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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May 01. 2020

서는 곳이 달라지면 풍경이 바뀐다.

상대방의 풍경을 선명하게 상상해보기 전에는 판단하지 말 것

용돈의 출처


어렸을 때 용돈의 출처를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그저 내 용돈은 왜 이리 작은지에 대해서만 말할 뿐이다. 하지만 돈을 벌고 누군가를 책임져야 하는 때가 오면 알게 된다. 그 용돈은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그 돈을 얻기 위한 고됨을 몸소 알기에 어렸을 적 용돈에 대해 불만을 갖던 지난날을 후회할 정도다.


직장에서도 마찬 가지다.

월급은 언제나 넉넉하지 않다. 그러나 직급이 올라가고 회사 사정을 알게 되면 생각이 바뀐다. 더 많은 성과를 내어 회사가 잘 되기를 바란다. 주니어 때는 회사와 나는 별개라는 이원론을 실천하지만, 어쩐지 직급이 올라갈수록 회사와 나는 한 목숨이라는 일원론, 그러니까 물아일체의 지경에 이른다. 그래서 주니어는 시니어를 보면 이해가 되지 않는다. 어차피 언젠간 퇴사하고, 버림받을 텐데 왜 이리 목숨을 거는가 하고.


나는 이러한 변화를 아래와 같이 설명한다.


"서있는 곳이 달라진 것이다."


서는 곳이 달라지면 풍경이 바뀐다


사람에겐 기이한 습성이 있다.

그건, 높은 곳이 보이면 무조건 오르고 본다는 것. 목숨을 걸어야 하는 세계 최정상의 산, 비싼 돈을 주거나 길게 줄을 서야 하는 어느 관광지의 전망대도. 사람들은 오르고 또 오른다. 오름의 끝엔 풍경이 있고, 그 풍경은 '권력'이란 미묘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마치 내가 세상을 다 가진 느낌.


그 느낌은 중독성이 꽤 크다.


마찬가지로 직장엔 피라미드라는 산이 있다.

사원, 대리, 과장, 차장, 부장 그리고 임원. 세상이 많이 바뀌었다고 하지만 회사는 결국 피라미드 구조가 될 수밖에 없다. 그것이 역피라미드든, 다이아 피라미드든 간에. '피라미드'란 말을 빠질 수 없다. 누군가는 조직을 이끌기 위해 리더가 돼야 하고, 또 누군가는 앞을 내다보며 그 모두를 진두지휘해야 하기 때문이다. 더불어, '올라감'은 '성장'을 뜻하는 것이니, '성장'이 없는 곳엔 사람들이 있을 이유가 없다.


그렇게 하나하나 올라가다 보면 서는 곳이 달라진다.

그리고, 서는 곳이 달라지면 풍경이 바뀐다.


"아니, 상사는 왜 나에게 만날 뭐라고만 하지?" 하던 사람이 상사가 되면, "아, 이래서 그런 거였구나"를 깨닫는다. 더불어, 상사가 했던 조언을 똑같이 조목조목 시작한다. (물론, 후배 직원은 그것을 '조언'이 아닌 '잔소리'로 듣는다는 건 서글픈 현실이자 바뀌지 않는 진리.)

품의서를 붙들고 쉽게 승인을 해주지 않던 부장님과 임원은, 게을러서가 아니라 혹시라도 자신이 책임을 져야 하는 일이 있지는 않은가 심사숙고하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된다. 

회사의 재무제표나 손익 현황을 직접 다루게 되거나, 회사의 깊숙한 정보를 알게 되면 지금 당장의 또는 10년 후 회사의 미래에 대해 걱정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상대를 이해하려면,
그 사람의 풍경을 상상하라


'역지사지'란 지극히 당연하고 흔한 말이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입장만 바꿔보는 척을 하지, 그 사람이 보거나 느끼는 것을 온전히 상상하지 않는다. 

즉, 그 사람의 입장이 되어 본다면, 그 사람이 서있는 곳의 높이나 위치를 가늠하고 그 '풍경'을 볼 줄 알아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역지사지'다.


깨달아야 할 것은 '그 사람은 그 사람의 일을 하는 것뿐'이라는 것이다.

즉, 사람들은 나를 괴롭히려는 게 아니라 각자의 먹고사는 일에 충실한 것뿐이다. 각자의 충실함은 복잡한 교차로에 마주친 자동차들 같이 얽히고설켜 있다. 회사는 원래 그렇게 돌아가는 곳이고, 언젠가 교통정리는 될 것이며 또 언젠가 다시 교통 체증은 발생하고 때로는 사고도 날 것이다.


그러니, 회사에서 사사건건 부딪치는 사람이 있거나, 당최 이해가 되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의 풍경을 상상하자. 그것은 그 사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내 정신과 마음을 위한 지혜로운 기술이다.


더불어, 함부로 사람을 판단하거나 재단하지 말아야 한다.

상대방의 풍경을 선명하게 상상해보기 전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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