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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May 06. 2020

어련히 일어날 일들

그러니, 더 클 여지가 있다고 스스로를 위안해 본다.

어렸을 적 어머니께서 하시던 말씀이 간혹 떠오를 때가 있다.

"크려고 아픈 거야."


감기에 걸려 컥컥 대거나 몸이 으슬으슬할 때면 초등학생 때나 대학생 때, 나이를 가리지 않고 그 말씀을 하셨다.

그래서 난 자연스럽게 어려서부터 어디가 아플 때면 나는 크고 있구나 생각했다. 재밌는 건 나이가 아무리 들어도 이 말을 떨치지 못한다는 것이다. 내 몸은 다 컸지만, 간혹 지독한 감기나 몸살이 찾아오면 어김없이 이 말을 떠올린다. 그저 더 좋은 무언가가 생기려고 이렇게 아픈 건가 하는 기대와 함께.


그런데, 이 말은 지금의 나에게도 참 잘 어울린다.

직장인인 나는 아플 일이 많기 때문이다. 


"성장하려고 아픈 거야."

이미 커버린 몸엔 미련이 없고, 이제는 내 마음을 보듬고 그릇의 크기를 넓혀가야 하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성장'이고, '성장'을 해야 우리네 직장인은 월급이 끊기지 않거나 더 많아질 수 있다. 아픈 건 아픈 거고, 주저앉아 있을 시간은 없이 자신을 갈고닦아야 한다.


그리고, 이 말 외에 위로가 되는 말이 또 하나 있다.

어렸을 때, 무언가를 사달라거나 집에 일찍 가자고 떼를 쓰고 조를 때, 어머니께서 엄한 표정과 말투로 하셨던 말씀.

"어련히 안 해줄까 봐!"


'어련히'는 '염려하지 않아도 잘되거나 좋을 것이 명백하게'란 뜻이다.

당시, 어머니는 큰 그림을 가지고 계신 거였고, 어린 나는 한 치 앞을 보지 못하던 존재. 조금만 기다리고 있으면 더 큰 상이 주어지거나, 순리대로 무언가가 진행되면서 알맞은 '때'가 오는 것이었는데. 나는 그것을 모르고는 조르고 또 졸랐던 것이다.


직장인은 조급증에 쉽게 걸린다.

나보다 잘 나가는 사람들, 당장 벗어나고 싶은 어려운 프로젝트, 내가 원치 않는 요소요소의 위기와 대체 가능하다는 불안이 직장인들을 오늘도 불안한 조급증에 밀어 넣고 있다.


돌아보면 과연 그렇다.

'어련히'된 일들이 생각보다 많다. 다만, 나는 발을 동동 구르며 초조해하고 남을 시샘하며 스스로를 짓밟고 있었을 뿐. 


어렸을 때 들었던 말들이 지금에도 유효하단 건, 어쩌면 나는 아직도 철이 없다는 뜻일지도 모른다.


그러니, 더 클 여지가 있다고 스스로를 위안해 본다.

어련히, 알아서 잘 될 거라는 주문을 읊조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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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서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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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내공' (나를 지키고 성장시키며 일하기!)

'오늘도 출근을 해냅니다' (생각보다 더 대단한 나!)

'아들에게 보내는 인생 편지' (이 땅의 모든 젊음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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