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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Sep 24. 2015

인턴이 알았으면 하는 몇 가지

저도, 그대도,  우리모드 반성모드!

요즘, 열정페이라는 신조어를 만든 장본인은 단연코 '인턴'이다.


새로운 인턴이 오늘부로 내 옆에 와있다.

인턴의 특성 상, 6개월마다 바뀌게 되어 새로운 인턴과 정기적으로 마주하게 된다.


먼 이국 땅에 와서 열정을 페이(?)할 인턴을 보자니, 안쓰럽기도 하지만, 새로운 곳에서 젊은 마음으로 도전하는 그 모습이 부럽기도, 대견하기도 하다. (참고로 필자는 주재원으로 유럽의 한 지역에서 마케팅과 영업을 담당하고 있다.)


취업문은 줄어들고 있지만, 아이러니하게 인턴의 문은 넓어지고 있다. 수요와 공급의 밸런스가 맞지 않으면 문제가 생기는 법. 그래서 열정페이라는 말이 나올 상황이 생긴 것일지 모른다. 요즘은 이력서에 인턴 경력 몇 줄 정도는 기본으로 들어가고, 각종 공모전부터 시작해 화려한 스펙은 덤을 넘어 기본이 된 시대다.


나 또한 취업 준비생 시절 내 이력서가 허전해 무엇으로든 채우려 노력한 적이 있다.

다행히도,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빈칸을 채울 수 있었지만, 누구에게나  해당되는 말은 아니다.


각설하고, 난 새로운 인턴을 만날 때마다 몇 가지 강조하는 것이 있다.

인턴이라면 알아야 할, 지켜야 할, 추구해야 할 몇 가지. (라 말하고 정말 중요한 두 가지 먼저!)


"바로 초심과 뻔뻔함이다."


별거 아닌 것이라 실망했는가? (나도 말하면서 뻔뻔함으로 무장해야 했다.)

하지만 아래 내용을 더 읽어보면 어느 정도는 수긍하리라 믿는다.


여러 인턴이 거쳐가며 보이는 모습은, 인숙한 패턴의 연속이다.


1단계: 초심충만
2단계: 죄충우돌
3단계: 초심변화 or 초심포기
4단계: 사람에 따라...


중요한 것은 3단계이다.

3단계의 결과에 따라 4단계,  즉 인턴 생활의 전체 혹은 앞으로의 마음가짐과 개인의 역량이 좌우된다.


초심을 잃지 않고 많은 것을 얻어 갈 것인지, 아니면 그러한 것은 지나가던 개에게 쌈 싸주고 무너질 것인지.


새로 받는 인턴들의 눈빛은 언제나 강렬하다. 해외 인턴으로 왔으니 혁오밴드가 홍대를 씹어먹는 건 비교도 안된다. 세상을 씹어먹을 기세다.


그러다 실제 업무에선  좌충우돌한다.

대학에서 멋지게 PPT를 만들던 화려한 손은 익숙지 않은 엑셀 수식과 씨름하고, 그러는 동안 나름 스마트하다고 생각했던 자신의 모습이 초라해진다.


그럴 수 있다. 아니 그럴  수밖에 없다.

이해한다.


그리고 초심은 이내 '변화'된다.

그러나 바로 이것이 '핵심'이다.

'변화' 될 것인지 '변질' 될 것인지를 가늠하는 중요한 순간이다.


초심은 영원할 수 없다.

하지만, 변할 수는 있어도 잃어서는 절대 안된다.


많은 인턴들이 3단계에서 무너진다.

솔직히, 인턴들의 역량은 거기서 거기다.


각종 경험을 많이 하고 톡톡 튀는 우리 젊은 친구들의 역량은,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로 훌륭하단 이야기다.


하지만, 결국 최종적인 역량은 3단계에서 갈린다.

업무태도 (Attitude)와도 밀접하게 연관된 일이다.


한 번은 업무 역량으로는 매우 뛰어난 친구가 있었는데,

그 친구는 몇 번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지각을 밥먹듯이 했다.


마지막 경고가 나가고, 마지막 기회를 남겨 두었을 때, 그 친구는 끝내 시간을 지키지 못했다. 그 친구에게 강하게 했던 말이 바로, "초심이 변할 순 있어도, 잃지는 말라"였다.


참으로 안타까웠다.

난 그 친구의  초심 충만할 때의 눈 빛을 아직도 잊지 못하기 때문이다.


"초심과 더불어 중요한 인턴의 덕목은 바로 '뻔뻔함'이다."


잘 알겠지만, 정기적인 월급을  받을수록, 더 많이  받을수록, 이 "뻔뻔함"은 사라진다.


내가 말하는 "뻔뻔함"은 예상이 되겠지만, 바로 "자신감"과 "패기"이다.

(지각해 놓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사과와 반성도 없이 일하는 뻔뻔함이 아니다!)


인턴은  좌충우돌할 수도 있고, 모를 수도 있고, 익숙하지 않을 수도 있다.


처음부터 업무의 완성도를 완벽하게 바라는 것이 아니다.

비록 업무로 많은 지적을 받고, 한 소리를 듣더라도 다시 살아나라는 이야기다.


사람인지라, 당장은 기분 나쁘고 위축될 수 있다.

자괴감마저 들 수 있다.


하지만 힘들어도, 이 자괴감을 느끼고 받아 들여야 한다고 인턴들에게 말한다.

자괴감이 들 때만큼, 자신을 다시 쌓기에 좋은 기회가 없기 때문이다.


난 인턴들이, 이왕 무너졌으면 그대로 받아들이되 "뻔뻔하게" 다시 일어나길 바란다.

내가 가해자(?)라서 쉽게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나도 그랬다는 고리타분한 말은 아끼겠다.

다만, 인턴 본인들이 훗날 멘토가 되어 새로운 인턴들을 바라보면 내 이야기를 이해하리라 믿는다.

(이것도 너무 꼰대 스럽다면...미안하지만 시간에 의지하는  수밖에)


업무가 다가 아니다.

인턴 기간에 경험할 수 있는 사람들과의 관계, 커뮤니케이션 능력.

내가 해보지 않은 업무, 자질구레한 일까지.


조금은 이방인의 입장에서 업무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인턴이라는 기간이 결코 인생에서 헛되지 않음을 자신했으면 한다. 고백하건대, 사실 많은 인턴들을 보며 드는 생각은, 바로 나 자신에 대한 반성이다.


나의 초심은 어디 있는지, 무엇이었는지, 그것은  변화되었는지 아니면 잃어버렸는지.


"슬럼프라는 자물쇠는 초심이라는 열쇠로 열린다"는 말이 눈에  아른거리고, 귓가에 맴돈다.


인턴을 보며  반성하고, 인턴은 나를 보며 배워가고, 그렇게 서로에게 도움이 되고자 잊지 않았으면 하는 것.


바로,

"초심과 뻔뻔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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