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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Jul 10. 2020

흔들리는 나를 부끄러워하지 않으며

흔들리는 건 다름 아닌 내 마음인 것이다.

걷기를 위한 집 앞 산책로에서였다.

바람이 내 살갗을 훑고 가더니, 내천에 저 마음대로 피어난 기다란 물풀들을 스쳐갔다. 스침은 흔적을 남겼다. 물풀들은 이리저리 흔들렸는데 그 모양 또한 제각각이었다. 좌우로 흔들리거나 앞 뒤로 흔들리거나, 많이 흔들리거나 적게 흔들리거나.


내가 볼 땐 기분 좋은 바람의 흔적 같지만, 흔들리는 저마다의 물풀들에게 그것은 요동이다.

나의 흔들림을 본 누군가도 그렇지 않았을까. 기쁨이든 슬픔이든 그것들은 나를 스쳐갈 텐데, 스쳐간 그 자리에서 나는 흔들리고 요동했을 것이다. 한껏 기뻐서 날뛰고, 절망 아래 요동해도 다른 누가 보기엔 그저 지나는 과정이자, 일어날 수 있는 일. 그러니까, 겨우 산들한 바람이 지나가는 것처럼 보였을 것이다.


내가 보는 남도 그렇다.

다른 모든 사람들은 여유로워 보이고, 삶에 큰 걱정이 없어 보이는 마법. 알고 보면 저마다의 광풍이 있을 것인데, 나는 그것을 땀을 식혀줄 기분 좋은 미풍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흔들리는 나를 부끄러워하지 않으려 한다.

지나가는 바람의 세기를 알지 못하는 사람들의 말에, 또 한 번 흔들리는 어리석음에겐 안녕을 고할 것이다.


흔들림은 오롯이 나의 것이다.

나만이 그 바람의 세기를 알고, 흔들림의 정도를 느낄 수 있으며, 그 이후의 일들을 수습할 수 있다. 남들이 보기에 부끄럽다거나, 세상이 정한 만큼 흔들려야 한다는 강박은 하나씩 접어나가야지 마음먹는다.


흔들리는 나를 부끄러워하지 않는 법.

결국, 많이 흔들려봐야 하는 것이다.


한 번 넘어지면 부끄러워 그 자리에서 죽은 듯 일어나고 싶지 않지만, 많이 넘어져보면 바로 일어날 수 있는 힘과 뻔뻔함을 얻을 수 있다. 그러다 보면, 이왕 넘어질 거 잘 넘어져보자는 일종의 지혜도 생긴다.


바람은 예상치 않게 불어오기도 하고, 내가 달려 나가며 만들어낼 수도 있다.

흔들리지 말아야 한다거나, 이 정도만 흔들려야 한다는 오만은 버리려 한다. 대신, 흔들리는 나를 직시하고 그 흔들림을 부끄러워하지 않을 것이다.


더불어, 바람에 흔들리는 모든 것들을 보면서, 흔들리는 건 그것들이 아니라 다름 아닌 내 마음이라는 걸 잊지 않으려 한다.


그래.

맞다.


흔들리는 건 다름 아닌 내 마음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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