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스테르담 May 02. 2020

아무것도 안 가져보는 하루

'가지지 않으려는 마음'을 '가질 수' 있다고 나는 나를 달래 본다.

직장의 하루를 돌아보면, 그것은 가지려는 사투다.

더 높은 자리를 차지하려는 욕망과 있는 것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발버둥. 너와 나의 밥그릇을 놓고 벌이는 아웅다웅은 사뭇 애처롭다. 올라가지 못한다는 건 낙오를 뜻하고, 내어 놓는다는 건 도태를 말한다.


낙오와 도태는 월급의 중단을 의미한다.

월급과 승진을 제외하면 직장인이란 존재는 성립되지 않는다.


To be or Not to be.

'죽느냐 사느냐', '존재하느냐 존재하지 않느냐'

무릇, '죽고 사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존재하느냐 하지 않느냐'란 깨달음이 섬뜩하게 다가온다.


직장에서 가장 힘든 때는 일이 많을 때가 아니라, 존재감이 없을 때란 걸 이제는 너도나도 안다.

그러니 가지기 위한 하루는 사투가 되고, 직장은 전쟁터가 되는 것이다.


그러다 어느덧, 낯선 느낌을 마주한다.

모든 걸 가지려다 모든 걸 잃어버린 느낌. 목마르다고 바닷물을 마신 것처럼 소유에 대한 갈증은 더 커진다. 가져도 가진 것 같지 않고, 가졌다고 생각한 게 허상이나 착각은 아닌지. 내가 가진 직급과 직책, 책상과 사물 그리고 내 편이라 생각했던 사람들.


움켜쥐면 쥘수록 손 안의 모래가 빠져나가듯, 정신 차리고 주위를 둘러보면 남는 게 없다.


무리하게 가지려 한 것들은 오히려 흔적이 없고, 그것들에 부록처럼 달려온 시기와 질투 그리고 갈등만이 남아 있을 뿐이다. 혜민 스님의 말이 떠오른다. 무소유는 소유를 안 하는 게 아니라, 가지고 있는 것에 집착하지 않는 것이라고.


우리는 자주 집착을 소유라 착각한다.


아무것도 안 가져 보는 하루를 시도해 보려 한다.

가졌다고 생각했던 것은 착각이고 진정 소유할 수 있는 건 순간의 신기루이니, 가지지 않으려 발버둥 치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가 궁금하다.


오히려, 가지지 않으려 발버둥 치면 칠수록 무언가 내 주위에 하나 둘 쌓이지 않을까.

그것들이 내 것이라는 자만은 내려놓기로 한다. 더불어, 무언가 손에 쥐어지게 되더라도 나는 그것의 가짓수보다는 깊이에 미련을 두자고 마음먹는다.


그 깊이로 말미암아, '가지지 않으려는 마음'을 '가질 수' 있다고 나는 나를 달래 본다.




스테르담 글쓰기 클래스

스테르담 인스타그램


[저서 모음]

'견디는 힘' (견디기는 역동적인 나의 의지!)

'직장내공' (나를 지키고 성장시키며 일하기!)

'오늘도 출근을 해냅니다' (생각보다 더 대단한 나!)

'아들에게 보내는 인생 편지' (이 땅의 모든 젊음에게!)

'진짜 네덜란드 이야기' (알지 못했던 네덜란드의 매력!)


매거진의 이전글 내가 주고 싶은 것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