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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Mar 26. 2020

(선한) 영향력에 대하여

'쉬운 길'인가, 조금은 더 '어려운 길'인가

내가 영향력을 끼치고 싶다고 생각한 건, 그러니까 글쓰기를 시작하고 나서부터다.

사람은 본능적으로 누군가에게 영향력을 끼치고 싶어 한다. 사랑이 그렇고 교육이 그러하며, 간섭과 참견도 마찬가지다. 그러한 심리를 열길 물속보다 더 깊이 들여다보면 희미한 무언가가 보인다. 그건 존재에 대한 갈망이다. 사람은 한시라도 자신의 존재를 느끼지 못하면 불안하고 무기력해진다. 존재하지 않는 나는 세상에 있을 이유가 없으니까. 끊임없이 숨을 쉬는 이유도 어쩌면 내가 여기 있음을 알고 있으라는 절대자의 설계 인지도 모른다. 아니, 나는 분명 그렇다고 생각한다.


즉, 누군가에 영향력을 발휘할 때 우리는 살아있다는 걸 느끼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안타까운 건, 그 '영향력'이라는 게 항상 '선'이 아니라는데 있다. 영향력은 선과 악을 우른다. 그것은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상대적이다. 선할 수도 있고, 악할 수도 있는데 그게 누구에게나 동일하게 적용되지 아니하며 적용되더라도 그 세기가 일률적이지 않다. 이기(利器)를 위해 만든 다이너마이트가 사람을 죽이는 무기로 사용되는 것처럼, 누군가를 위로한답시고 던진 말이 상처가 될 수도 있다. 반대로, 상처를 바라고 던진 말인데 누군가는 그것에 쓰러질 수도 있고, 다른 누군가는 그것을 딛고 더 강해진다. 내가 끼친 영향력은 어디서 어떻게 작동하고 누군가에 무엇이 될지 모른다. 함부로 영향력을 행사하려 어설프지 않도록 주의하여 행동하고, 가능한 '선한 영향력을 추구하는 이유다.


성노예를 만들어 사회를 시끌벅적하게 만든 젊은이가 나타났다.

그에게 내로라하는 지식인들도 당했다. 그의 영향력은 실로 대단한 것이다. 영향력으로만 보면 부러웁기 짝이 없다. 그러나 그것은 '선한'것이 아니라, '악한'것이기에 개탄스럽다. 더 개탄스러운 것은 세상은 살아보면 볼수록 '악한 영향력'이 '선한 영향력'보다 더 신속하고, 강하고, 끈끈하다는 것이다. 하얀 옷의 얼룩은 작지만, 그 작은 얼룩이 하얀 옷 전체의 순결성을 부정한다. 그 작은 얼룩이, 큰 하얀 옷을 압도하는 것처럼 악한 영향력은 막강하다. 그러므로 나는 무기력해질 때가 많다. 간혹, 내 주제에 무슨 선한 영향력을 운운할까란 자괴감마저 든다. 하얀 옷에 묻은 얼룩을 보고는, 나도 흔들리기 때문이다.


그 악한 영향력의 막강한 근원은 무엇일까?

나는 그것이 선한 영향력과 가장 큰 차이라고 생각하는데, 악한 영향력의 비결은 바로 '쉬운 길'을 택한다는 것이다. 노동의 가치보다 성을 미끼로 돈을 벌려는 쉬운 길, 자녀의 성적을 올리기 위해 시험지를 빼돌리는 쉬운 길, 노력과 보람보다는 돈과 물질로 남들을 앞서가려는 쉬운 길, 술을 먹고도 스스럼없이 운전대를 잡는 쉬운 길, 아이를 감정의 쓰레기통으로 여겨 죄책감없이 학대하는 쉬운 길.


하얀 옷을 깨끗하게 빠는 것은 어렵고, 그것을 그렇게 유지하는 건 더 어렵다.

그러나 거기에 때를 묻히는 일은 너무도 쉽다. 먹물 몇 방울을 튀기거나, 흙 한 줌 집어던지면 끝난다. 그리고 자신이 무언가를 했다며 저 스스로의 존재를 느끼는 그 악한 영향자들에게, 나는 극도의 분노를 느낀다. 그러나 나 또한 순백색의 순결일 수 없다. 나 또한 누군가의 하얀 옷에, 때를 묻힌 사람일 것이 분명하다. 다만 바라는 것은, 그것이 의도를 가진 것이 아니며, 그러했다 하더라도 지금은 반성하고 앞으로 그러지 말아야겠다 성찰을 갖는 것이다.


더불어, 나는 조금 어렵더라도 '선한 영향력'을 지향하며 살고 싶다.

그래서 나는,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사람들의 수고와 노력을 존경한다. 누군들 쉬운 선택을 바라지 않을까. 누군들 어려운 선택을 하고 싶어 할까. 글을 하나하나 써서 의미를 전하고자 하는 것보다, 야한 동영상 올려서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끼치는 게 더 쉽다는 게 나는 서글프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선한 영향력은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쉽게 그것을 뿌릴까 하는 효율의 문제가 아니다. 단 한 명이라도, 누구에게라도 내 진심을 전하고 설령 아무도 반응하지 않는다 해도 나를 관통한 글과 마음, 행동은 나에게 영향력을 끼칠 것이다.


내 안에서 일어나는 영향력의 공명은 생각보다 크다.

스스로에게 끼친 선한 영향력은 결국 증폭되어, 더 큰 의미를 만들어낼 거라고 나는 믿는다.


야한 동영상에 비교되지 않을 정도의 미미한 조회수라 해도,

그저 쉬운 길이 아닌 조금은 더 어려운 길을 택한 나와, 선한 영향력을 결심한 모든 사람들에게 경의를 표하고 응원의 함성을 전한다.




'견디는 힘' (견디기는 역동적인 나의 선택!)

'직장내공' (나를 지키고 성장시키며 일하기!)

'오늘도 출근을 해냅니다' (생각보다 더 대단한 나!)

'아들에게 보내는 인생 편지' (이 땅의 모든 젊음에게!)

'진짜 네덜란드 이야기' (알려지지 않은 네덜란드의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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