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하는 일이 내가 원하는 일이 아니라고 느낄 때
끝이 아닌 과정임을.
"난 회사 체질이 아닌가 봐"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모인 곳이 바로 '회사'란 말이 있다.
주위를 돌아볼 필요 없다. 바로 당신과 나 우리 모두의 모습이다! '체질'이 아닌 사람들의 고민 중, "지금 하는 일이 내가 원하는 일이 아닌데..."라는 회의감이 가장 큰 고민일 수 있다. 아마도 누구나 한 번 이상은 그 고민을 해봤거나, 하고 있거나,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아마 신입사원이나 몇 년 되지 않은 사원~대리급은 더더욱 그럴 수 있다. 물론, 수많은 선배들과 부장급에게도 슬럼프와 업무 사춘기는 온다. 다만, 시간이 흘러 '체질'이 개선(?)되고, 적응이 된 선배사원들은 각자 그 고민을 해결하거나, 받아들이는 노하우가 생기게 마련이다.
나 또한 그러한 경험이 있기에 자신 있게 멘토로서 이야기할 수 있다.
사실, 내가 이렇게 말할 수 있는 건 소위 말해 잘 나서가 아니다. 내가 바란 나의 미래는 드라마 속 "실장님"이었다. 젊은 나이에 MBA를 마치고 와서 초고속 승진을 하고 창의적인 전략을 펼치는, 모두가 우러러보는 사람! 아름다운 여주인공과의 러브라인은 덤이고 말이다.
하지만, 현실은 항상 밑바닥부터 시작했다. 마음은 조급한데, 내가 바란 이상은 이런 게 아닌데, 내가 바란 모습과는 달라도 너무 다른데. 이렇게 오히려, 못나서(?), 밑바닥부터 시작해서 현실적으로 자신 있게 조언을 해줄 수 있다는 말이다. (설명을 하면서 내가 초라해지는 이건 뭐지...)
아무래도 좋다. 내 이야기가 도움이 되고 잘 전달될 수만 있다면!
입사할 때 나의 꿈은 바로 해외 주재원이었다. 그리고 다행히도 지금은 그 일을 하고 있다. 하지만, 내가 입사해서 무작위로 배치받은 곳은 바로 '국내 영업직'. 해외 주재원을 꿈꾸는 내게, "국내"라니. 그리고 뽀대(?) 나는 마케팅, 크리에이티브한 업무를 원하는 내게 "영업직"이라니... 그것도, 영업분야에서 꽃 중의 꽃이라 불리는.... 맨 땅의 헤딩 "납품 영업"
국내 영업직에 대한 불만이나 폄하가 절대 아니다.
다만, 내가 생각했던, 당장에 바랐던 것과는 '차이가 컸다'는 이야기이다.
광고부서로 배치받은 동기는 우리 회사 제품 여성 모델과 셀카를 찍어 개인 홈피에 올렸고, 인사부서로 간 친구는 매출 많이 해서 좋은 결과 내라며, 지켜보겠다고 내 어깨를 두드리고 지나갔다. 당장 입사하자마자, 드라마에서나 보는 하얀 봉투에 '사표'라는 글자를 큼지막하게 써야 할까 고민했다.
하지만, 신입사원의 패기였는지, 아니면 바란 바와 너무 다른 현실에 대한 투정 어린 오기였는지 잘 기억이 나진 않지만, 한 번 해보기로 했고 사표를 내더라도 대리는 달고 그만두자고 마음을 고쳐먹었다. 물론, 내 책상 앞에는 우리 회사 해외 법인 현황이 그려진 세계지도가 붙여져 있었다. 책상을 지나가는 사람들이 저런 건 뭐하러 붙여 놓냐는 비웃음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4년 후, 나는 해외 마케팅 부서로 이동을 했고, 해외 마케팅에서 중동/ 유럽/ 미국의 경험을 한 후 6년 만에, 유럽지역 주재원으로 나와 현지인들과 아웅다웅하며 신명 나게 일하고 있다.
내가 여기서 말하고 싶은 것은, 나의 성공(?) 담이 아니다. 물론, 성공이라 말할 수도 없다. 다만, 잠시만이라도 감정이입을 해서 내 신입사원 시절을 공감해보면... 고민을 하고 있는 여러분들과 같은 처지 아닌가? 내가 원하는 일이 아니라고 느낄 수밖에 없는 처절한 현실. 나 조차도 돌아보면 앞이 안 보이는 상황에서 뭘 믿고 버티려 했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그래도 멘토로서 조언을 주기 위해 요약하자면, 원하는 일이 아니라서 힘이 들고 고민이 될 때는 아래 세 가지를 꼭 명심하였으면 한다.
