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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Apr 16. 2020

'책쓰기'와 '글쓰기'는 엄격히 구분되어야 한다.

'글쓰기'를 통해 회복한 꾸준함의 선물을 기대하며

말엔 '의지'가 담겨 있다!


나는 강의할 때 '책쓰기'와 '글쓰기'를 구분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말은 '의지'를 담을 때가 많은데, 그 의지를 실현하려면 단어 선택을 제대로 해야 한다고 나는 믿는다. 


'쓰기'는 의지를 담은 말이다. 

내가 선택하고, 내가 해나가고 싶은 행동이자 방향이다. 방향을 제대로 잡지 못하면 의지는 소멸한다. 그러니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를 제대로 표현해야 한다. 


일상생활에서 '다르다'와 '틀리다'를 구분하지 못하면 삶은 오염되고, 수많은 오해가 생긴다. 

사과와 배는 '틀린' 것이 아닌데, 이를 오용하면 왜곡이 생긴다. '다르면 (무조건) 틀리다'라는 위험한 프레임이 형성되기도 한다. 말 한마디, 단어 하나를 유심히 사용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니, '책쓰기'와 '글쓰기'는 엄격히 구분되어야 한다.


'책쓰기' vs. '글쓰기'


'책쓰기'와 '글쓰기'는 맞고 틀리고의 관계가 아니다.

'다르다'와 '틀리다'가 각 상황에 맞춰 써야 하듯이, 그 둘의 관계도 그렇다. 구분되어 사용되어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이름이 새겨진 책을 손에 들고 싶어 한다.

그래서 당장 글쓰기를 시작하면 '어떻게' 책을 낼 수 있는지 그 방법으로 달려든다. '왜'는 없다. 그저 책을 내는 게 최종 목표인 것이다.

"작가님, 제가 이번에 아프리카에 다녀왔거든요. 이거 좋은 콘텐츠죠? 바로 책이 될 수 있을까요?"


갑자기 로또 1등에 당첨되게 해달라고 기도한 사람의 기도응답이 떠오른다.

그 기도에 신은 "우선 로또를 사거라"라고 응답했다.


남이 하지 않은 경험은 분명 좋은 콘텐츠가 될 수 있다.

그러나 '글'이 먼저다. 신박한 경험이 있다고 바로 '책'을 논하는 것은 로또를 사지 않고 1등을 바라는 것과 무엇이 다를까. (물론, 너무나 저명해서 대신 글을 써줄 테니 경험에 대해서 말만 해달라는 상황도 있긴 하다. 글쓰기를 시작한 우리의 상황은 아니므로 논외로 했으면 한다.)


그런데, 운이 좋아 어떻게든 책이 나올 수도 있다.

그러나 그다음은? 책이 목표인 사람은 책 출간 후 방황하게 된다. 원래 사람은 무언가를 이루면 허전함을 느끼고, 다시 그와 같은 성취감을 위해 도전한다. 아프리카는 이미 다녀왔고, 다음은 우주를 다녀와야 책이 나오게 되는 것일까?


'책쓰기'는 이와 같이 단기적 관점이다.

자칫 잘못하면 1회성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당 떨어진 사람에게 급히 사탕을 처방한 것처럼.


이에 반해 '글쓰기'는 장기적 관점이다.

1회성이 아니라 계속 이어진다. 평소에 건강관리를 하는 사람과 같다. '결과'위주가 아니라 '과정'을 추구하는 모양새다. 누가 그랬던가. '결과'를 중시하면 일이 되고, '과정'을 추구하면 하고 싶은 일이 된다고.


실제로, 나 또한 첫 책을 출간하고 잠시 멍해졌던 때가 있었다.

아, 이젠 무얼 해야 하지? 책 한 권 냈으면 소원이 없겠다던 소망이 이루어졌을 때, 그 허전함과 다음에 대한 막막함은 아직도 생생하다. 책 한 권 냈다고 작가병에 걸려, 책을 목표로 했던 책은 아직도 출간이 되지 않았다. 그에 반해, 책을 목표로 하지 않은 내 글들은 오히려 네 권의 책이 되어 연달아 출간되었다.


글을 쓰는 과정에
책이 나온다.


나는 그 과정에서 큰 깨달음을 얻었다.

'책쓰기'와 '글쓰기'는 구분되어야 하는구나. '글'을 쓰는 과정에 '책'이라는 열매가 나오는구나. 이 깨달음은 내게 정말 큰 축복과 같다. 계속해서 글을 쓸 수 있는 동기부여가 되기 때문이다. 


책이 나오고 말고를 떠나서, 그 어떤 조급함과 압박감 없이 나는 계속 쓸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러는 동안 나는 치유되고 성장함을 몸소 느낀다.


우리는 자주, '왜'보단 '어떻게'에 전념한다.

그리고 어찌어찌하여 '어떻게'를 이루었을 때, 이걸 '왜'했지? 라며 정신을 차리곤 한다.


그렇다고 '책쓰기'가 나쁘거나 틀리다는 게 아니다.

책쓰기가 필요한 상황이 있다. 그런데 묻고 싶다. 책이 될 만큼의 글이 있냐고. 책은 요청에 의해서도 쓰여질 수 있지만, 중요한 건 요청하는 사람들 또한 내 글의 모수를 파악하고 그 세계관에 공감하여 맡길 수 있는 사람인지를 판단하고 요청한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앞서 '네온사인'이론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있다.

내 글이 네온사인의 전구 하나하나와 같이 쌓이고 모여 불빛을 내는 순간. 그것은 부분의 합 이상의 시너지를 내며 반짝이고, 문자와 그림으로 나를 세상에 알린다.


그 네온사인이 가리키는 곳에는 내가 기대하지 못했던 기회가 나를 기다리고 있다.


'책쓰기'를 먼저 했다면 포기했을, 

그러나 '글쓰기'를 통해 나아간 꾸준함의 선물을 들고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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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서 모음]

'견디는 힘' (견디기는 역동적인 나의 의지!)

'직장내공' (나를 지키고 성장시키며 일하기!)

'오늘도 출근을 해냅니다' (생각보다 더 대단한 나!)

'아들에게 보내는 인생 편지' (이 땅의 모든 젊음에게!)

'진짜 네덜란드 이야기' (알지 못했던 네덜란드의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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