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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Aug 07. 2020

'아싸'도 '인싸'도 아닌 '마싸'

남의 말보다, 안으로부터 들려오는 내 목소리에 좀 더 귀를 기울일 때

'선(線)'이란 게 있다.

면 위에 길게 그어 놓은 표시다. '줄'이라고도 하고 '금'이라고도 한다.


선은 이중적 의미를 담고 있다.

넘지 말라는 뜻과, 넘으라는 뜻. 즉, 선은 넘으면 문제가 됨을 알려줌과 동시에, 선은 넘으라고 있는 거라는 발칙한 발상을 선사한다.


어렸을 때를 돌아보면, 전자의 뜻이 더 강했다.

학교 운동장에서 뛰어놀던 그때. 모든 게임은 선으로부터 그 규칙이 정해졌다. 선을 긋고, 그것을 넘으면 죽거나 남의 편이 되었다. 그러니, 선은 넘으면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큰 문제였던 것이다.


그러나, 나이를 먹어가며, 선을 넘는 짜릿함은 또 다른 삶의 즐거움이란 걸 알게 된다.

단적인 예로, 여행이 그렇다. 일상이라는 선을, 국경이라는 선을 넘어 간 그곳에서 역시 선은 넘어야 제맛이라는 울림을 다들 얻지 않았는가. 넘지 말아야 하는 선과, 넘어도 되는 선을 분간할 줄 알면, 그렇게 '선'은 즐거움이 된다.


선은 또한 사람과의 관계에도 적용된다.

선 안에 있는 사람과 선 밖에 있는 사람. 그것을 '다른 사람'에게 적용할 때 우리는 아군과 적군을 구분한다. 내 선, 또는 우리 선 안에 있으면 같은 편이고, 그 반대라면 적이다. 이는, 본능적인 구분이다. 그 선은 절대적이면서도 상대적이다. 저마다의 이익 여부에 따라 아군과 적군은 수시로 뒤바뀐다. 즉, 선 안에 있으면 아군이라는 건 절대적인 명제지만, 그 아군이 어제의 적군일 수도 있고 오늘의 적군이 내일의 아군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자, 이제 그 선이라는 개념을 나에게 적용하면?

나는 안에 있는가, 아니면 밖에 있는가? 소위 말해 나는 '인싸(인사이더)'인가, '아싸(아웃사이더)'인가?


대한민국이란 집단의식이 아직도 견고한 곳에서, 또는 직장생활이라는 의무적 조직생활이 필수인 곳에서.

그것은 매우 민감하고도 중요한 일이다. 선 '안'에 있지 않으면 삶은 고달프다. 최근, 개인주의가 확산되고 새로운 세대가 당당히 '아싸'를 선택하는 모습이 늘고 있지만 아직은 역부족이다. 우리 사회는 '인싸'를 중심으로 돌아간다. '아싸'에 대한 배려는 찾기 힘들다.


더더군다나, 작금의 중년은 '낀 세대'이므로 어설프게 마음먹었다간 '인싸'도, '아싸'도 되지 않는다.

또는, '인싸'에게 '아싸' 취급당하고, '아싸'에겐 뭔가 부족한 '인싸'로 오해받기 쉽다. 어찌 되었건, 그 둘을 나누는 건 결국 '선'이란 걸 상기해보면 '무언가를 구분하여 확정 짓는 개념'으로 '선'은 다시 정리된다.


그런데, 그게 그렇게 큰 의미가 있을까?

앞서 언급한 대로, 선은 절대적이면서도 상대적이므로. 나는 '인싸'일 때도 있고, '아싸'일 때도 있다. 내가 원해서 그러할 때도 있고, 내가 원치 않아도 그러할 때가 있는 법. 괜스레 어느 한쪽이 되겠다고 마음먹는 건, 기어이 스스로를 피곤하게 하는 일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저 나에게 도움되는 일.

내가 맞다고 생각하는 다짐. 내가 추구하고 따라야겠다고 방향을 향하다 보면. 내가 원하든, 그러하지 않든 '인싸'와 '아싸'를 오가지 않을까.


그러니까.

결국, 지금 나에게 필요한 건 '마싸(마이 사이더)'란 결론이다. 누가 뭐라고 하는 걸, 이제는 어렵지 않게 받아들이고 그저 나의 길을 터벅터벅 걸어가는 것.


아이고 다 귀찮다. 정말 의미 없다.

이제껏, 그만큼 피곤했으면 됐다.


남의 말보다, 안으로부터 들려오는 내 목소리에 좀 더 귀를 기울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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