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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Jun 12. 2020

살면서 보내줘야 하는 것들

그저, 각자의 삶을 살아가다가 맞이하는 해프닝이다.

여느 때와 다름없는 통화를 마친 후였다.

보고서를 작성하느라 두 손이 바쁠 때 넥밴드 이어폰은 큰 도움이 되는데, 전화를 끊고 그것을 잠시 목에서 벗는 순간. '뚝'하고 기분 좋지 않은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는 울림으로 끝나지 않고 기어이 내 손에 어떤 느낌을 쥐어 주었다. 무언가 두 동강이 난 느낌. 그러지 말아야 할 어느 부분이 그렇게 돼버리고 말았다는 지각과 인식.


허탈했다.

그런데 순간, 나는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 생각은 뭔가 묘한 감정을 끌어올렸다. 플라스틱과 고무, 몇몇 메탈 재질이 조합되어 만들어진 사물에 내 감정은 이미 이입되었던 것이다.


나는 무엇이 준비가 안되었던 걸까.

아마도 그것은 분명 '이별'일 것이다. 그냥 묵묵하게 당연히 있어줄 줄 알았는데. 전원을 켜면 켜지고, 끄면 꺼지는 내 말을 곧이곧대로 들어주는 몇 안 되는 대상 중 하나였는데. 역시 이별엔 예고가 없는 것이라고 혼자 읊조렸다.


그렇게 살아가면서 보내줘야 하는 것들이 있다.

사물은 물론이고 사람도 그렇다. 소중한 사람들을 매일 돌아봐야 하는 이유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보내줘야 하는 것들이 있는데, 혹시 내가 미련하게 붙잡고 있는 것도 있지 않을까?


그 생각이 들자마자 나는 본능적으로 내 마음을 뒤적거렸다.

버려야 하는, 쓰지도 않을 것들이 가득한 내 방 책상의 어느 서랍장 저 구석처럼. 나는 내 마음의 구석구석을 헤집어 보았다. 과연, 케케묵은 먼지에 덮여있는 여러 감정들이 있었다. 그것은 대개, 시기와 질투 그리고 용서하지 못한 감정들이었다. 그것들은 용케도 마음의 구석구석을 잘 찾아 숨는다.


진즉에 이별했어야 하는 것들은 남아있고, 예상하지 못한 것들과는 준비도 없이 이별한다.

준비되지 못한 이별이 안타깝다면. 그렇다면, 준비를 잘 한 이별은 덜 안타까울까. 생각해보니, 마음속에 숨어 있던 감정들의 먼지를 잘 닦아 주고 날려 보내면 오히려 맘 후련하지 않을까란 생각이다.


이별은 내가 보내는 것도, 내가 떠나오는 것도 아니다.

그저, 각자의 삶을 살아가다가 맞이하는 해프닝이다.


그러니, 이별이란 걸 맞이했을 때는 묵묵히 그것을 받아들이고.

동시에, 보내줘야 하는 것들이 있는데 그러지 못하고 있는 건 아닌지 마음을 살피려 한다.




장렬하게 두 동강 난 이어폰이 준 깨달음에 고마워하며.

이젠 준비된 마음으로.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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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서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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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내공' (나를 지키고 성장시키며 일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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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에게 보내는 인생 편지' (이 땅의 모든 젊음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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