶을 살 수 있도록 등을 떠밀어주는 이 관계를 나는 갈망할 수밖에 없다.


고로, 내가 선택한 단어들을 나는 사랑한다.




'견디는 힘' (견디기는 역동적인 나의 선택!)

'직장내공' (나를 지키고 성장시키며 일하기!)

'오늘도 출근을 해냅니다' (생각보다 더 대단한 나!)

'아들에게 보내는 인생 편지' (이 땅의 모든 젊음에게!)

'진짜 네덜란드 이야기' (알려지지 않은 네덜란드의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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