"첫째, 현재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해야 '다음'이 보인다! "
만고불변의 진리다. 내가 원하는 일이 아니라고 해서, 당장 현재와 현실을 부정한다면, 내가 바라는 '다음'은 없다. 만약 내가 국내 영업에서 치기 어린 불평불만으로 일을 멍멍이판으로 했다면, 어땠을까? 아마 내가 그만 두기 전에 먼저 정리되었을지 모르고, 나의 꿈과는 더더욱 멀어지는 곳으로 발령이 날 수도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Reputation이 생명인 회사라는 조직에서, 나에 대한 소문은 해외 마케팅을 벗어나 이미 해외 법인에 퍼졌을 수 있다. 마음속에 다른 꿈이 있고, 현실에 대한 불만이 있다 하더라도, 꼭 반드시 명심해야 한다.
'현재'에 대한 충실함 없이는 '다음'이 있을 수 없다!
"둘째, 하고 싶은 일을 할 때보다, 해야 하는 일을 해야 할 때 사람은 더 성장한다!"
사람은 본능적으로 '해야 하는 일'에는 소극적이다. 그리고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아야 더 성장한다고 굳게 믿고 있다. (이 말은 맞을 수도, 때에 따라서는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생각해보자. 하고 싶은 일은 대부분 익숙한 일이거나, 아니면 내가 좋아해서 크게 노력하지 않아도 되는 일들이 대부분이다. 반대로, 해야 하는 일은 하기 싫어 죽겠어도 해야 하며, 만약 하는 법을 모르면 "배우고 노력"해야 한다. 강제로라도 말이다. 나 또한 돌아보면, 해야 하는 일을 하면서 배운 것이 더 많고, 그로인해 할 줄 아는 것도 많아졌다.
문과 출신이라 약했던 숫자 감각도, 매출실적이나 보고서 분석 및 발표를 "해야 해서" 많은 노력을 통해 나아졌고, 내성적이라 말을 잘 섞지 못했던 내가 영업을 "해야 해서" 자신 있게 말하는 법을 배웠으며, 삶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 몰라 손 놓고 있던 엑셀은 "하지 않으면 안 되어서" 공부했다.
이렇게 돌아보면, 난 많은 것을 "해야 했고", 그래서 뭐라도 하나 더 배우고 성장했다고 할 수 있다.
지금 하는 업무도 국내에서 배운 체계적인 영업의 경험을 바탕으로, 해외에서 실력을 발휘하는 중이다.
"셋째, 이 모든 것은 '끝'이 아닌 '과정'이라 생각하면 조급함을 덜 수 있다."
입사했을 때, 나의 모든 상황이 나로 하여금 조급하게 했다. 해외와는 먼 국내 업무, 벌써 뽀대 나는(?) 일을 하고 있는 동기들. 당장 앞이 보이지 않는 부서 이동, 누구 하나 친한 사람 없는 인맥의 부재.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이 모든 것을 '과정'이라고 생각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끝"이라고 생각했기에 조급했던 것인데, 솔직히 그때는 이러한 깨달음이 없었다. 그래서 말해주고 싶고, 전달해주고 일깨워주고 싶다. "조급하면 지는 거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회사 생활을 하면서 느낀, 요즘 들어서도 가장 맘에 두고 곱씹는 말이다.
조급함은 많은 것을 그르친다.
나의 목표, 나의 꿈, 당장 앞에 있는 소중함, 현재에 충실해야 하는 마음, 그리고 나 자신까지.
조급함에 장사 없다.
종합해보면, 내가 지금 하는 일이 내가 원하는 일이 아니라고 느낄 때, 현재에 하는 일에 "충실하고 미래"를 준비하며, 내가 원하지 않는 일을 "해야 할 때" 많이 배워두고, 이 모든 것이 끝이 아닌 "과정"이라 생각하여 조급해하지 않고 묵묵히 원하는 바를 향해 가야 한다는 것이다.
솔직히, 나 또한 월급쟁이로서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더 해야 할지,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그리고 정말 목숨 걸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다 안다고 할 순 없다.
하지만, 난 지금도 이 순간이 과정임을 잊지 않으며 현실에 충실하고, 많은 것을 배울 수 있게 마음을 열어 놓고 있다. 즉, 위에 열거한 것들은 잘났다고 하는 공허한 이야기가 아닌, 나 스스로도 여러분과 같이 고민하고 실천하고 있다는 것이다.
충분한 조언이나 답(?)이 되지 않은 분들이 있다면 미안하지만, 당장 때려치우고 사업을 하거나, 소위 말해 백이 있어 긴 월급쟁이 생활에 문제가 없는 사람이 아니라면, 한 번은 진지하게 함께 고민하고 실천했으면 한다.
그럼, 에브리바디 Good Luc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