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요일'은 우리의 매일이다
기다려지는 요일이 있다.
고되고 혹독한 시간을 지나 맞이하는 그 날.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그것은 금요일이지 않을까 싶다.
일주일은 인생을 닮았다.
굴곡이 있어서다. 수요일을 영어로 'Hump day(일주일 중 힘든 고비에 해당하는 날)'라고 말하는 게 십분 이해가 된다. 올라가고 내려오고, 기뻤다가 슬펐다가, 화냈다가 풀었다가. 우리의 일주일은 마치 그렇게, 롤러코스터마냥 다이나믹하다. 생각해보면 당연한 이야기다. 일주일은 우리네 인생을 구성하는 세월의 단편이니까.
그런데 나는 글쓰기를 시작하고 나서, 기다려지는 요일이 더 생겼다.
바로, '글요일'이다. 글요일은 일주일 중 어느 한 날이 아니다. 정해져 있지 않고, 내가 만들 수 있는 날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글요일'은 '글을 쓸 수 있는 날'을 지칭하기 때문이다. 물론, 반복되는 일상을 잠시 떠나 글을 좀 더 많이 쓸 수 있는 주말은 기본으로 좋아한다. 그러나 시간이 많아 글쓰기에 게을러지는 경우가 더 많다. 시간이 충분하다는 착각은 주말의 함정 아니던가. '이따 써야지', '내일 써야지'하다보면 월요일은 어김없이 찾아오고, 월요일을 목전에 둔 일요일 오후 4시 이후부터는 트랩에 갇힌 쥐처럼 오도가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게 된다.
지친 월요일, 겨우 한숨 돌린 화요일.
큰 고비인 수요일과 축 처진 목요일. 그리고 마침내 맞이한 뭔가 좋은 일이 생길 것만 같은 금요일. 주중도 얼마든지 '글요일'이 될 수 있다. 월요일의 고단함부터 수요일의 험난함, 금요일의 활기찬 기분을 글로 옮기면 되니까. 그저 하루에 글 하나를 써야 한다는 강박보다는, 매일매일이 '글요일'임을 상기하는 것이 나는 참 좋다.
또한, 꼭 필기구로 꾹꾹 눌러 쓰거나, 자판을 두드려 어딘가에 발행 해야 하는 것만이 글쓰기는 아니라는 믿음이 내가 매일을 '글요일'로 받아들일 수 있는 힘이다. 글은 머릿속에서 써 내려가도 된다. 다른 말로 하면 '사색'이다. 출근길과 퇴근길. 온전히 혼자 있는 시간, 순간 느끼는 감정이나 평소 생각하던 일을 곱씹어보면 훌륭한 글쓰기가 되고 결국 이것은 메모나 글의 제목으로 퉁겨져 나와 물리적인 글이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