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체중을 실어 많은 분들께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며
브런치를 시작하고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이 흘렀습니다.
정확히 2015년 9월이었습니다.
두 번의 퇴짜와 함께 찾아온 브런치 작가라는 기회. 그리고 시작. 왜 그렇게 기를 쓰고 달려들었는지 모르겠는데, 그랬던 저를 마냥 칭찬해 주고 싶습니다.
그래서 저는 브런치와 함께 꾸준히 썼고 쓰고 또 썼습니다.
출간에 대한 생각은 따로 하지 않았습니다. 글쓰기를 시작했을 때, 무언가 목표를 세우고 시작하면 왠지 나자빠질 것 같아서. 그저 쓰기로 하고는 무슨 일이 일어나나 보자고 한 겁니다. 1년 후에 뒤돌아보아 그것이 쓰레기면 버리면 되고, 자산이면 가져가면 되니까.
그러다 브런치를 시작한 지, 그러니까 글이 좀 쌓이기 시작한 어느 시점에 출판사로부터 첫 연락이 왔습니다.
저를 '브런치 작가'에서 '출간 작가'로 만들어 준, 정말 잊을 수 없던 그때가 아직도 생생합니다.
해서, 지금까지 출간된 책들을 소개해드리려 합니다.
어떻게 하다 글이 책이 되었는지, 그 과정은 어떠했는지. 있었던 에피소드와 함께요.
당시 저는 네덜란드에 주재원으로 있었습니다.
누구보다 네덜란드에 대해 잘 알아야겠다는 사명감이 문득 들었습니다. 그래야 영업과 마케팅을 잘할 수 있으니까요.
세계에서 키가 제일 큰 사람들이 작은 차를 타고, 콜라 병도 유럽에서 제일 작은 걸 마시고. 당최 이해를 할 수 없었습니다. 저는 큼지막한 제품을 팔아야 하는데.
그래서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역사와 문화 그리고 사람. 그리고 '왜'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던졌습니다. 왜 암스테르담 집들은 기울어져 있는지, 왜 성매매와 마리화나 그리고 도박이 합법인지 등.
그렇게 공부한 걸 하나하나 브런치 매거진에 써나간 거죠. 그것을 보고 출판사에서 연락을 주셨습니다. 인문학 여행 시리즈를 제작하고 있는데 네덜란드 편을 써달라는 것이었습니다. 한국으로 잠시 출장을 왔을 때, 계약서에 사인을 했던 때가 떠오릅니다.
두근두근 대던 마음이 계약서라는 현실과 계약금이라는 무게 앞에서 조금은 진정되었던 것 같습니다.
목차를 짜고, 콘셉트를 잡고. 수정에 수정을 거듭하다, 마침내 제 인생 첫 책이 탄생되었습니다. 제가 직접 찍은, 가장 좋아하는 장소가 책의 표지를 장식한.
아, 그리고 에피소드 하나.
제목이 이리도 길어진 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인문학적 요소를 넣자는 저와, 축제를 강조하자는 출판사의 중간 지점을 찾은 겁니다. 결국, 그 둘을 합치게 된 제목이 되었습니다.
당시, 직장인을 희화하한 글들이 많았습니다.
그 글들을 보며 웃곤 했죠. 그런데 남는 게 없었습니다. 결국 저는 제 얼굴에 침을 뱉고 있던 겁니다. 직장인으로서의 삶은 왜 이리 힘들고, 하찮게 받아들여지는 걸까. 무엇보다 행복해지고 싶었습니다. 직장인은 행복하지 않다는 제 생각부터 바꾸고 싶었습니다.
오랜 직장생활을 돌아보면 무언가 '의미'가 있을 거란 확신을 갖기로 했습니다.
숨은 그림 찾기 하듯, 제 지난날의 직장생활을 돌아보며 하나하나 그 깨달음들을 써내려 갔습니다. 나와 같은 시행착오를 겪을, 소중함을 곁에 두고도 모르고 지나칠 후배들을 위해서도요. 그래서 그 매거진의 이름은 '젊음이 젊음에게 멘토링'이었습니다.
이 책 역시, 제가 네덜란드에 있을 때 출간 제의를 받았던 기억이 납니다. '진짜 네덜란드 이야기'와 함께 써 내려가고 있었거든요. 브런치 매거진의 매력입니다. 매거진으로 글의 주제와 장르를 관리할 수 있거든요.
이 역시, 에피소드의 관건은 제목이었습니다.
처음엔 '직장 내공'이란 제목이 너무 딱딱해서 반대를 했었는데, 나중에 '내공' 콘셉트로 멋있게 기획된 제 책을 보고 역시 전문가 분들은 다르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해서, '직장 내공'이후부터는 저는 8대 2 비중으로 출판사와 의견을 조율합니다. 물론, 제가 2입니다. 믿고 맡기는 게 맞습니다.
