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스테르담 Apr 18. 2020

나는 오늘도 다수와 싸운다

그래서, 나와의 싸움은 거부한다.

나에게 시비 거는 사람들


외출을 위해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렀다.

평소 한 번에 오던 엘리베이터가 두세 번에 걸쳐 어느 층에 머물렀다. 약속 시간이 촉박하여 다른 날보다 좀 더 서둘러야 했던 날. 공교롭게도 엘리베이터는 수많은 층을 거쳐서야 내 눈앞에 열렸다. 엘리베이터 안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야속해 보였다.


약속 장소에 주차할 공간이 마땅치 않아 버스를 타고 가기로 했다.

버스가 도착했는데, 갑작스레 누군가가 내 앞을 가로질러 버스에 올랐다. 그리곤 하나 남은 자리에 쑥 하고 않는다. 굳이 자리에 앉을 요량은 아니었지만, 어쩐지 자리를 빼앗긴 느낌이 들어 혼자 피식하면서도 분한 마음을 어르고 달랬다.


갑자기 나보다 잘 나가는 사람들이 떠올랐다.

직장에서 잘 나가는 사람, 나보다 책 판매수가 높은 사람. 더 큰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사람. 건물주와 같이 내가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을 가지고 있는 사람.


아, 오늘 정말 왜 이런 걸까?

왜 사람들이, 세상이 나에게 이리 덤벼드는 것일까?


각자의 삶을 살고 있을 뿐


분한 마음은 언제나 나의 동의 없이 폭주한다.

남을 향한 탓은 도화선이 되고, 지난날의 좋지 않은 기억은 소환하며 자괴감은 극에 달한다.


그나마 다행인 건, 글을 쓰고 나서부터는 폭주하는 분노를 한 발자국 떨어져서 볼 수 있는 능력(?)을 가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런 내 상황과 감정을 글로 쓰면 어떨까. 버스로 이동하는 동안 이미 나는 머리로, 마음으로 글을 써 내려가고 있었다.


잠시 물러나 본 그 상황.

결국, 나에게 시비 걸었다고 생각한 그 사람들은 각자의 삶을 살고 있었을 뿐. 엘리베이터에 있는 사람들은 그저 각자가 원하는 층을 누른 것이고, 나보다 먼저 버스에 오른 사람은 나와 동선이 달랐으며, 나보다 잘 나가는 사람들은 각자의 삶의 무게를 지고 살고 있는 것이다.


중요한 건, 그 사람들은 나에게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즉, 나 혼자 그 닿지 않는 뒤통수에 대고 헛손질을 해대고 있는 것이었다.


다수와 싸워내야 하는 나 자신,
나와의 싸움은 거부한다.


그렇게 나는 언제나 다수와 싸운다.

나는 언제나 혼자고, 내게 덤비는 사람은 나를 제외한 모두 다. '비교' 또한 나를 옥죄는 치명적인 무엇이다. 나는 다수의 사람과 나를 비교하는데, 군대같이 밀려오는 그 모습에 주눅 드는 건 결국 나다. 다수 각자의 좋은 것(특히, 내게 없는 것, 내게 부족한 것)만 골라와 비교하니, 나는 당최 어찌할 도리가 없는 것이다.

돌아보면 비교해봤자 남는 게 없고, 나에게 시비 건 사람들 각자는 그저 저의 삶을 살고 있는 것일 뿐, 의미 없는 싸움이란 걸 알게 된다. 그러나 그 순간, 그 상황에서는 그것을 깨우치기가 쉽지 않다. 그저 내가 손해 본 것, 내게 기분이 나쁜 것, 배려받지 못했다는 피해의식은 화를 돋우고 이성을 마비시키며 어두운 기운을 모은다.


그 다수와의 싸움에서 언제나 나는 기진맥진해 있다.

나만 빼고 다 잘 나가는 것 같은, 나만 힘든 것 같은 느낌. 세상 모두가 내게 덤비는 것과 같은 불쾌한 상황을 나는 온전히 받아내고 있는 것이다.


내가 나와의 싸움을 애진작 포기한 이유다.

이미 다수와 싸워내느라 힘든 내게, 나까지 시비를 걸면 안 된다.


나는 나에게 있어 이겨먹어야 하는 대상이 아니라,

서로 돕고 응원해야 하는 사이라는 걸 다시 한번 더 깨닫는다.


더불어, 다수와의 의미 없는 싸움은 줄여 나가야겠다.

그 누구도 아닌 나를 위해.




스테르담 글쓰기 클래스 정보


[저서 모음]

'견디는 힘' (견디기는 역동적인 나의 의지!)

'직장내공' (나를 지키고 성장시키며 일하기!)

'오늘도 출근을 해냅니다' (생각보다 더 대단한 나!)

'아들에게 보내는 인생 편지' (이 땅의 모든 젊음에게!)

'진짜 네덜란드 이야기' (알지 못했던 네덜란드의 매력!)


매거진의 이전글 삶이 유난스러울 때가 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