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습작노트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스테르담 Jan 01. 2016

올해의 마지막  퇴근길

특별한 건 없다. 원래부터 그랬을 거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한국에 인사를 보냈다.


제야의 중소리가 33번 울리고 난 후, 여기 이곳은 8시간이라는 올해의 시간이 더 남아있다.

'만약 남들보다 더 많은 시간이 주어진다면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어느 SNS에 흔히 돌아다닐법한 질문이 머리를 스친다.


특별히 달라진 건 없는 것 같다.

그저 퇴근이 한 시간 빨라진  것뿐이다.


출근했던 길을 다시 돌아가 퇴근을 하게 된다.

출근할 때는 올해의 마지막 출근이란 생각을 하지도 못했다.

하지만 '올해의 마지막 퇴근'은 왠지 모르게 느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젠간 '올해의 마지막 퇴근'에서 '올해'라는 말을 떼어내야 할 날이 분명 올 것이다.

어렴풋이  그때의 기분을 느껴보려 애썼다.


기분이 어떨까?

그때의 나는 후련해하고 있을까?  억울해하고 있을까?  아쉬워하고 있을까?


퇴근 후의 삶이 특별하지 않다면, 어쩌면 은퇴 후의 삶도 특별하지 않을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이렇게  불안해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취업 전의 취업 불안, 고용 후의 고용 불안, 은퇴 후의 은퇴 불안.

불안의 연속에서 사는 것이 사람의 숙명인지, 금수저가 아닌 사람들의 운명인지는 모른다.


더 많은 시간이 있다면 무언가 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은, 정말로 더 많은 시간이 주어졌을 때 스스로를 당황시킨다. 시간이 주어졌다고 무언가 더 생산적이게 되거나, 일상이 특별해지지 않음을 알게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주어진 시간 또는 추가된 시간에 무엇을 이루어 나아갈 수 있는 것은 범상치 않은 또 다른 능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실히 깨닫게 될 것이다.


지금 이 순간 내년을 맞이 하기에 한국보다 여전히 6시간이라는 시간이 더 남아있다.

만약, 당신에게 이러한 시간이 주어졌다면 무엇을 할 것인가를 묻고 싶다.


답을 몰라서다.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서.


다만, 지금 하고 싶은 것은 이 글을 마치고 나면 바로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다가가 한 번 더 안아주고 눈을 맞추는 것이다. 천만다행으로, 아직은 나를 그렇게 기다려 주고 있다.


생각해보니 올해의 마지막 퇴근길이라고 특별한 건 없었던 것 같다.

어쩌면 원래부터 그랬을 거다.


아니, 매일 매일이 특별한 건지도 모르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접속] 상처 가득한 두 남녀는 만날 수 있을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