책 출간 시기가 참 흥미로우실 겁니다.
'직장 내공'이 출간된 후 2개월 만에 또 하나의 책이 나온 겁니다. '문어발식 글쓰기'와 차곡차곡 쌓은 글들의 포텐이 터진 겁니다.
'직장 내공'의 개고가 거의 끝나갈 무렵 한 에디터님께서 연락을 주셨습니다.
글이 너무 좋아 책으로 내고 싶다고 하시면서요. 제 글을 보시고는 눈물을 흘리셨다고 합니다. 감동이었습니다. 내 글이 그렇게나 영향력이 있다니. 누군가의 감정을 어루만져 주었다니 그저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직장 내공'을 자기계발서로 써 내려갔기 때문에, 저는 힘을 조금 빼고 일기처럼 직장인의 속마음을 쓰고 싶었습니다. 직장인으로서 자부심을 갖자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고, 담담하게 써 내려간 글에는 스스로도 놀랄 명언과 좋은 문장들이 쏟아졌던 기억이 납니다.
전혀 책을 염두하진 않았었는데 에디터님의 마음을 흔들어 출간 제안을 받게 되어 얼떨떨했던 기억도 납니다. 두 번째 책의 마무리 단계에서, '오늘도 출근을 해냅니다'는 그렇게 시작이 된 겁니다.
에디터님은 제 글을 보면서 지하철에 끼어서 출근하는 2040 여성분들을 떠올렸다고 합니다.
그래서 책의 사이즈도 콤팩트 하게 제작을 하였습니다. 가방에 넣기 좋게, 전철에서 읽기 편하게.
아버지께서는 제가 어릴 적에 일찍이 돌아가셨습니다.
아버지 없이 배운 세상은 참으로 혹독했습니다. 차가웠고 외로웠고, 몰라서 억울했던 기억이 많습니다. 하고 싶은 걸 하지 못한 것도, 방황의 시기에 이리가라 저리가라 해주는 사람도 없었다는 것이 상처 아닌 상처로 남아 있습니다. 물론, 덕분에 얻은 지혜도 있고 강하게 자라기도 했습니다만 그것들을 좀 일찍 알았더라면 어땠을까란 생각은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전 화목한 가정에 목말라 있었고, 아이들이 생기면 좋은 아빠가 되자고 수천 번 다짐했었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써 내려간 편지들. 브런치에 옮겨 하나하나 적어 내려갔습니다. '오늘도 출근을 해냅니다' 출간을 제의 주셨던 에디터님께서 또 한 번 손을 내밀어 주셨습니다. 이 좋은 글들을 세상에 내어 보이자고요.
막대한 유산보다는 위대한 유산을 주고 싶은 제 진심이 담긴 글입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각자의 이름을 써주고, 제 싸인을 넣어 선물했습니다. 내가 없는 날이 오더라도, 살아가면서 펼쳐보라는 뜻으로. 물론, 젊은 날의 나에게 하는 말이기도 하기에, 이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젊은 분들에게도 도움이 될 글이라 확신 합니다.
'오늘도 출근을 해냅니다'가 막 나왔을 때입니다.
한 출판사 편집장님께서 연락을 주셨습니다. 제 브런치를 보시고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면서요.
당장 출간에 대한 제의는 아니었습니다.
다만, 편집장님은 저란 사람이 좀 궁금하셨나 봅니다. 제가 쓴 글들을 보시고, 어떤 사람인지 만나보고 싶으셨답니다. 그리고는 제 세계관을 확인하신 겁니다.
저에게 '견디기와 버티기'에 대해서 글을 써주실 수 있냐고 물으시면서 기획의도와 대략의 목차를 건네주셨고 그게 '견디는 힘'의 시작이 되었습니다.
2019년 6월부터 써내려 간 글들인데, 공교롭게도 마침 제가 너무 힘든 상황들을 맞이하고 있던 때라 이 글들을 써 내려가며 위로받고 견뎠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그러니까, '견디는 힘'에는 저의 진심이 200% 들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견디는 힘'을 쓰며 견뎌낸 시간이 주옥같습니다.
그리고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많은 분들에게 조금이라도 힘과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큽니다.
지금까지 제 책들을 소개해드렸습니다.
정리해보니, 저는 참 운이 좋은 사람이란 생각이 듭니다. 귀하신 분들을 만나, 제 글이 꽃을 피웠고 그토록 바라던 '선한 영향력을 나누는 생산자'의 삶을 살게 되었으니까요. 출간과 함께 찾아온 강연과 기고 등의 기회는 삶의 또 다른 활력소가 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글쓰기가 계속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더불어, 제 브런치에 와주셔서 글을 읽고 응원을 해주시는 모든 분들께 진심을 다하여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온 체중을 실어 고맙다는 말 다시 한번 더 전합니다.
고맙고,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