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은 디테일에 있다.
악마도 디테일에 있다.
큰 그림을 보고, 대충 해도 될 일들은 분명 있다.
하지만 문제는 그것이 습관이 된다는 것이다. 습관이 되면, 절대 그러하지 말아야 하는 상황에서도 디테일을 간과하게 된다. 디테일을 간과하면, '신'과 '악마'가 행동한다. 독일의 건축가 루트비히가 인용하여 유명해진 '신은 디테일에 있다'란 말은 철저하게 그리고 세세하고 무언가를 챙긴다면 기회가 생긴다는 뜻이 담겨 있다. 반대로는, 문제점이나 불가사의한 요소는 세부사항에 숨어 있다는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란 말이 있다. 즉, 우리는 디테일을 놓치면 무언가를 발견하거나 해결할 기회를 잃거나, 대충 다 되었다고 생각했던 일들이 문제가 되어 돌아올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우리는 큰 산에 걸려 넘어지지 않는다.
우리가 넘어지는 것은 작은 돌부리 때문이다. 작은 돌부리에는 자만, 허영, 게으름, 대충대충이란 말들이 새겨져 있다. 작은 것을 돌아봐서 무엇하냐는 자만, 큰 게 되면 작은 건 알아서 된다는 허영, 중요한 걸 알면서도 디테일을 돌아보지 않는 게으름. 그리고 대충 해도 된다는 선택적 긍정.
세상을 이끌어가는 위대한 영웅이나 위인들은, 이 디테일에 주목한 경우가 많다.
이순신 장군이 12척의 배로 수백 척의 왜적 함선을 침몰시킨 것도 '울돌목'의 조류가 바뀌는 디테일에 집중한 결과다. 뒤쪽엔 어선들을 병풍처럼 배치시켜, 마치 수백 척의 지원군이 있는 것처럼 연출하는 디테일도 보였다.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이라는 인류의 문명을 바꾼 혁신의 출발도 결국 미니멀리즘이라는 사람의 본질로부터였다. 무언가 더 큰 보여주기 혁신에 목을 매거나, 현재 기술이 최선이라는 '대충'이라는 '해충'을 스티브 잡스는 경계한 것이 분명하다. 'Connecting dot'이론도 남들이 보지 않는 작은 것에 신경 쓴 결과다.
마지막으로, 영화 '살인의 추억', '설국열차'와 '기생충'으로 세계적 거장이 된 봉준호 감독의 별명이 '봉테일'이란 걸 볼 때, 디테일은 추구해야 할 지향점이 맞는 것이다.
월급은 디테일 안에 있다.
그리고 디테일은 집착이 아니라
선별하고 균형을 잡는 것이다.
월급은 우리의 역량을 대변한다.
그 기준이 모호하고 언제나 월급은 우리가 생각하는 역량보다 낮지만, 객관적인 지표이므로 그것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기보단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위에서 언급한 대로 디테일은 그래서 중요하다.
우리가 디테일에 신경 쓰면 쓸수록 우리의 역량은 올라갈 것이고, 월급도 그에 비례(정비례까지는 아니라도)할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디테일에 대한 역량이 작은 것 하나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것이라 말하지 않는다.
사람은 완벽할 수 없다. 완벽함을 추구하며 그 과정에서 성장할 뿐이다.
그런데 '완벽한 사람'보다 더 무서운 사람이 있다.
바로 '완벽한 척'하려는 사람들이다.
이들에게 완벽이란, 사사건건 하나하나를 규명해야 하는 디테일에 대한 집착이다.
보고서의 가로 세로와, 글자 크기 등에 집착하는 사이 내용과 본질은 사라지고 만다.
그러나 나는 일견 이러한 행동이 이해가 되기도 한다.
1:29:300이라는 하인리히 법칙(크고 작은 사고가 발생했을 때 원인을 해결하지 않고 방치하면 재난 수준의 큰 사고가 일어난다고 경고하는 법칙 -작가 주-)이나 깨진 유리창의 법칙을 상기할 때 그렇다.
보고서의 맞춤법이 틀리거나, 오와 열이 누가 봐도 비뚤어져 맞지 않는데 그 내용이 제대로 되었을까란 것은 합리적인 의심이다.
그러니 나는, 완벽한 것보다 더 뛰어난 역량은 '균형'을 맞출 줄 아는 디테일이라 믿는다.
디테일해야 할 때 디테일할 수 있는.
디테일이 집착이 될 때 그 순간을 득달 같이 알아채어 큰 그림을 볼 수 있는 능력.
어느 한 가지 능력만 가지고 우리는 성장할 수 없다.
길고 짧은 것을 번갈아가며 우리는 살아 나간다. 그것들은 나의 장점과 단점이고, 때에 따라 긴 것이 필요하고 또 때에 따라 짧은 것이 필요한 법이다. 단점을 나쁜 것으로만 간주하면 우리는 균형을 맞출 수 없고 한쪽으로 치우친다.
디테일의 균형을 잡기 위해선 나의 장점과 단점을 모두 활용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월급은 디테일에 있고, 그 균형을 맞출 수 있을 때 우리 역량은 올라갈 수 있다고 나는 믿는다.
그러기 위해, 나는 우선 실수를 하나라도 줄여나가보고자 한다.
메일 보내기 전에 유첨 파일은 제대로 업로드했는지부터.
작고 기본적인 것부터.
완벽해지려는 욕심보단, 실수하지 않으려는 침착함이 오히려 더 현실적이고 완벽에 가까운 디테일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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