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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Jun 09. 2020

여유는 언제나 후회 속에 있다.

그것들을 찾아내려 후회 속을 뒤적거리지 않기 위해.

손에 잡힐 듯 하지만 결국 허상인 것들이 있다.

대표적으로 행복이 그렇다. 무언가 기분이 좋아서 '이게 행복일까?'라고 돌이키는 순간, 행복은 온데간데없다. 지금 이 순간이 지나가는 게 아쉽고, 더 이상 이러한 기분을 느끼지 못할까 봐 이내 불안에 사로 잡힌다. 붙잡으려 하면 할수록,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속도는 빛과 같다.


그래서 현명한 사람은 행복은, 더 큰 행복을 바라지 않을 때 가능하다고 말한다.

나는 현명하지 못하므로, 우리는 왜 더 큰 행복을 바랄 자격이 없냐고 반문한다. 물론, 대개 그러다 마는 건 나이고 순리와 운명 앞에 초라하게 무릎 꿇는 것도 나지만 그럼에도 나는 나의 무지함을 한껏 소리치고 싶을 때가 많다.


가끔 퇴임한 임원분들과 식사 자리를 갖는다.

그럴 때면, "내가 왜 그렇게 치열하게 살았는지 몰라.", "좀 여유롭게 살 걸, 그때."라는 말을 어김없이 듣는다. 누구보다 치열했고, 누구보다 열렬했기에 고위 임원까지 했던 분들의 후회 속에 마침내 여유'가 생긴 것이다. 그분들의 현역 시절엔 한치도 없던 것이, 퇴임 후의 후회 속에서 여유라는 꽃이 되어 피어오른 것이다.


그것은 마치 행복과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하자마자 사라진다는 점에서, 돌아보면 그때가 행복했고 그때가 여유로웠다고 회상하는 것에서. 붙잡으려 하는 지금에 그것들은 있을 수가 없고, 그 둘은 언제나 후회와 기억 속에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다시, 현명하지 않으므로, 그것들을 지금에 느껴보려 노력한다.

나름 깨우친 방법은, 손에 잡히지 않는 것들은 붙잡으려 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 순간이 단 1초라도, 아주 가끔 찾아오더라도. 즉, 행복하다고 느낀 순간 그것을 가두어 놓으려 하지 않는다. 잠깐 스쳐가더라도 아, 이게 행복이구나라고 말한다.

여유가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나는 몸과 마음의 힘을 빼고 내 들숨과 날숨에 집중한다. 시간을 더 갖고 싶다거나, 이 순간을 오래 누리려는 마음은 내려놓는다.


성인군자처럼 이야기하는 것 같지만, 성인군자가 될 수 없다는 걸 알기에 찾은 방법이다.

그러하지 못하면, 어리석은 나는 한순간도 '행복'과 '여유'를 누릴 수 없으니까.


그것들을 아예 잊고 살기보단 아주 짧은 순간이라도 인식하는 삶을 살고 싶다.


후회를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그것들을 찾아내려 후회 속을 뒤적거리지 않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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