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지사지가 답.
어쩌면 그게 전부일지 모른다. 하지만, 직장 생활을 조금 더 해 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승진과 월급도 중요하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특히 상사에게 '인정'받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결국엔 '인정' 받아야 승진도 하고 돈도 더 많이 받게되는, 기승전 '승진과 월급'으로 귀결되지만 '인정'이란 회사 생활을 하는데 있어서 날개를 달아주고 성장을 하게 하는 중요한 요소임을 누구도 부정하진 않을 것이다.
어쩌면, 그래서 직장인들은 하루 하루 그렇게 치열하게 살아가는지 모른다. 남들에게 인정 받기 위해, 상사에게 인정 받기 위해. 그리고 가장 중요한, 스스로에게 인정 받기 위해.
입사 7년 차 때, 대리에서 과장으로의 진급에서 누락된 적이 있다.
특별히 적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일을 못하는 편도 아니고, 남들도 나의 누락을 의아해 했기에, 나 또한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었다. 당시 나를 진급 누락시켰던 팀리더는 맥주 한잔을 하자고 했고, 미안하다고 했다. 속으로 생각했다. "미안할 일을 왜 하셨을까?"
나를 진급누락 시킨 팀리더의 입에서 예상치 못한 말이 튀어 나왔다.
두 명 중 한 명을 누락시켜야 했는데, 실력이나 고과는 동등했지만 끝내 다른 사람을 택했다고. 그리고 그 이유는, 팀리더가 느끼기에 내가 당신에게서 자꾸만 도망가려 한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머리가 멍해지고, 가슴이 먹먹했다. 사실, 당시에 나는 예상하지 못한 부서 이동을 해왔고, 팀리더는 내가 잘 모르는 분이었으며, 내게 주어진 업무로 인해 큰 불만이 있었다.
좀 더 큰 일을 할 수 있는데, 왜 나에겐 이것 밖에 주지 않을까? 나를 못 믿나? 새로 왔다고 무시 하는건가? 이러한 불만들이 쌓여가며, 난 스스로 아웃사이더를 택했었는지 모른다. 한 번은, 팀 리더와 해외 출장 중에 주말 시간을, 아무런 상의 없이 개인적인 일정을 짜고 훌쩍 떠난 적이 있다. 스스로 아웃사이더를 택했으니, 팀 리더와 같이 있고 싶지도 않았다.
맥주를 마시며 들은 이야기는 예상 외였다. 그 때 팀 리더는 나와 친해지려 어디라도 같이 가고싶었노라고. 말도 꺼내기 전에 내가 사라졌으니, 가까워지자고 뻗은 손을 뿌리치기는 커녕, 쳐다보지도 않은 격이 되었던 것이다. 돌아보니, 나라도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을 진급 시켰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이렇게 '인정' 받기만을 원한다.
'인정'이란 말을 다른 말로 바꾸어서 '사랑' 받기만을 원하고, '예쁨' 받기만을 원하고 있는지 모른다. 그 때 나를 진급 누락 시킨 팀 리더의 진솔한 고백(?) 속에서, 나는 그동안의 내 행동에 대해 깊이 반성하고 많은 것을 깨달았다. 아, 내가 인정 받고 사랑 받으려면, 내가 먼저 내 윗분을 인정하고 사랑해야 하겠구나...나는 지레 먼저 도망가고 멀리하는데, 이런 나를 상사가 인정 안해준다고 삐쳐 있는 초딩보다 못한 모습이라니.
상사도 사람이다.
그리고 올라 갈수록 외로울 수 밖에없다. 아무리 성격 좋은 사람도 상사가 되면, 아래 사람들과의 벽이 생기게 마련이다. 이러한 경우라면, 내가 상사라도 나에게 먼저 다가와주는 사람, 상사로서 나를 인정해주고 받들어 주는 사람을 눈여겨보고 지원해 줄 것이다. 또 돌아보건대, 성장을 많이 한 지금에서 당시를 돌아보면, 나의 그릇이 그 것 밖에 안됨을 마침내 깨닫게 된다. 큰 일을 주지 않는다며, 작은 일은 마지 못해 하고 자꾸만 멀어지려 하는 팀원에게, 좋은 기회는 가지 않고 가서도 안됨을 스스로 인정하게 되었다.
그 이후 나는 팀 리더에게 다가가려 노력했다.
아침이면, 팀 리더 방에 들어가 어떤 커피를 드실 지 물어 보고 갖다 드렸다. 예전 같으면, 뭔 아부질이냐고 생각하며 오글거림에 못 할 일이었다. 하지만, 새로운 결심은, 인정 받기 원하고 사랑 받기 원하기 전에, 못 받는 다고 불평하기 전에, 내가 먼저 다가가보자는 것이었다. 진심이 아니라면, 하는 '척'이라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순한 아부가 아닌, 상사에 대한 예의, 사회 선배에 대한 존경심을 담아.
아무쪼록, 인정 받지 못하고 있어 힘든 상황이라면, 아래의 몇 가지 이야기들을 마음에 담고 자신을 돌아 봤으면 한다. 시간이 갈 수록, 스스로에게 인정 받는 것이 더 어렵다는 것을 깨달아가는 스테르담으로부터.
- 먼저 기본적인 것부터 쌓아 놓고 어떻게 인정 받을지 고민하자.
- 상사도 사람이다. 내가 상사를 먼저 인정하고 존경해야 나를 더 세심히 바라본다.
- 아부 한다 생각하지 말고, 진심으로 다가가자. 영혼 없는 아부는 상사도 바로 눈치 챈다.
당장이라도, 도망치려만 했던 상사에게 차 한잔을 가져다 드리거나, 입고 온 옷에 대해 칭찬 한 마디 해보자.
직장 생활의 역사가 바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