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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Apr 30. 2020

내가 주고 싶은 것

포근함의 힘을 믿고, 그 중요성을 알며, 누군가에게 그것을 나누어 주면서

나는 출근 전 항상 아이들 방에 들른다.

아이들의 얼굴을 어루만지기 위함이다. 그것은 내 출근길의 의식과도 같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그 어떤 사명감과 힘을 얻기 때문이다. 그 무게가 무겁더라도 이미 나는 받아들이기로 한 존재니까.


세상모르고 자고 있는 녀석들은 여지없이 배를 내밀고 있다. 

뜨거운 젊음의 존재여서 일까. 그래도 난 허옇게 드러난 민낯처럼 보이는 배가 안쓰러워 이불을 덮는다. 그제야 꾸물대는 아이들은 이불을 당겨 세상 포근한 자세를 취한다.


그러면 나는 멀뚱히 서서 미소 짓는다.


그래, 내가 아이들에게 주고 싶은 건 포근함이다.

보드랍고 아늑한, 폭신하고 따스한. 덥지도 춥지도 않은 따뜻한 느낌. 


군대에서는 먹어도 배고프고, 껴입어도 추웠다.

생활 자체가 혹독했으므로 마음은 허기지고 몸은 으슬으슬했다. 하물며 군대보다 더 야속한 세상에선 어떨까. 우리는 모두 같이 배고프고 추운 존재다.


이럴 때 필요한 건 바로 포근함이다.

포근하다는 생각이 드는 환경에 있으면, 몸과 마음은 물론 영혼까지 위로받는 느낌이니까.


그 포근함이 길진 않더라도, 우린 그 기억을 안고 또 매서운 세상으로 나아간다.

이 험한 세상을 살아가는데 뿌리가 되는 큰 힘이 되는 것이다.


나중에 아이들이 자라 출근할 때마다 이불을 덮어 주던 내 마음을 헤아려주었으면 좋겠다.


내가 주려고 한 것들.

내가 지켜내려 한 것들.


그래서, 이 세상에 맞서고 순응하고 깨달아가며 삶을 그렇게 멋지고 용감하게 살아내길.

포근함의 힘을 믿고, 그 중요성을 알며, 누군가에게 그것을 나누어 주면서.


녀석들의 포근한 모습이 내 마음을 포근하게 하며, 나는 다시 출근길에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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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서 모음]

'견디는 힘' (견디기는 역동적인 나의 의지!)

'직장내공' (나를 지키고 성장시키며 일하기!)

'오늘도 출근을 해냅니다' (생각보다 더 대단한 나!)

'아들에게 보내는 인생 편지' (이 땅의 모든 젊음에게!)

'진짜 네덜란드 이야기' (알지 못했던 네덜란드의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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