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자신'에 집중하면 어느새 신호등은 초록불로 바뀌어있을 거라고
퇴근길.
어느 한 횡단보도. 깜빡이는 초록불을 보고 달려갔으나 야속하게도 그 불빛은 붉은색으로 변했다.
순간 두 가지 감정이 용솟음쳐 머리 꼭대기에 도달했다.
'좀 더 빨리 뛰었어야지'란 자괴감.
'이것 때문에 차를 놓치면 어째'란 불안감.
다시 불빛이 바뀌는 몇 분 동안, 내 마음은 한 없이 불편하고 또 불편했다.
어른이 되면 신호등 보는 방법이 달라진다.
어릴 땐 눈앞의 신호만 보지만, 어른이 되면 앞과 옆 그리고 위 모두를 본다.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저기가 빨간 불이면 여기가 초록불이 될 것임을, 여기가 빨간불이면 저기가 초록불이 될 거란 걸 아는 것이다.
더불어, 걸을 때의 신호등과 운전할 때의 신호등을 마주하며 상황에 따라 빨간불이나 초록불의 시간이 다르게 느껴지는 사람 본연의 간사함도 알게 된다.
살다 보면 마주하는 인생 신호등 앞에서도 마찬가지다.
왜 내 앞은 항상 빨간 불이 자주 켜지는지, 다른 사람들은 초록불을 보고 쌩쌩 달려가는 것 같은 느낌이다. 같은 또래인데 승진이 빠른 사람, 돈이 많은 사람, 무언가 여유가 있어 보이는 사람.
나만 빼고 초록 불인 세상은 그렇게 야속하다.
그런데 우리는 모두 다 안다.
신호등은 언젠간 바뀐다는 것을.
그런데 나는 마치 그 횡단보도의 불빛이 영원히 빨간 불이 될 것처럼 스스로를 자책하고 있었다.
그리고 여기가 빨간불이라면 어딘가는 초록불이라는 것을 우리는 잘 안다. 빨간불에 걸렸다면 나를 자책할게 아니라, 왜 빨간불이 켜졌는지 그리고 내 주위 어디가 초록불인지를 볼 줄 알아야 한다.
안되는 데에는 이유가 있고, 그것에 매몰되지 않을 때 나는 다른 기회를 알아챌 수 있는 것이다.
'지금'에, '있음'에, '나 자신'에 집중하면 어느새 신호등은 초록불로 바뀌어있을 거라고 나는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