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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May 31. 2020

NG네요. 다시 할게요. 짝!

다시 앞으로 나아갈 용기도 함께 주는.

누가 지었는지는 몰라도 '이불킥'이란 말은, 아무래도 참 잘 지었다.

그 상황이 생생하게 떠오르고, 더불어 나 또한 그런 적이 있다는 무한 공감을 가지게 하는 단어는 그리 많지 않다. 꼭 고상한 단어만이 전율이 선사하는 게 아니란 걸, '이불킥'은 우리에게 (그 사실을) 몸소 알려 주고 있는 것이다.


흑역사, 즉 실수나 떠올리기 싫은 어둡고도 스멀스멀한 기억은 그렇게 고요할 때 찾아온다.

대개, 잠자리에 누워 포근한 이불을 덮었을 그때. 불현듯 떠오르는, 그것으로부터 도망치고 싶은 기억들은 결국 신경세포를 거쳐 근육을 자극하는데 기억의 정도에 따라 킥의 강도가 달라진다. 가장 컸던 이불킥은 정말로 이불이 저기 어디로 날아간 경우다.


"그때 고백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그때 그 투자를 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그때 길거리에서 넘어졌을 때, 영영 일어나지 말았어야 했는데..."


커다란 민망함과 불쑥불쑥 떠오르는 기억은 반복되어 '트라우마'란 이름을 얻는다.

어쩌면 이불킥은 '트라우마'의 발작 증세가 아닐까.


그러나 세월이 흐르고, 나이가 들면서 이불킥의 횟수나 정도는 줄어든다.

그러려니... 하는 마음이 고맙게도 발작의 횟수를 줄이는 것이다.


셰익스피어는 "인생은 연극이고, 우리 인간은 모두 무대 위에 선 배우다"라고 말했다.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누구나 공감할 이야기. 그러나, 대본이 없고 결과도 모르며 한치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나는 일정 부분 동의할 수가 없다. 아니, 그랬던 것 같다.


지금은, 셰익스피어의 말도 그러려니 하고 받아들인다.


그래서 어떤 실수를 하거나, 내가 바보 같이 느껴질 때.

나는 무턱대고 허공을 향해 (속으로) 크게 한 번 외친다.


"아, NG네요. 다시 할게요!"

그러고 나서, 플레이트를 치듯이 손바닥 한 번 짝!


생각보다 정신건강에 좋은, 이불킥도 확연히 많이 줄여 주는 나만의 의식이다.


다시 앞으로 나아갈 용기도 함께 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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