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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Apr 28. 2020

두 손이 무거워야 하는 날

소중한 것에 대한 깨달음을 얻는 이 순간을 나는 사랑한다.

어떤 이에게 하루는 고되다.

또 어떤 이에게 하루는 보람차다. 나의 하루도 그렇다. 어떤 날은 고되고, 또 어떤 날은 보람차다. 


그 날이 고되었는지, 보람찼는지는 온전히 내 감정으로 결정된다.

기분이 태도가 되어서는 안 되지만, 사람은 감정으로 그 날 하루를 결론짓기 마련 아닌가. 몸이 힘들더라도 마음이 편하면 그 날은 보람찬 것이고, 몸이 편했더라도 마음이 불편하면 그 날은 고된 것이다.


그런데 오늘 하루는 마음도 불편하고 몸도 고되었다.

이런 걸 바라고 시작한 하루가 아니건만, 이미 지나가버린 하루는 그렇게나 야속하다.


이런 날의 퇴근은 두 손이 무거워야 한다.

나는 퇴근길에, 마트나 빵집 또는 치킨집에 들른다. 그곳에 들러 두 손을 무겁게 할 무언가를 찾는다.


오늘은 치킨집이다.

노란색 인테리어가 눈에 띄는, 튀김옷도 노랗게 맛있어 보이는. 집에서 멀지 않은 곳. 한 마리로는 부족할게 뻔하여 두 마리를 시킨다. 건네받은 봉지 속 치킨이 그 바삭함을 잃을까, 나는 발걸음을 재촉한다.


부스럭 거리는 소리를 귀신 같이 알아챈 아이들은 문을 열자마자 달려온다.

와이프는 뭘 이렇게 사 왔냐면서도 곧장 상을 차린다. 


나는 그저 웃어 보인다.


같이 먹는 사람들을 일컬어 '식구'라 했던가.

옹기종기 모여 바삭함을 즐기는 시간에 내 마음은 편안해진다.


퇴근길 사온 치킨 두 마리가 나를 추켜 세운 것이다.

내 노동력과 치환된 월급. 다시, 내 월급과 치환된 치킨이 내 가족을 웃고 떠들게 만들면서.


그 어느 앞날의 먼 날.

언젠간 아이들이 이런 내 마음을 알게 될지도 모른다.


아빠가 두 손을 무겁게 하여 들어온 그 어느 날은, 평소보다 조금은 더 힘들었다는 걸.

가족이 모여 그 음식을 맛있게 먹을 때, 아빠는 다시 충전되고 있었다는 걸.


고된 하루의 끝.

소중한 것에 대한 깨달음을 얻는 이 순간을 나는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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