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허술하게 살지 말아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한다.
"이번 시험은 오픈북입니다."
업무와 학업을 동시에 하느라 힘든 요즈음, 오픈북 시험은 그나마 위안이다.
시험에 대한 긴장감이 조금은 사그라들고, 알 수 없는 마음의 여유가 생긴다. 그런데 시험 당일이 되면 당혹감을 감출 수가 없는데, 그것은 책 속에서 답을 찾을 수 없다는 막막함을 그제야 깨닫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면, 긴장 없는 내 마음이 허술해져 강의 시간에 집중하지 않았던 게 가장 큰 문제다.
그러다 보니 답을 찾아야 하는 건 고사하고, 문제부터 이해를 잘하지 못하는 일이 발생한다.
문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니, 아무리 책이 오픈되어 있어도 답을 찾지 못할 수밖에.
그러다 문득 그렇게, 삶은 오픈북 시험이라는 걸 깨닫게 된다.
정답을 찾지 못한 나는 세상을 향해 욕을 퍼붓곤 했는데, 결국 내가 문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건 아닐까?
삶은 답을 찾는 것보다 문제를 이해하는 게 더 어렵다는 결론이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에 대한 이해를 하지도 못한 채, 우리는 답을 찾아 헤매지 않는가.
삶 자체가 어쩌면 이해할 수 없는 문제로부터 시작된 것일지 모른다.
왜 태어났는지 모르는 우리는, 어떻게든 살아가야 할 답을 찾아내고 있으니까.
모든 진리를 아우르는 정답은 찾을 수 없다.
왜 태어났는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답도 아예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삶은 우리에게 주어진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답'을 찾는 '문제'가 아닌 순간순간을 알아채고 느끼고, 살아내야 하는 과정. 또는 미션.
갑자기 저 멀리 하늘의 어느 쪽에서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그리고 그 말은 인생 허술하게 살지 말아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